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스커트, 쇼츠는 모두 Balmain. 귀고리, 반지는 Statement Paris.
구름이 잔뜩 낀 1월 말 어느 날, 나탈리아 야킴칙(Natallia Yakimchyk, 이하 나타야킴)과 파리의 가장 럭셔리한 호텔 중 하나인 플라자 아테네(Plaza Athenee) 스위트룸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드레스는 Schiaparelli. 목걸이는 Boucheron.
후드 티와 조거 팬츠 차림의 그녀는 조금 지친 듯한 기색이었지만(그녀는 몇 시간 전 파리에 도착했다), 이내 매혹적인 미소와 다정한 매너, 섹시한 러시안 악센트로 우리를 반겼다. 현재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나타야킴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그녀가 누구인지 잠시 설명이 필요 할 것 같다. 3백21만 명의 추종자를 가진 인플루언서. 나타야킴의 인스타그램(
@Natayakim)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뚜렷한 스타일과 개성을 가진 인물인지 알 수 있을 거다.
재킷, 브라 톱, 데님 팬츠, 모자, 가방은 모두 Celine.
키워드는 ‘섹슈얼리즘’.
블랙을 사랑해요. 그리고 몸매를 강조할 수 있는 옷을 선호하죠. 캐주얼 룩을 입을 때조차도요. 아주 짧은 쇼츠를 입거나 데님 팬츠에 크롭트 톱을 입는 식이죠.
주로 미니 드레스, 보디수트, 사이하이 부츠, 비닐 레깅스를 즐겨 입는데 그녀와 아주 완벽히 어울린다. 최근에는 이브닝 백에 푹 빠졌다고. 인스타그램 피드마다 프라다부터 보테가 베네타, 디올, 파코라반, 생 로랑 등 여자들의 소유욕을 부르는 가방들이 대거 등장한다.
또한 비치웨어 브랜드 나타야킴의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는데, 늘 패션에 애정이 있었다고. 2014년 브랜드를 론칭한 계기는 생각보다 간단한 이유에서다. 완벽한 피트의 수영복.
전 바다, 그리고 수영복을 사랑해요.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제가 원하는 피트를 찾을 수 없었어요.
그녀는 몇 가지 디자인을 그려 재단사에게 맡겼고, 완성된 수영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너도나도 입겠다고 난리였죠.” 나타야킴 수영복의 철학에 대해 묻자 단호히 대답한다.
가장 즐겨 입는 스팽글 시스루 톱은 Ermanno Scervino.
편안함입니다. 어떤 여성도 불편한 수영복을 입고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진 않을 거예요. 두 번째는 스타일. 전 유혹적이고 섹시한 디자인을 즐겨요. 여성들이 스스로에게 아름다움을 느껴야 자신감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컷아웃 디테일에 투명 소재나 망사를 더하거나 애시드한 컬러 팔레트와 애니멀 프린트, 그래픽 패턴을 활용하는 것이 나타야킴의 특징.
딸 사샤와 함께 커플로 입은 나타야킴 수영복.
‘엄마처럼 딸처럼(Like mother Like daughter)’이라는 이름의 엄마와 딸을 위한 컬렉션도 주목할 만하다.
입고 싶은 수영복 몇 가지를 완벽하게 만들고 나니 딸 사샤와도 공유하고 싶더라구요.
어른 수영복과 이를 그대로 축소시킨 미니미 버전으로 구성했는데 그중 귀여운 고양이 모티프와 레오퍼드 프린트의 수영복은 브랜드의 베스트 아이템이 되었다. 몇 시즌 전부터는 운동복과 라운지 웨어를 선보이며 브랜드의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러시아는 물론 파리, 칸, 생트로페,모나코, L.A 등 여러 도시에서 나타야킴의 매장을 볼 수 있으며, 조만간 한국 진출도 계획 중이다.
드레스, 이너로 입은 드레스, 슈즈는 모두 Acne Studios. 반지, 귀고리는 Satement Paris.
〈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 캐리가 묶었던 곳이자 샹젤리제 거리 근처에 위치한 럭셔리 호텔 플라자 아테네로 왜 우리를 초대했는지 묻자 그녀가 대답한다. “일 년 만에 파리에 왔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제 집 드나들 듯 왔었죠.” 호텔의 거실을 가리키며 한마디 덧붙인다.
드레스는 Schiaparelli. 목걸이는 Boucheron. 슈즈는 Amina Muaddi
이 호텔은 저에게 두 번째 집 같은 곳이에요. 특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 거실은 정말 모스크바의 집과 비슷해요.(웃음)
호텔만의 특별한 향, 편안한 로비와 친절한 직원들, 발코니에서 바라본 낭만적인 에펠탑 풍경, 디자이너 올리비에 리올의 손에서 탄생한 싱그러운 정원(특히 여름)은 그녀가 이 호텔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
“남편과의 연애 초창기 파리에서 데이트를 많이 즐겼어요. 정말 로맨틱한 도시죠.” 하지만 패션 비즈니스를 시작한 후엔 조금씩 달라졌다고.
이젠 일과 비즈니스를 대변하는 도시랄까? 온전히 파리의 낭만적인 마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는 팔레 루아얄을 꼽는다. 파리가 가진 고전미와 건축미, 아티스트 다니엘 뷔랑(Daniel Buren)의 모던한 설치작품(검고 흰 줄무늬의 2백60개 대리석 기둥)이 대조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곳으로 도심 속 여유를 즐길 수 있다고.
파자마는 Natayakim. 목걸이와 반지는 모두 Cartier.
한편 호텔 거실과 닮은 모스크바 집에 대해 그녀는 “이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안락한 공간”이라 표현한다. 사업가인 남편과 친정어머니, 두 아이(11살 딸 사샤와 7살 아들 안드레이) 그리고 저먼 셰퍼드 한 마리가 함께 살고 있다. 인테리어는 미니멀하고 심플한 편인데, 어수선한 것을 워낙 싫어하기 때문.
새하얀 튤립으로 꾸미기 직전, 모스크바 집 거실.
솔직히 말하면 전 인테리어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요. 저희 집에서 인테리어 담당은 제 남편인데 요즘 러시아 정교에 대한 물건을 컬렉팅 중이에요.
남편은 그녀의 사진 대부분을 찍어주는 열정적인 포토그래퍼 역할도 맡고 있다고. 매장에서 쓸어온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호텔방 한쪽에 가득한 디올 쇼핑 백을 보며 나탈리아의 옷장에 대해 물었다.
가방은 Bottega Veneta. 목걸이는 Boucheron. 요즘 즐겨 쓰는 팩트는 Gucci. 향수는 Morning Chess.
제 옷장은 정말 크고, 가득 차 있어요.(웃음) 한 달에 한 번씩 3~4주간 입을 옷을 따로 정리해둬요. 준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요.
코트, 가방은 Louis Vuitton. 목걸이는 Lauraen Rubinski.
그녀의 삶도 체계적인 옷 정리만큼이나 규칙적인 편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매일 6~7km를 경보 수준으로 걷습니다. 이틀에 한 번씩 짐에 가서 운동을 한 뒤, 사무실로 가죠. 그리고 5~6시경에는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시간을 보내요. 전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일까?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다정한 큰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군더더기 없는 몸이 말해주듯 나탈리아는 알아주는 운동 마니아다. 어린 시절 러시아 전통무용을 전문적인 수준까지 마스터했으며 이후 클래식 무용, 수영, 필라테스 그리고 2019년부터는 자이로토닉(gyrotonic)에 빠졌다. 이 운동은 1980년대 초 루마니아 무용수인 줄리오 호바스에 의해 만들어진 ‘무용수를 위한 요가’가 그 시초로, 요가나 필라테스와는 조금 다르다고.
자이로토닉은 원형, 나선형, 파동형의 동작과 호흡법을 사용해 척추의 가능을 강화시키는 일명 ‘곡선의 운동’이에요.
귀여운 고양이 얼굴이 특징인 나타야킴의 파자마.
인터뷰 말미, 그녀는 테이블에 차려진 와플(다정하게 직접 룸서비스로 주문해줬다)을 다시 한 번 권했다. “전 러시아식 팬케이크인 시르니키(Syrniki)를 굉장히 좋아해요. 전통 샐러드인 올리비에(찐 야채와 달걀, 마요네즈를 버무려 만든다)도 빼놓을 수 없구요.” 그녀가 덧붙인다.
재킷, 셔츠, 팬츠, 슈즈는 모두 Patou. 목걸이는 Lauren Rubinski.
모스크바에 와본 적이 있나요? 기회가 된다면 꼭 와보세요. 정말 멋진 도시예요. 특히 볼쇼이 극장은 반드시 방문하세요. 오페라도 좋지만 발레 공연은 정말 끝내 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