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티파니앤코의 2026년 '블루 북' 컬렉션 공개됐다!

정원을 배경으로 새, 나비, 이파리 등 자연을 모티프로 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프로필 by 윤혜연 2026.05.22

INTO THE GARDEN


자연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티파니앤코는 그 침묵을 읽어 보석의 언어로 옮긴다. ‘2026 블루 북: 히든 가든(Hidden Garden)’은 그렇게 탄생했다.


생동감 있는 두 마리 새 사이에 22캐럿이 넘는 아콰마린을 세팅한 ‘버드 온 어 락’ 네크리스. 브로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

생동감 있는 두 마리 새 사이에 22캐럿이 넘는 아콰마린을 세팅한 ‘버드 온 어 락’ 네크리스. 브로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

철학자 칸트는 아름다움이란 대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감성과 이성이 만나는 순간에 비로소 탄생한다고 했다. 우리가 자연 앞에서 느끼는 숭고함은 꽃이나 나비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감각하고 해석하고 의미로 전환하는 인간의 능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티파니앤코의 ‘2026 블루 북: 히든 가든’은 정확히 그 지점에서 태어난 컬렉션이다. 자연의 숨겨진 정원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것이 아니라 189년의 감수성과 장인의 손을 통해 해석하고 재창조한, 그리하여 그 감동을 주얼리라는 언어로 타인과 나누는 작업이다.

봄 컬렉션은 총 아홉 가지로 전개된다. 나비가 깨어나고, 새가 날아오르고, 벌이 움직이고, 마침내 꽃이 피어나는 자연의 한 사이클이 주얼리로 다시 태어나는 여정이다. 시작은 나비다. ‘버터플라이(Butterfly)’는 파파라차 사파이어의 핑크・오렌지와 몬태나 사파이어의 데님 블루가 교차하며 날개의 연약하고도 찰나적인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나비는 동서양 문학에서 오래도록 변화와 재생의 상징으로 다루어져 왔다. 오비디우스는 그의 시 <변신 이야기>에서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 그 변화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고 했다. 번데기의 어둠을 지나 날개를 펼치는 나비야말로 그 서사의 가장 완전한 형상이다. 일부 펜던트를 브로치로 바꾸어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컬렉션은 형태가 고정되지 않고 스스로 변한다. 나비처럼 말이다.

‘모나크(Monarch)’는 그 변신을 더 장엄한 스케일로 펼친다. 군주라는 이름을 가진 나비답게, 모나크 버터플라이는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대륙을 건너는 생명력으로 알려져 있다. 슐럼버제의 유서 깊은 네크리스에서 영감을 받아, 뒤엉킨 덩굴과 조형적인 잎사귀를 플래티넘과 18K 옐로 골드의 바이메탈 기법으로 재해석했다. 티파니앤코는 그 위엄을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빚어, 슐럼버제의 유산을 박물관의 유리 너머가 아니라 살아 있는 형태로 되돌려놓는다.

날개가 대지를 떠나면, 새들의 차례가 된다. ‘버드 온 어 락(Bird on a Rock)’에서 한 마리 새는 진귀한 산타마리아 컬러의 브라질산 아콰마린 위에 고요히 앉아 있다. 릴케는 사물을 오래 바라보는 행위 자체가 그것을 새롭게 존재하게 만든다고 했다. 22캐럿이 넘는 아콰마린 위에 새 한 쌍이 세팅된 네크리스는 브로치로도 착용 가능하며, 보는 방식이 달라질 때마다 그 존재감도 달라진다.


바람에 휘날리는 듯한 잎사귀의 움직임을 구현한 ‘팜 트리’ 브로치. 상상력을 자극하는 브로치 시리즈를 통해 ‘버드(새)’ 서사를 이어가는 티파니. 사진 속 피스는 극락조를 모티프로 했다. 나비를 모티프로 한 브레이슬릿. 플래티넘・ 18K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새 형상은 상상의 영역으로 번진다. ‘파라다이스 버드(Paradise Bird)’는 극락조를 브로치 시리즈로 펼쳐낸다. 파이어 오팔, 루벨라이트, 블루 캘세더니, 스페사르틴 가닛이 각각의 개성으로 새 형상을 완성하고, 깃털마다 예상치 못한 젬스톤 조합이 생동감을 더한다. ‘패럿(Parrot)’은 슐럼버제가 1960년대에 만든 앵무새 브로치에서 출발한다. 파요네 에나멜로 표현된 깃털이 비행 중인 날개의 움직임을 담아내며, 새들의 여정을 마무리 짓는다.

새가 날아든 정원에는 생명을 잇는 존재가 있다. ‘비(Bee)’는 슐럼버제의 ‘투 비즈 링’을 재해석한다. 육각형이라는 자연의 가장 효율적인 구조 안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되고, 그 중심을 숨겨진 벌 모티프가 감싼다. 숨겨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벌이 꽃가루를 옮기면, 마침내 정원이 피어난다. ‘재스민(Jasmine)’은 1961~

1962년의 슐럼버제 디자인을 플래티넘 브레이딩과 격자 모티프로 재해석했다. ‘마거리트(Marguerite)’는 같은 꽃을 두 가지 언어로 말한다. 핑크 사파이어로는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로는 꽃의 형태를 해체하여 대담하게. ‘블룸(Bloom)’은 꽃이 피어나기 직전의 찰나를 포착하며, 컬렉션에서 유일하게 전체를 18K 옐로 골드로 완성했다. ‘트윈 버드(Twin Bud)’는 꽃봉오리 두 개가 플래티넘 덩굴 위에 찰나처럼 머문다. 봄 컬렉션의 대미는 ‘팜(Palm)’이 장식한다. 잎사귀 사이로 빛을 머금은 루비가 모습을 드러내고, 다이아몬드가 폭포처럼 흐르는 또 다른 해석에서는 햇빛 속에서 살랑이는 야자나무 잎의 광채가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깨어남에서 시작된 여정이 만개로 끝을 맺는다.

다시 한번 칸트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미적 판단이 보편적일 수 있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통하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지식이나 교양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감각의 능력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컬렉션은 어쩌면 그 능력을 시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연을 해석하고, 그 해석을 보석으로 빚어, 낯선 사람의 몸 위에 올려놓는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이미 같은 정원 안에 있다.


육각형 구조 안에 오벌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링. 잎사귀와 덩굴을 모티프로 한 사파이어・다이아몬드 세팅 네크리스 제작 과정. 잠비아산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가 조화로운 이어링.

Credit

  • 글/ 김민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Tiffany&Co.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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