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계산의 오류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넘지 말아야 할 숫자가 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이것 먼저 확인하느라 먹다 말고 숟가락을 내려놓게 만들 정도로 우리가 집착하는 칼로리 이야기다. | 건강,다이어트,칼로리,식이요법

몇 년 전, 하루 8백kcal 이하를 섭취하는 다이어트에 도전했던 에디터 J는 단기간에 놀라운 감량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절제된 식단을 중단하자마자 후폭풍으로 인해 다이어트 전보다 좋지 않은 몸 상태가 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다이어트에 실패했음에도 칼로리를 따지는 묘한 강박증이 생겼다는 것. “매일 마시는 커피조차 칼로리가 명시돼 있지 않으면 불안해요. 만약 편의점에서 저녁을 해결한다면 식품성분표에 적힌 칼로리 숫자를 꼭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고요.” 이는 비단 그녀에게만 나타나는 이상징후가 아니다. 미디어나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한의원, 헬스클럽에서는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식단 일기 앱 한쪽엔 항상 계산기가 있다. 일 년 3백65일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들이 이토록 칼로리 숫자에만 집착하게 된 이유는? 의 저자 조나단 베일러는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배출하는 칼로리가 많으면 살이 빠진다는 잘못된 통념 때문이에요. 뇌로 칼로리를 계산하면서 몸이 그것을 따라주기를 바라지만, 우리 몸의 메커니즘은 절대 수학적으로 돌아가지 않죠.”라고 말한다. WE클리닉의 조애경 원장 또한 칼로리를 맹신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칼로리는 어디까지나 일차원적인 척도일 뿐이에요. 섭취량을 줄이면 단기적인 다이어트 효과는 볼 수 있지만 장기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순 없죠. 오히려 요요 현상이 생겨 살 빼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어요.”“섭취하는 칼로리보다배출하는 칼로리가많으면 살이 빠진다는잘못된 통념 때문에칼로리에 집착하게 된거예요. 뇌로 칼로리를계산하면서 몸이 그것을따라주기를 바라지만,우리 몸의 메커니즘은절대 수학적으로돌아가지 않죠.”- 조나단 베일러칼로리를 맹신하는 현상이 얼마나 무지한 것인지 깨달았다면 식품성분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식품성분표에서 칼로리 숫자만 확인했다면 앞으로는 탄수화물(55~70%), 단백질(7~20%), 지방(15~30%)의 균형 상태를 잘 살피고 비타민과 무기질도 포함하고 있는지 확인할 것. 하나의 영양소에 치중하면 몸의 노화가 가속화되기 때문에 영양제라도 따로 섭취해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 현직 영양사의 충고다. 당류와 나트륨은 과다 섭취할 경우 다이어트와 건강에 적신호를 가져올 수 있으니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여러 가지 첨가물을 하나로 묶어 유화제, pH조정제, 향료 등으로 명시하거나 표시가 면제되는 성분도 있으니 실제 제품에는 더 많은 첨가물이 들어가 있음을 기억하자. 다음은 우리가 흔하게 저지르는 계산의 오류를 체크할 차례. 먼저 0kcal 식품이라고 안심해선 안 된다. 칼로리는 5kcal 미만, 3대 영양소는 0.5g 미만일 경우 ‘제로’라고 표기할 수 있다. 게다가 탄수화물과 당류는 따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은데 당류는 탄수화물의 일종이므로 함께 계산해야 한다. 영양소의 그램 수치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대부분 ‘1회 제공량’에 해당하는 수치이기 때문에 총 제공량이 2회, 3회라면 영양소를 2배, 3배 이상으로 과다 섭취 중인 거다. 식품성분표 말미에 따르는 글귀도 다시 보자. ‘( ) 안의 수치는 1일 영양성분 기준치에 대한 비율임.’ 대부분의 사람들은 A제품의 식품성분표에 지방 8g(16%)이라고 써 있다면 지방 8g이 A제품의 16%를 차지한다고 생각할 테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지방 8g은 1일 지방 성분 기준치 51g(2018년부터 54g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의 16%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방의 칼로리, 총 칼로리까지 고려해 계산한다면 지방은 A제품의 30~40%를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계산기가 필요한 시점은 바로 이때다.머리가 지끈거린다면 칼로리를 기준처럼 여기던 습관을 버리고 균형적인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힘쓰면 된다. 뉴욕주립대 건강과학센터 리처드 파인만 박사의 말처럼 1kcal는 1kcal가 아니다. 3백kcal의 야채와 3백kcal의 쿠키가 몸에 미치는 영향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식품성분표를 보는 것은 어차피 가공식품을 섭취한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지는 건 아닌지 반론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천연 재료로만 요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요리 재료조차 가공돼서 나오는 이 시대에 말이다. 단숨에 교과서적인 건강 식단으로 갈아타는 건 불가능하니 하나씩 천천히 바꿔볼 것. 우선 칼로리를 계산하던 습관부터 내려놓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