재연결 기법으로 제작한 캐시미어 100% 소재의 ‘컨스트럭션’ 플래드.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은 하나의 여정과 같다고 느껴왔다. 이번 시즌 새롭게 선보인 홈 컬렉션의 목적지는 무엇이라 할 수 있나?
Alexis Fabry(이하 AF): 매번 컬렉션을 통해 에르메스가 가진 무형의 가치를 선보이고자 하는데, 이번 컬렉션의 주제는 ‘가벼움’이다. 에르메스를 생각했을 때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부분은 아니지만 내구성과 견고함으로 대표되는 하우스의 이면을 강조하고자 이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정확성이다. Charlotte Macaux Perelman(이하 CMP): 우리는 모든 면에 있어 심혈을 기울이며, 모든 과정을 철저하고 꼼꼼하게 작업한다. 전반적으로 ‘럭셔리’보다는 정확성과 균형을 추구한다.
자연에서 온 전통적인 소재와 현대적인 쓰임새가 어우러진 에르메스의 가구는 균형미가 돋보인다. 홈 컬렉션을 통해 에르메스가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AF: 에르메스의 헤리티지에 대한 존중과 미래지향적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자 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당연한 일이다.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 뒤마(Pierre-Alexis Dumas)가 홈 컬렉션의 디자이너로 우리를 선택한 이유도 우리의 취향과 타고난 성향이 에르메스의 핵심 가치와 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저 실제로 우리가 집에 두고 싶을 만한 제품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토마스 알론소가 디자인한 ‘쿨리스’ 테이블 램프
에르메스 홈 컬렉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컬러와 패턴이다. 신선한 채도와 대담한 터치가 인상적이다. 컬러와 패턴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지향점이 있는가?
CMP: 작업에 있어 정해진 색상이 있는 것은 아닌데, 최근에는 확실히 우리가 선호하는 작업 방법이 생긴 것 같긴 하다. 지금까지는 오브제나 가구에 있어서는 색상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편이었고, 패브릭에만 화려한 색상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오브제와 패브릭 제품에 다양한 컬러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토마스 알론소(Tomas Alonso)의 ‘쿨리스(Coulisse)’ 램프의 경우 핑크나 형광 노란색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컬러와 그래픽적인 요소를 접목하는 방식을 확장하고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가죽 소재로 제작된 작은 오브제의 경우, 과감한 제작방법으로 완성하기도 하고, 간단하게 가죽을 재단해서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제품에 수작업으로 그린 매우 간단한 패턴을 접목시키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 결과 그래픽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고, 플래드 컬렉션의 대표적 특징이 되었다. AF: 장식미술은 무채색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오브제에 사용된 색상이 적을수록 오히려 대중성이 높아진다. 에르메스의 색조 사용은 단조로운 편이다. 1970년대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소유했던 에르메스 오브제는 화려한 색이 아니었고 대부분 붉은색이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단조로운 색상의 조합이 더 익숙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재스퍼 모리슨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인체공학적인 ‘에키리브르 데르메스’ 의자.
평범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상의 오브제가 있는가? 에르메스 홈 컬렉션을 보는 이들이 무엇을 느끼고 상상하기를 바라는가?
CMP: ‘가벼움’은 에르메스를 떠올렸을 때 바로 연상되는 단어는 아니다. 이곳에 합류하기 전 에르메스를 떠올리면 내구성이 먼저 떠올랐고, 물건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소재의 강도와 견고함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합류해보니 대부분의 오브제가 단단하고 묵직해서, 가볍게 제작하는 것이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특히 사람의 몸에 직접적으로 닿는 물건인지라 인체공학적 측면을 고려하여 편리한 사용감을 선사하고자 했다. AF: 이제까지는 에르메스가 ‘가벼움’ 역시 추구한다는 점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기에, 이번 시즌 다양한 텍스타일 제품들을 선보이며 증명하고자 했다. 밝은 분위기와 무엇보다 가벼운 느낌의 오브제를 완성했다.
함께 작업하는 듀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역할이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는지 궁금하다.
CMP: 우리는 흔치 않은 조합의 팀이다. 나는 건축가이고, 알렉시스는 사진 분야의 발행인이자 전시 큐레이터이다. 하나의 팀으로 이 전시를 기획하고,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며, 이 전시를 알리는 인플루언서 역할까지 모두 하고 있다. 나의 역할은 꼼꼼하게 디테일을 챙기는 것이다. 건축가라는 직업은 원래 사소한 디테일까지 신경 써야 하는데, 이는 에르메스에서 작업하는 데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건축가로서 시간의 흐름이라는 관념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시대를 초월한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AF: 이전의 배경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예전에 다른 일을 했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고, 이것은 샤를로트도 마찬가지다.
포슬링 테이블 상판이 돋보이는 ‘레 트로투즈 데르메스’ 테이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는 것으로 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어떤 아티스트들와 함께 했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업은 무엇인가?
CMP&AF: 처음 에르메스에 합류했을 때부터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과 협업하기를 희망했고, 적절한 기회를 기다려왔다. 그는 겸손하고, 자재 선택에 신중하며, 그의 오브제 디자인은 얼핏 보면 심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고민이 요구되는 디자인이다. 우리는 그와 시작한 디자인 초기 단계에서 라투레트(La Tourette) 수도원 의자의 특징을 담은 새로운 의자를 제안했는데, 기존 작품을 가지고 와서 그것을 새로 재창조하는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니겠냐고 제안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삶과 예술, 사회적 가치 이 모든 것은 집에서 출발하고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에르메스 홈 컬렉션이 집이라는 공간에 어떤 존재와 역할이 되길 바라나?
CMP: 항상 작업에 있어 과거, 그리고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고민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헤리티지를 늘 고려하지만, 그와 동시에 현대적인 오브제를 만들고 이것이 오랜 시간 지속되기를 바란다. 물리적 지속 외에도, 몇 년이 지나도 누군가가 갖고 싶은 물건일지가 중요하다. 오브제가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인가? 시간이 지나도 매력을 유지할 것인가? 이것이 중요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