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창의적이며, 실험적이다’. 이는 스포트막스의 데님 프로젝트인 ‘데님 컬처(Denim Culture)’ 컬렉션을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다. 데님 컬처 컬렉션은 청춘과 자유의 상징인 데님을 주요 소재로 하여 음악, 패션, 예술을 넘나드는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다. 지난 시즌엔 모델 수주와 함께 여섯 번째 시리즈를 선보였고, 이번엔 추상풍경화로 이름을 알린 미국 태생의 아티스트 로렌 룰로프(Lauren Luloff)와 협업한 2022 S/S 컬렉션을 공개했다. 캔버스와 실크에 풍경화를 주로 그리는 로렌은 그림을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추상화에 푹 빠져 있었음을 고백했다. “늘 추상화를 그리며 자랐어요. 스스로 무엇을 만드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물감을 이리저리 칠할 때, 육체적 경험과 대응하는 방식 그리고 질감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죠.” 그녀는 드로잉뿐만 아니라 염색 실크와 패브릭을 다양한 방식으로 콜라주하는 설치작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자연’이다.
스포트막스와의 협업을 통해 패션계에 첫발을 내딛은 로렌은 이번 데님 컬처 컬렉션을 위해 새로운 페인팅 시리즈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 컬렉션 역시 자신에게 안식처가 되는 아름다운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다. 얼마 전 새롭게 터전을 옮긴 것이 이번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미국 메인주 루벡의 한적한 해안가로 이사를 했어요. 자연에 몰두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색의 층위(지층이 쌓인 순서)를 관찰했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제 주변을 감싸고 있는 아름다움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었어요.” 창가에서 보이는 풍경부터 부둣가를 둘러싼 나무와 꽃, 길 건너의 붉은 단풍나무 등 스튜디오 주변의 모든 정물은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이사 직후 곧장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새 스튜디오의 첫 프로젝트죠. 두 달 정도 걸렸어요. 그 기간 동안 제 페인팅은 순수한 풍경화를 그리는 앙 플랭 에르(en plein air,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 방식에서 시작해 패턴 페인팅과 추상화 같은 다양한 시각적 언어로 진화했습니다.” 스튜디오를 둘러싼 ‘낙원’을 재해석한 컬러풀한 붓 터치와 비정형적인 스트라이프 패턴…. 그녀가 그린 추상풍경화는 새로운 데님 컬처 컬렉션에 고스란히 담겼다. 평소에 입기 좋은 심플한 실루엣의 피스들로 구성되었으며 데님 소재의 셔츠 드레스, 튜닉 드레스, 펜슬스커트, 뷔스티에 톱부터 데님 느낌을 살린 코튼 소재의 티셔츠와 후디 스웨트셔츠도 만나볼 수 있다.
자연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붓 터치와 컬러 플레이가 돋보인다.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묻자 로렌이 답했다. “새파란 물가와 그 앞에 자라난 단풍나무를 담은 셔츠 드레스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초창기에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둘러싸인 단풍 나무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데, 그 작업을 모방한 작품이에요. 풍부한 컬러와 사려 깊은 스트라이프, 제가 사랑하는 붉은 단풍 나무까지 모조리 담겨 있죠. 요즘 이번 시즌 데님 컬처 컬렉션을 입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상상하곤 해요. 제가 창조한 자연을 도시 사람들이 입게 되다니, 상상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워지더군요.”
로렌 룰로프가 베스트 아이템으로 꼽은 셔츠 드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