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나단 앤더슨의 신비한 신발 사전

LOEWE 2022 S/S
추은실(프리랜서 에디터) 패션이 재밌는 건 기존의 틀을 깨는 디자이너들의 실험 정신인 거 같아요. 2022 S/S 컬렉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로에베였고요.
권수현(스타일리스트) 맞아요. 충격 그 자체였어요. 평소에도 조나단 앤더슨의 실험 정신을 좋아해서 로에베 컬렉션은 챙겨보는 쇼 중 하나인데요. 이전에 보여줬던 쇼에 비해서 훨씬 더 과감해졌어요. 2000년대 마르지엘라를 보는 느낌도 들었고요.
추 공감해요. 대놓고 과감해졌다고 할까요? 이전 쇼에서는 웨어러블한 룩들 안에서 보이는 조나단 앤더슨의 독특한 디자인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정말 실험 정신 그 자체여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죠. 특히, 저는 샌들의 뒷태에 시선을 빼앗겼어요.
권 도대체 샌들 굽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번 컬렉션은 이탈리아 화가 자코포 다 폰토르모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예술 작품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추 맞아요. 굽에 달걀과 네일 폴리시 그리고 장미처럼 일상적인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녹였더라고요. 이렇게 일상적인 오브제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오브제 트루베(object trouve)’라고 해요. 정말로 예술적 터치를 많이 가미한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권 보통 굽은 단단해야 하잖아요. 금방이라도 부서질 거 같은 달걀이나 장미를 굽에 적용하다니 발상의 전환을 넘어서 조나단 앤더슨이 천재인 이유를 알 거 같아요.
추 맞아요. 그나마 네일 폴리시가 단단해 보이는걸요? 쇼피스용으로 디자인한 슈즈인데 착화감이 어떨지 정말 궁금하네요.
권 저는 안정적이어도 못 신고 다닐 거 같아요. 장미가 다칠까… 달걀이 깨질까… 너무 신경 쓰여서 말이죠.
추 관상용 슈즈라고 할까요? 오브제 트루베여서 오브제로 탐나는 아이템이네요. 만약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면 저는 달걀이요. 이미 깨져있어서 더 재밌어요.
권 저는 장미요. 달걀이나 네일 폴리시는 너무 실험적이어서 시각적으로 예쁘기보다는 재미있잖아요. ‘이런 게 오브제 트루베구나’ 하는 느낌이라면 장미는 슈즈 하나로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보는 거 같아요.
고민하는 순간, 솔드아웃. 발렌시아가 르 카골 백

Balenciaga /사진 제공 아이맥스트리

발렌시아가 뮤즈가 된 킴 카다시안
추 지금 가장 핫한 백은 발렌시아가 르 카골 숄더백인 거 같아요. 킴 카디시안이 발렌시아가의 뮤즈가 되면서 처음 공개된 캠페인에도 등장했죠.
권 르 카골 백은 컬러별로 소장하고 싶어요. 블랙, 화이트, 옐로, 핑크, 블루 등 다양한 컬러뿐만 아니라 사이즈도 지갑, XS, S, M 사이즈까지. 어떤 컬러를 어떤 사이즈로 골라야 할지 무척 고민되네요.
추 발렌시아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가방이 ‘모터 백’이잖아요. 국내에서도 대유행했었고요. 정말 거리에 모든 사람들이 사이즈별로, 컬러별로 모터백을 들고 다녔었는데 예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백이네요!
권 맞아요. 모터 백을 펑키하면서도 사랑스럽게 재해석한 느낌이에요. 다른 하우스 브랜드에서는 과거 아카이브에서 찾은 백을 그대로 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하지만 발렌시아가는 2022년 버전으로 디테일과 요소의 변화를 줘 새로운 디자인으로 출시했다는 점이 제일 좋았어요.
추 특히, 탈착형 파우치랑 하트 모양 거울을 보고 심쿵 했어요. 스터드처럼 강하고 투박한 디테일에 하트 거울이라니요. 상반되는 요소가 오묘한 조화를 이룬 게 정말 재밌었어요.

Balenciaga 메탈릭 엑스트라 서플 크로커다일 엠보싱 카프스킨 르 카골 백 s 사이즈, 317만원
추 공감해요. 이왕이면 무난한 거보다는 눈에 확 띄는 게 좋잖아요. 이런 숄더백은 스트랩을 짧게 해서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고 싶어요. 켄달 제너나 벨라 하디드처럼요. 아니면 크로스백으로 연출해서 펑크한 무드로 연출해도 좋고요. 사실 2022 여름 컬렉션에서는 남자 모델이 메고 등장했어요. 남자들이 메도 충분히 멋스러울 거 같은데요?
권 제가 담당하고 있는 배우 유태오씨와도 잘 어울릴 거 같아요. 공식석상에서는 슈트를 많이 스타일링하는데 평소에는 패션에 대한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다양한 스타일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고요. 게다가 워낙 소화력도 좋고요. 그래서 르 카골 백도 충분히 멋스럽게 연출하실 거 같아요. 다음 달에 뉴욕 출장 가는데 꼭 ‘겟’하고 싶네요.
추 뉴욕에서는 꼭 성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