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다 따로따로예요. 뭉쳐서 아는 팀들이 없어요. 그래서 특별히 파티는 안 하고 생일 주간 내내 이 친구 저 친구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거든요. 이번 생일에는 촬영했어요.
최강희 배우가 촬영 현장에서 생일파티 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더라고요. 분위기가 참 좋구나 싶었어요.
촬영 너무 재미있어요. 일단 감독님 자체가 밝은 분이에요. 큰소리를 내는 경우가 전혀 없고 오히려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세요. 딱히 모난 사람이 없어서 촬영장 가면 그냥 재미있어요. 제가 막내라 언니들이 많이 귀여워해주고요.
김지영 배우까지 한국판 〈미녀 삼총사〉라던데요.(웃음)
그렇게 홍보를 하는 것 같아요.(웃음) 여자 배우들이 설 자리가 많이 없잖아요. 기회가 생기니 반갑고 좋죠. 선배님들이 정말 열심히 하세요. 저도 현장에 늦는 걸 안 좋아해서 일찍 나가서 기다리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일찍 나가도 먼저 와 계세요. 언니들 왜 이러시냐고 도대체.(웃음)
블라우스, 수트는 모두 Moschino. 선글라스는 Ivsi.
“국정원에서 밀려나 근근이 책상을 지키는 아줌마들이 우연히 요원으로 차출돼 현장으로 위장잠입한다”는 설정을 읽고 벌써 웃음이 맴돌았어요. 세 배우가 만들어가는 그림이 기대돼요.
강희 언니는 예전에 회사가 같았지만 친분은 없었고, 김지영 선배님은 처음 함께 연기를 하게 됐는데 다들 너무 좋으셔서 맨날 수다부터 떨어요. 특별한 얘기도 아닌데 그렇게 웃으면서.(웃음) 그러다가도 연기할 때는 완벽해요.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하고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가 보이거든요.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신에서는 가끔 마음을 놓을 법도 한데 전혀 그러질 않으세요.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완전히요. 지금은 좀 나아졌는데 예전에는 준비한 거랑 조금만 달라져도 혼란스러워 했어요. NG를 내면 주변에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자신한테 화를 냈고요. 서서히 “그럴 수도 있지.”라며 마음을 놓아가고 있어요.
아이돌 외모를 가진 싱글맘이고 두뇌는 뛰어나지만 몸치에 음치인 역할이에요. 담아야 할 게 많아요.
8월쯤부터 액션 스쿨에 다녔어요. ‘몸치 역할인데 왜 다녀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긴 갔어요.(웃음) 그래도 배운 거 많이 써먹었어요. 유도도 하고 총도 쏘고요. 와이어 액션도 배웠는데 못해서 아쉽긴 한데. 솔직히 이번 역할이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에서 제 실제 성격이랑 가장 비슷해요.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과는 다르게 평상시에 말투도 느리고, 긴장하면 손 만지작거리고 낯선 사람 만나면 쭈뼛거리거든요. 사소한 부분이 비슷하니까 언니들이 처음 만났을 때도 “얘 벌써 준비해 갖고 왔어?” 이랬거든요.
평상시의 모습으로 연기에 접근하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톱스타 아이돌을 밀착 마크하는 역할이라 상대역이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너무 안 붙으면 어떡하나 그게 더 걱정됐어요.(웃음)
드레스는 Bell & Nouveau. 플랫폼 앵클부츠는 H&M.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감독님께서도 하고 싶다고 할 줄 몰랐다고. 그래서 왜요? 이랬더니 아무래도 싱글맘이라는 캐릭터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냐고. 그게 단 하나도 상관없었어요. 드라마를 구성하는 캐릭터일 뿐이고 전체적인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거든요.
지금까지 현실성 있는 역할이 들어온 적이 거의 없어요. 항상 갈망하고 있던 연기라 선택의 여지가 없는 느낌이었어요. 그냥 너무 하고 싶어. 해볼래.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소위 말하는 ‘차도녀’ 이미지를 떼어놓고 싶은 마음이었나요?
오랜 기간 동안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어요. 아쉽다가도 한 가지 이미지로라도 정점을 찍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다가 내 실제 모습도 알아줬으면 싶고. 이제는 그게 뭐가 중요한가 계속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주입식이라고. 지금까지 부잣집 차도녀 역할을 자주 맡았으니까 보는 사람도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이번 작품도 그렇고 예능이나 좀 더 편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가려고요.
이제 드라마 내내 편한 차림의 유인영을 볼 수 있겠네요.
운동화 신고 편한 바지 차림으로 활보하는 모습을 그려왔는데 막상 5개월 동안 찍으니까 화려한 모습이 좀 그리워요.(웃음) 선배님들이 가끔 저한테 화려한 옷 좀 입고 싶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핫팩도 붙일 수 있고 얼마나 편하시냐고 했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이해가 가요. 사람이 참 간사하죠.(웃음)
스팽글 톱은 MSGM by Yoox. 팬츠는 Cos.
〈더 로맨스〉라는 새 예능에서는 직접 사랑에 관한 시나리오를 쓰고 웹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줘요.
우리 프로그램 포맷이 신선하고 흥미로운데 어려울 것 같다고 많이들 이야기해요. 지금까지 맨날 보던 게 대본이라 아주 어렵진 않아요. 소재를 떠올리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가님이랑 함께 만들어가는 거기도 하고. 웹드라마에 익숙한 세대가 아니라서 요새 친구들은 뭐에 열광할까 고민하는 부분이 제일 커요. 함께 프로그램을 하는 김지석 씨랑 또래라 우리끼리 재미있는 게 정말 재미있는 걸까 늘 시험에 빠지곤 하죠.(웃음)
주제가 있는데 ‘남사친, 여사친’이에요. 남사친을 사랑해본 적이 없어요. 저한텐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못 봐요. 그리고 전 사랑에 되게 박한 사람이에요. 저의 사랑이 박하기 때문에 너무 소중해서 아무한테나 주지 않아요. 이성과도 그렇고 친구와도 깊고 좁게 만나요.
단편적으로 인스타그램을 보면 아주 활동적인 사람으로 보이거든요.
캐치를 못하신 게 하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올린 포스팅을 보면 거의 독사진이고 항상 가는 장소만 찍혀 있을 거예요. 늘 만나는 친구들과 편한 곳만 가요. 그래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찍혀 있는 거고요. 어쨌든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돌아다니긴 해요.
드레스는 Versace. 사이하이 부츠는 Lang & Lu.
어떤 인터뷰에서 36살에는 결혼할 거라고 선언했어요. 나이가 바뀌고 한 달이 지나버렸네요.
그전 인터뷰에서는 서른에 결혼할 거라고 그랬어요.(웃음) 한 번 연장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요. 그리고 그때 결혼할 줄 알았지. 그래서 다시 38살로 바꿨어요.
인영 씨에게 결혼은 인생에서 꼭 해야만 하는 일 중 하나일까요?(웃음)
일과 사랑을 별개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아니면 단순히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경계선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고 뭔가 기준점을 세우다 보니 지금까지 계속 의미 없는 선언을 해온 것 같아요.(웃음)
15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 예능까지 지긋이 활동해왔어요. 새로 세우게 되는 결심들이 있나요?
그렇게 잘 풀려오진 않았지만 내가 선택하고 해온 것들에 대해서는 결과가 어떻든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작품을 선택할 때도 자극적이고 뭔가 해야 될 게 많은 걸 선호했던 것 같아요.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비주류 역할에 호기심이 컸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안 보면 소용없더라고요. 그래서 타협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것 사이의 지점을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그리고 서른 살 때부터 20대보다 서른 살 이후의 제 모습이 더 좋았어요. 표정이나 연륜과 경력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저는 좋아요. 언제 또 늙기 싫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진 괜찮아요. 잘 예쁘게 나이 먹고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