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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의 단편집

폴란드 출신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두 번째 단편집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

프로필 by 안서경 2026.05.28

이야기의 이야기


소설 <방랑자들>을 쓴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단편집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가 국내 새롭게 출간됐다. 작가가 “서술자를 훈련시키기 위한 일종의 체육관 같은 책”이라 말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읽는 자와 말하는 자의 경계가 끝내 흐려진다.


지하철에서 첫 번째 단편을 펼쳤다. 주인공 C 역시 지하철에서 책을 펼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 C는 추리소설 애독자다.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중도에 포기하는 법이 없는 C이건만, 소설은 어떠한 사건이 일어날 기미 없이 흘러간다. 억지로 회차를 늘린 드라마처럼, 미스터리 스릴러의 분위기만 조성할 뿐이다. C는 인내한다. 화장실에서 두 페이지, 가족 약속을 다녀와서 몇 페이지씩 읽고 또 읽는다. 결국 그는 직접 소설 속으로 파고들어 등장인물들을 대면하기에 이른다.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서부터가 소설 속 소설인지 모호한 이야기. 폴란드 출신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소설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고, 존재와 환경의 가변성을 드러낸다는 평을 받는다. 1981년 비상계엄 선포 직전의 폴란드를 헤매는 영국인 교수, 홀로 춤을 추는 발레리나처럼 매력적인 서술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재편하는 데 재능이 있다. 표제작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에서는 특정한 설정 없이 평범해 보이는 인물이 그저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문장들로 채워진다. 첫 문장부터 “그러니까 내 모습은 이렇다”인 것처럼. 아파트 창문 너머로, 언어 수업에서 보이는 것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이 이어진다.

이 책은 토카르추크의 두 번째 단편집으로, 조각난 글들이 결국 하나로 수렴되는 이른바 ‘별자리 소설’ 형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열아홉 편 중 일부를 읽었을 뿐이지만, 소설을 읽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감각은 실로 10대 이후의 일이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는 듯 몰입하다가도 메타적인 관점으로 자유롭게 확장되고, 단호하지만 사려 깊게 나아가는 문장들이 템포를 알맞게 조율한다. 휴일에 넷플릭스 대신 펼쳐야 할 소설이 있다면, 이 책이다.

Credit

  • 사진/ 은행나무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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