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VOICES (1)
독창적 시선으로 채워진 2026 S/S 서울 패션위크.그 무대를 빛낸 디자이너 네 명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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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VOICES
독창적 시선으로 채워진 2026 S/S 서울 패션위크.그 무대를 빛낸 디자이너 네 명의 이야기.



GWON BONGSEOK for BLR
하퍼스 바자 <바자>와 첫 만남이에요. 소개 부탁해요.
권봉석 1989년생으로,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LCF)에서 남성복 석사를 이수한 뒤 2019년 BLR을 시작했어요. 지난 7년간 데님을 축으로 다양한 실험을 이어왔고 에이티즈,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등 아티스트 무대의상을 디자인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죠. 현재 리복, 이스트팩, 트루릴리전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하퍼스 바자 BLR을 론칭한 지 어언 7년 차입니다. 돌이켜보니 어때요?
권봉석 초창기에는 단순히 옷을 잘 만드는 방법에 집중했다면 요즘은 브랜드가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고민해요. 공간과 음악까지 아우르며 BLR의 세계를 하나의 서사로 구축하는 데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제는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하퍼스 바자 최근 공개한 2026 S/S 컬렉션은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권봉석 청춘들이 ‘방’이라는 제약적 공간에서 마주하는 고립과 불안, 그 속에서 피어나는 성장에 대한 거예요. 혼자 있는 방은 세상과 단절된 듯 보이지만 작은 감정들이 파동처럼 번져 결국 세상 밖으로 나아가게 하죠. 그래서 이번 컬렉션은 소리치기보다는 속삭임에 가까워요. 그 속삭임이 더 오래, 깊게 울려 퍼지길 바랐어요. ‘고립’과 ‘울림’이 핵심 키워드라고 설명하면 쉽겠네요.
하퍼스 바자 고립과 울림, 그 가치를 어떻게 옷으로 구체화했나요?
권봉석 고립은 장식을 덜어내며 단순화한 옷의 형태로, 마치 방 안에 홀로 있는 듯 고요한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했어요. 반면 구조적 절개와 주름 디테일, 원단을 겹친 디자인으로 울림을 구현했죠. 작은 움직임에서 공간감이 생기고,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도록 말예요. 그러데이션 워싱과 염색 기법, 다양한 텍스처로 시각적 파동 또한 더했죠.
하퍼스 바자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도전적이었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권봉석 덜어내는 것. 그러나 결국 핵심은 BLR의 톤을 지켜내야만 했어요. 이전 시즌은 디테일과 장식의 힘이었으니, 정반대인 셈이죠.
하퍼스 바자 BLR의 정체성은 다름 아닌 데님이에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죠. 데님은 많은 브랜드가 사용하는 소재인 만큼 매 시즌 고민도 많겠어요.
권봉석 여전히 주요 소재지만, 데님처럼 보이는 대체 소재를 과감히 섞었어요. 면, 나일론, 리넨에 데님 기법을 적용해 착시 효과를 주거나 페이크 레더와 함께 워싱해 질감의 충돌을 만들었어요. 예상치 못한 조합에서 생기는 무게감이 이번 실험의 핵심이에요.
하퍼스 바자 BLR은 매스큘린한 시그너처 무드도 유지하고 있어요. 최근 트렌드 변화 속에서 이 같은 스타일 코드를 어떻게 유지하나요?
권봉석 오히려 더욱 확고히 하고자 해요. 실루엣 자체보다 옷이 주는 무게감을 중시하며, 착용감은 가볍지만 묵직한 분위기를 주는 원단, 미묘한 색감 차이로 강약을 조율하는 거죠.
하퍼스 바자 이번 서울 패션위크 현장에서 들은 피드백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무엇인가요?
권봉석 여러 국내 바이어가 “상업성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균형이 잘 맞았다”고 말해줬어요. 해외 바이어들 역시 “BLR의 미니멀한 접근이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는 반응을 줬고요. 특히 일본 관계자는 “데님 브랜드의 정체성이 이번 시즌에서 선명히 드러난다”고 했는데, 제게 너무 소중한 칭찬이었어요.
하퍼스 바자 BLR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요.
권봉석 ‘감정을 옷으로 보여주는 브랜드’. 단순한 스타일이 아닌, 순간의 감정으로 기억되길 바라요. BLR이라는 이름을 ‘blur(흐릿해지다)’에서 따온 것도 불완전하고 모호한 순간과 감정까지 담고자 해서죠.
하퍼스 바자 당신이 디자이너가 되는 데 가장 영향을 미친 인물은 누구인가요?
권봉석 마틴 마르지엘라. 그의 작업을 보며 옷이 단순한 아이템을 넘어 감정과 개념을 담는 매체가 될 수 있음을 배웠죠.



JEONG SUNGWOO & MYEONG HAEUN for Grace Elwood
하퍼스 바자 그레이스 엘우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명하은 저희 영문 이름을 합친 브랜드에요. 삶 속 경험과 감각을 담아내고 싶었죠. 사람처럼 브랜드도 하나의 모습으로 설명할 수 없듯, 그레이스 엘우드 역시 로맨틱하지만 어긋나 있고 정제돼 있지만 펑크한 이중적 매력을 좇아요. 익숙함 속 낯선 아름다움을 찾는 해체주의적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를 제안하는 것이 그레이스 엘우드의 정체성이죠.
하퍼스 바자 두 사람이 함께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역할은 무엇인가요?
정성우 회사 생활 중 내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퇴근 후 패턴을 뜨고 주말엔 무료 재봉실에서 샘플을 만들며 3년간 60피스를 쌓았죠. 그러던 어느날 틈틈이 작업한 룩북을 SNS에 올리자 반응이 좋았어요! 이를 계기로 하은이가 그레이스 엘우드 전개에 전념했고, 반년 후 제가 합류하게 됐죠. 서로 선호하는 디자인 영역이 달랐지만, 지금은 함께 맞추며 서로의 디자인을 더 좋아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어요.
하퍼스 바자 그레이스 엘우드는 K-팝 아이돌 무대의상으로 명성을 알렸고, 이번 시즌 처음 패션위크에 참여했어요. 어떤 계기에서인가요?
정성우 우리의 세계를 오프라인에서 선보이고 싶었어요. 작업실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공간을 만들고 음악, 레퍼런스, 아트 북과 소품까지 최대한 담았죠. 설치부터 철거까지 직접 경험하며 앞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어떻게 개선할지 배웠어요.
하퍼스 바자 그날 공개한 2026 S/S 컬렉션을 소개해주세요.
명하은 이번 컬렉션 주제 ‘SLIP’은 완벽해 보여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작은 허점과 그 매력을 담았어요. 퇴근 후 흩어진 옷가지나 살짝 삐져 나온 셔츠와 넥타이 같은 일상 속 디테일을 우리 시선으로 재해석했죠. 그런 작은 순간들을 담아 열정적이고 개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퍼스 바자 그레이스 엘우드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디테일과 이번 시즌 실험적 시도는 무엇인가요?
명하은 컷아웃과 장식, 해체주의적 테일러링, 로맨틱한 펑크 무드가 결합된 실험적 요소를 시도했어요. 디테일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담아, 익숙한 형태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했어요.
하퍼스 바자 전 세계적으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특히 그레이스 엘우드는 셀러브리티 포트폴리오가 많은 만큼, 해외 바이어와 고객의 관심이 집중됐으리라 예상해요. 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정성우 K-문화가 주목받는 시기라 감사한 마음이 커요. 셀러브리티와의 인연 덕에 세일즈와 스토리텔링이 풍성해졌죠. 특히 이번 시즌엔 치맛단이나 티셔츠 소맷단에서 살짝 삐져 나온 디테일, 흩어진 옷가지를 형상화한 실루엣이 주목받았어요. 이 외에도 “앞으로 더 잘될 것 같다”는 단순한 피드백조차 큰 힘이 됐어요.
하퍼스 바자 한국 패션의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명하은 유연한 감각과 완성도, 독창적 디자인.
하퍼스 바자 앞으로 그레이스 엘우드가 지향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정성우&명하은 디자이너로서 그레이스 엘우드를 파리 패션위크에 올리는 것이 목표예요. 누군가에게 ‘디자이너의 정수를 담은 옷’을 선사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천천히 멀리 나아가야죠.
하퍼스 바자 두 사람은 부부예요. 사적인 삶과 업무를 구분하는 방식은 무엇인가요?
정성우&명하은 사실 구분할 게 없어요. 처음엔 어려웠지만 함께라서 좋은 점이 더 많아요. 낙담할 때도, 기쁨을 나눌 때도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해요.
Credit
- 사진/ ⓒ BLR, Grace Elwood, ⓒ Arts De Base, Ceeann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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