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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혜교가 내다보는 내일

꾹 여문 봉오리가 아니더라도 들꽃처럼 흐드러진 자유로운 마음이 단단하기만 하더라. 피고 또 피는 송혜교의 봄 얼굴.

BYBAZAAR2021.02.27
 

WILD HEART

아침에 눈이 엄청 내렸다. 못 만나면 어쩌나 했다.
아이폰에 뜨는 날씨를 믿는 편이다. 12시까지만 눈이 온다고 나와 있더라. 원래는 직접 운전해서 오려고 했는데 빙판길이 무서워서 매니저와 함께 안전하게 왔다.(웃음)
‘바게트’ 백은 4백만원대, 플라워 자수 백 커버는 1백만원대 Fendi.

‘바게트’ 백은 4백만원대, 플라워 자수 백 커버는 1백만원대 Fendi.

혼자 다니는 게 편한가?
개인적으로 다닐 때는 웬만하면 매니저와 같이 안 다니는 편이다. 내가 분주히 뭔가를 하는 동안 매니저들은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 같아서.
꽃과 함께했다.
봄이 와서 그런가? 좋아한다. 좋아하는데 솔직히 이런 생각도 든다. 일이 많을 때는 ‘잘 돌볼 수 있을까? 저거 언제 다 치우지?’ 하는.(웃음)
오간자 소재의 코트는 5백만원대, 니트 원피스는 가격 미정 Fendi.

오간자 소재의 코트는 5백만원대, 니트 원피스는 가격 미정 Fendi.

많은 꽃들 중에 닮은 꽃도 있었나?(웃음)
이름은 모르겠는데 들꽃처럼 생긴 게 눈에 들어왔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프리지어를 좋아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장미처럼 완벽하게 예쁜 꽃보다 정말 들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꽃, 줄기에 꽃이 다 달려 있어서 아래로 처지는 꽃을 좋아한다.
꽃을 보는 마음처럼 행복을 안겨주는 존재가 있을 것이다.
우리 강아지들. 행복하게도 해주고 마음 아프게도 하고. 아이들이 말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때라도 강아지들을 보면 아무 생각이 없고 기분이 좋아진다.
인스타그램에 의외로 강아지 사진이 없다. 일상은 풍경뿐이더라.
여행 가서 찍은 사진들인데 예쁜 장소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올린 거다. 내 SNS지만 얼굴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좀 싫더라. ‘내 얼굴도 보고, 자연도 보고’ 하는 느낌으로 구성했다.(웃음)
창가의 그림자를 프린팅한 드레스는 3백만원대 Fendi.

창가의 그림자를 프린팅한 드레스는 3백만원대 Fendi.

‘일하는 송혜교’의 얼굴들이다.
팬미팅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배우들이 팬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SNS가 그나마 소통할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일을 하는지 최대한 공유하려 한다. 일한 결과물도 시간이 지나면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시대가 좋아져서 찾으려면 찾을 순 있지만 내가 컴퓨터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웃음), 함께 일했던 분들을 기록하고 일종의 아카이빙을 하는 거다. 일상 사진은 종종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스토리에 올린다. 일상 사진도 올리고 싶긴 한데, 가끔은 소소한 것까지 기사화되니까 ‘내가 너무 올려서 유난 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보이는 이름의 스태프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들과의 일도 즐긴다. 일종의 모험심이라고 볼 수 있나?
스물두 살 때부터 지금 사무실 대표 언니가 패션 쪽 일을 해서 그런지 한 사람한테 얽매이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과 일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 꾸준히 함께하는 분들도 있지만, 좀 다른 콘셉트, 재미있는 게 있다면 다른 분들과도 일해보곤 한다. 가끔 스태프 분들이 서운해할 수도 있는데, 내가 이런 사람인 걸 다 알고 이해해줘서 ‘참 복이 많다’고 느낀다.
고백하자면 〈순풍산부인과〉의 혜교를 참 좋아한다. ‘오혜교’이지만 그냥 송혜교라는 사람이 드러났던 것 같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그 당시 시트콤이 유행하면서 유튜브나 OTT 플랫폼을 통해서 방송 중이다. 알고 있었나?
주변에서도 그 얘기를 많이 한다. 이제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고. 그 당시 〈순풍산부인과〉를 3년 정도 찍었다. 그러다 보니 예뻤을 때도 있고, 통통했을 때도 있고. 너무 옛날이라 화장이 촌스러워 보일 때도 있고, 나름 귀여웠을 때도 있고 모든 모습이 다 있다. 작품에 출연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시청자로서 굉장한 팬이었다. 촬영하면서도 재미있었고, 작가분들이랑 감독님을 천재라고 할 정도로 대본도 탄탄했다.
니트 소재의 컷아웃 드레스는 2백만원대 Fendi.

니트 소재의 컷아웃 드레스는 2백만원대 Fendi.

연기를 길이라고 볼 때 송혜교는 운전을 참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하게 뻗은 길도 깐깐한 커브도 결과적으로는 매끈하게 달려온 것 같다.
해외에서 좋은 감독과 배우들과 일할 때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완벽하지 않은 언어 실력으로 그들 문화에 들어가 있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항상 누가 떠밀어서 한 게 아니고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작품들을 해왔기 때문에 나의 길을 잘 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 연기는 하면 할 수록 더 어렵다. 나이가 들면서 세월을 담은 역할을 맡고, 그만큼 내게 걸린 기대가 커진다는 걸 알고 있다. 막연하게 30대가 지나면 연기가 쉬워질 것 같았는데, 그때가 더 편했던 것 같다. 점점 더 어려워지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도 궁금하지만 어떤 작품을 즐겨 보는지도 궁금하다.
처음 활동했을 때와는 많이 변한 것 같다. 여자들이 끌고 가는 이야기에 힘이 생겼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바네사 커비 주연의 〈그녀의 조각들〉을 재미있게 봤다. 마틴 스코세지 감독이 제작한 영화인데 한 여자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잃게 되면서의 갈등과 심리를 담았다. 또 〈힐빌리의 노래〉라는 약물 중독인 엄마에 대한 영화도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들어서 봤다.
재킷은 3백만원대 Fendi.

재킷은 3백만원대 Fendi.

〈더 글로리〉는 복수극이다. 방금 언급한 작품들처럼 어두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안 했던 장르이긴 하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 안 해봤던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내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다. 김은숙 작가님과는 자주 만나는 사이이고, 항상 만나면 “이런 건 어떨까?” “이런 거 해보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전에 나눴던 이야기들이 이번 작품으로 현실화된다.
아직도 새 작품에 들어갈 때 기대와 걱정 같은 감정에 휩싸이나?
일단은 오랜만에 현장을 느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있다. 아무래도 또 현장 나가면 힘들어서 ‘집에 있을 때가 편했네!’라고 하겠지만.(웃음) 사람들과 함께 상의하고 잘해냈을 때 칭찬도 받는 그런 현장이 그리웠던 것 같다.
현장 체질인가?
어릴 때는 몰랐는데 이제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연기를 언제까지 할 건지,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현장을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
재킷은 3백만원대, 스커트는 1백만원대, 메시 펌프스는 1백만원대 모두 Fendi.

재킷은 3백만원대, 스커트는 1백만원대, 메시 펌프스는 1백만원대 모두 Fendi.

연기가 없는 생활에 대해 떠올려보면?
너무 연기가 좋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더 늦기 전에 그냥 송혜교로도 한번 살아보고 싶다. 너무 늙기 전에 아무 눈치도 보지 않는 나로 말이다.
그럼 그 송혜교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연기만 안 할 뿐이지 친구들과 여행 다니고 강아지와 산책하고, 혼자 그림도 그리고 영어와 중국어 공부도 할 것 같다. 작품 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투자의 시간,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보낼 것이다.
리넨 소재의 재킷은 4백만원대, 베스트는 1백만원대, 팬츠는 1백만원대, 펌프스는 1백만원대, ‘피카부 ISeeU 이스트 웨스트’ 백은 5백만원대 모두 Fendi.

리넨 소재의 재킷은 4백만원대, 베스트는 1백만원대, 팬츠는 1백만원대, 펌프스는 1백만원대, ‘피카부 ISeeU 이스트 웨스트’ 백은 5백만원대 모두 Fendi.

나이를 어떤 기념처럼 여긴다. 20대에 접어든 순간, 30대를 넘기는 순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들 말이다. 며칠 전에 정말 멋진 백발의 여성을 봤는데 옷차림과 외모보다는 씩씩한 걸음걸이가 잊혀지지 않는다. 아무 눈치도 보지 않는 송혜교도 꼭 그랬으면 좋겠다.
맞다. 까먹고 살다가도 기사를 보면서 ‘아 내 나이가 이렇지.’ 의식하게 된다. 항상 기사를 보면 나이를 콕 집어주더라. 처음 30대가 됐을 때 20대를 보내고 30대를 맞이한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지금도 똑같다. 20대고 30대고 40대고 뭐가 그렇게 다른가? 크게 변했나?(웃음) 겉모습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주변에 멋진 어른들이 많으신데 대화해보면 나보다도 더 소녀처럼 천진난만한 분도, 또 생각지도 못했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분도 계신다. 살아오며 경험한 것들로 인해 어른이 되기도 하지만 어릴 적부터 지닌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천진난만함도, 카리스마도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고. 나 역시 어릴 때와 여전히 비슷한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송아지 가죽 소재의 ‘피카부 ISeeU 이스트 웨스트’ 백은 5백만원대 Fendi.

송아지 가죽 소재의 ‘피카부 ISeeU 이스트 웨스트’ 백은 5백만원대 Fendi.

어린 송혜교로부터 보존되어온 성격이라면?
호기심이 많고, 겁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겁이 없다. 무작정 혼자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던 걸 보면 독립적이고 자유를 좋아하는 친구였다.
혈액형이나 별자리, MBTI를 믿는 편인가?
믿는 편이다! 처음 만났어도 이야기를 나눠보면 나랑 맞는 사람인지 알아보게 된다. MBTI도 해봤는데, 옛날 것들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요즘은 너무 유형이 세분화되어 있어서 복잡하다.(웃음)
니트 점프수트는 1백만원대, 스니커즈는 90만원대 모두 Fendi.

니트 점프수트는 1백만원대, 스니커즈는 90만원대 모두 Fendi.

한없이 관대해지는 순간들이 있다면 언제인가?
작은 일에 걱정이 많고 큰일이 생겼을 때 오히려 평온하다. 지나다 보면 해결되겠지 하는? 되려 작은 일에 애쓰고 혼자 바쁘다. 어릴 때는 들려오는 이야기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어느 순간 좋고 나쁜 이야기 모두 똑같이 들리게 되었다. 그냥 이야기일 뿐이라는 생각.
경계하는 것들이 있다면?
일 말고는 거의 집에 있거나 강아지랑 산책만 하니까 경계하는 것들은 없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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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황인애,박의령
  • 사진/ 묵정옥
  • 스타일리스트/ 김현경
  • 헤어/ 이일중
  • 메이크업/ 조은정
  • 세트 디자인/ 제이든 조
  • 어시스턴트/ 김경후
  • 웹디자이너/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