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LORAL GARDEN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올 시즌 플라워 모티프는 로맨틱함과 처연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다크 로맨티시즘으로 물들었다. | 2016fw,플로럴,다크로맨티시즘

달이 비칠 때면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꿉니다.별이 비칠 때면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눈동자를 생각합니다.그러기에 나는 밤새도록 애너벨 리의 곁에 눕는답니다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의 시구는 이번 시즌 다크 로맨티시즘을 대변하는 듯하다. 특히 그의 대표 시 ‘애너벨 리’에는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애달픈 마음이 처연한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어있다. 생전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음울함과 고혹미가 공존한 컬렉션을 선보였던 알렉산더 맥퀸처럼, 올 가을/겨울 시즌을 준비하는 디자이너들 또한 다시금 다크 로맨티시즘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이를 가장 손쉽고 아름답게 표현해준 매개체는 바로 플라워 모티프였다.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고 등장하는 ‘꽃무늬’지만, 보다 정교함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다크 로맨티시즘을 담아내기 위해 한 단계 진화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옷감 위에 플라워 패턴을 프린트했던 1차원적인 접근에서 벗어난 것. 표현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자카드, 브로케이드, 태피스트리, 레이스 등 제작 과정에서 무늬를 넣을 수 있는 소재 자체에 플로럴 모티프를 담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자수나 시퀸, 패치워킹과 같은 장식적인 요소로 플로럴 모티프를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실크 위에 플라워 모티프를 프린트하는 방식도 여전히 중요한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 모티프가 되는 꽃의 종류와 사이즈, 컬러, 그리고 표현 기법에 더 주목하기 마련. 꽃의 종류도 여성스럽고 고혹적인 느낌을 주는 장미, 백합, 작약, 팬지, 양귀비가 자주 등장했고, 물감으로 직접 그려 넣은 듯 실제 꽃 같은 느낌을 주는 모티프가 디자이너들의 사랑을 받았다.대표적인 예로 크리스토퍼 케인은 바짝 말린 드라이플라워, 또는 촉촉하게 비를 맞아 더욱 선명한 빛깔을 자랑하는 장미 프린트로 동화 같은 다크 로맨티시즘을 선보였다. 그의 프린트는 마치 생화 같은 싱싱함을 담았다는 것이 특징. 섬세함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로샤스의 알레산드로 델라쿠아는 소재 자체로 승부를 걸었다. “밝은, 하지만 빛과 같다”고 표현한 그의패브릭과 컬러 매치는 이번 컬렉션의 핵심과도 같았는데, 특히 모델이 걸을 때마다 하늘거리며 빛을 발했던 연보라색 꽃이 가미된 골드 브로케이드 드레스가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 이자벨 아자니를 뮤즈로 쇼를 완성한 안토니오 마라스는 백스테이지에서 다음과 전했다. “정상적인 것보다 광기가 더해진 상황 속에서 훨씬 더 흥미로운 일이 발생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한계가 없기 때문이에요. 장벽이 사라졌으니 어디든 갈 수 있죠.” 그가 선보인 광기 어린 무드는 실크와 벨벳, 브로케이드, 자카드 위에 담긴 플로럴 모티프와 한데 어우러져 드라마틱한 아름다움을 연출했다.“옷 입기에는 고결함과 고통스러움이 동반되죠. 저는 즐거운 것을 원했어요.” 이번 시즌 미우 미우 쇼에는 미우치아 프라다가 원했던 옷 입기의 즐거움이 곳곳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태피스트리 소재 재킷과 맥시스커트, 벨벳 소재의 롱 코트에 더해진 17세기 바로크풍 플라워 모티프는 엄숙하고 귀족적인 다크 로맨스를 선사했다. 지암바티스타 발리 역시 그의 주특기인 이브닝드레스에 플라워 모티프의 정교한 레이스, 자수 장식을 접목해 쿠튀리에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특히 에드워드 칼라가 특징인 레이스 드레스에 벚꽃이 프린트된 코트를 걸친 룩은 다크 로맨티시즘의 절정처럼 느껴졌다.강력한 페미니즘이 불어닥친 패션계에도 이처럼 드라마틱한 플로럴 프린트를입은 로맨티시즘은 여전히 팽팽하게 공존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할점은 햇살이 내리쬐는 정원의 화사한 꽃들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는 것. 어둠이내린 고성의 버려진 정원, 그 속에서 강인하게 피어난 한 떨기 장미, 이것이 바로 이번 시즌 플로럴 모티프를 대하는 자세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