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리폼 패션의 귀환

"시간과 공을 들여 수공 제작한 리폼 컬렉션이 앞으로 더 성행할 거라고 예상한다!"

BYBAZAAR2021.10.22
지금은 사라진 첼시의 보야쥐 (Voyage) 부티크의 옷들이 리세일 플랫폼에서 ‘귀한 몸’이 되었다. 당시 빈티지 패션을 구해 리폼하던 보야쥐는 케이트 모스를 비롯한 패션 피플들의 인기에 힘입어 한껏 성행하다 사라졌는데 그 때 제품들이 다시금 렐릭 같은 빈티지 매장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 한편 셀프리지 백화점도 ‘리셀프리지’ 컬렉션을 통해 리폼 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패션계와 뗄 수 없는 DIY 열풍은 이미 틱톡 플랫폼에서 JW 앤더슨 니트 사례로 한바탕 몰아친 바 있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2001년, 영국 〈가디언〉지는 나오미 캡벨과 마돈나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보야쥐 부티크에서 문전박대 당한 사연과 함께 멤버쉽으로 운영되며 평균 1,500파운드에 달하는 보야쥐 컬렉션을 대놓고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안타깝게도 1년 뒤 〈이브닝 스탠더드〉지는 보야쥐가 300만 파운드 빚과 함께 파산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렇게 사라진 보야쥐의 컬렉션은 2017년 치스윅 (Chiswick) 경매 사이트를 비롯해 각종 리세일 플랫폼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얼마전 인터뷰 기사를 통해 소개한 노팅힐의 빈티지 매장 렐릭의 오너 피오나는 “90년대에 소수의 패션 피플들에게만 멤버쉽으로 운영했던 보야쥐가 이렇게 가치 있는 컬렉션이 될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라며 “당시 빈티지 제품을 수선하거나 재단하고 리폼해 제작한 컬렉션 중 정말 잘 만든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야쥐에 사람들이 열광하며 찾는 이유는 컬렉션이 90년대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피오나는 “시간과 공을 들여 수공 제작한 리폼 컬렉션이 앞으로 더 성행할 거라고 예상한다!”고 말하며 리폼 패션의 본격적인 귀환을 예고했다.
 
Voyage Fashion

Voyage Fashion

치스윅 경매에 등장한 보야쥐 컬렉션을 보면 자수와 술 등 정교한 디테일이 더해진 룩들이 대부분인데 당시 보야쥐는 빈티지 컬렉션에 이런 공예적인 디테일을 더하거나 재고 소재들을 재생시키는 작업에 몰두했다. 등록된 회사 이름도 ‘오가닉 의상 (Organic Clothing)’이다! 1991년 부티크 오픈 당시로서는 앞서가는 행보에 당대 트렌드를 잘 반영한 룩들로 패션계의 떠오르는 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은 가장 큰 이유로 오너들의 과장되고 사치스런 라이프 스타일 때문이라는 가쉽도 따라다닌다. 이유야 어떻든, 빈티지 감각을 누구보다 잘 표현한 보야쥐 컬렉션은 30년이 지난 지금 시대에도 유통된다는 점에 의미가 깊다.
 
패션은 본디 장식과 공예적 요소가 다분하다! 게다가 나만의 표현이 가능한 수단이자 플랫폼다. 그러니 개성을 담아 새롭게 재작업한 패션은 흥미롭기 그지 없다. 해리 스타일즈가 한 방송의 리허설을 위해 입은 JW 앤더슨의 컬러 블록 코바늘 가디건 같이 예기치 못한 계기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순간에 뜨는 트렌드가 대표적인 예다! 
작년 여름 틱톡에는 코바늘에 제한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가디건을 재창조하는 인파에 어마한 컨텐츠가 쏟아져 나왔다. 현재 시점으로 #해리스타일즈가디건은 850만 뷰에 육박하고 #DIY패션은 34억뷰에 달한다. 젠지 세대 사이에서 놈코어에 이어 #크래프트코어가 떠오르는 패션 신조어가 된지 오래다.
 
서스테이너블리티에 진심인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은 2020년 9월에 런칭한 ‘프로젝트 어스’의 일환으로 영국적인 리세일 플랫폼 ‘리셀프리지’를 런칭했다. 앞서 ‘백화점에서 신상을 빌려 입는 시대’ 기사를 통해 소개한바대로 셀프리지는 빈티지와 중고에 이어 신상 컬렉션 대여 서비스까지 모두 이 플랫폼을 통해 이어가고 있다. 
얼마전 크리스마스 프레스 데이를 통해 전시된 리셀프리지에 리폼 패션 아이템들이 눈에 띄었다. 3AM 이터널 (3AM Eternal) 브랜드의 얼룩무늬 프린트에 베이비 블루 새틴 러플을 끝단에 더한 스커트였다. 시인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인 패션 이스트 (Fashion East) 출신이자 런던 패션 위크 디자이너로 한때 활동하던 케이틀린 프라이스 (Caitlin Price)가 빈티지 숍을 운영하는 언니와 함께 시작한 브랜드다. 여성스런 프릴 디테일을 스포츠웨어에 장식적으로 더하며 이비자 패션으로 각광 받았던 케이틀린의 감각을 잘 기억한다! 자매의 수공예 작업으로 완성된 컬렉션은 모두 빈티지 제품을 리폼한 것으로 각 하나씩만 존재하는 룩들이다. 컬렉션은 10월24일 셀프리지 백화점에 런칭하며 현재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 중이다.
 
영국의 파티 시즌으로 꼽히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각종 ‘블링블링’ 패션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리폼 패션은 한동안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이 기세를 몰아 패션 순환 경제의 일환으로 버려질 운명의 옷들이 재단장하거나 치장되어 트렌드를 주도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