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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위그의 아시아 첫 전시 리미널이 서울에 상륙했다

보테가 베네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7월 6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 열린다.

프로필 by 윤혜연 2025.03.25

BEYOND THE NEEDLE


피에르 위그의 아시아 첫 전시 «리미널(Liminal)»이 서울에 상륙했다. 보테가 베네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7월 6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 열린다.


브랜드 이름은 곧 철학이다. ‘보테가(Bottega)’는 장인의 공방을 뜻하고, ‘베네타(Veneta)’는 예술과 문화가 흐르는 베네치아를 의미한다.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 창조적 사고와 예술, 전통과 혁신이 어우러지는 무대. 보테가 베네타는 그 이름처럼 장인의 손길에서 시작해 감각과 이야기를 직조하며 그들만의 유산을 이어왔다.

다양한 분야의 문화적 지원을 브랜드 핵심 가치로 삼아온 보테가 베네타. 오랜 기간 시각예술, 건축, 춤, 인쇄물 등에서 예술적 행보를 펼쳐왔다. 2021년부터 시작한 ‘보테가 포 보테가스(Bottega for Bottegas)’ 캠페인이 그 예다. 이는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은 전 세계 소규모 공방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매년 연말 여러 장인의 수공예품을 소개하며 공방과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를 잇고 있다. 또 ‘베네치아 댄스 비엔날레 프로젝트’를 통해 퍼포먼스 의상을 지원하며, 2023년에는 독립출판물 <마그마(Magma)>를 창간해 조르주 바타유의 <도퀴망>(1929), 앤디 워홀의 <인터뷰>(1969) 등 예술 인쇄물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와의 만남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자연스레 이어졌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만드는 피에르 위그, 그리고 장인의 손길을 통해 평범한 물질을 새롭게 풀어내는 보테가 베네타. 서로 다른 영역에 있지만 어쩐지 서로 닮아 있는 이들의 협업이 서울에서 이어져 반갑다. 하우스가 리움미술관과 두 번째 파트터십을 맺으며, 피에르 위그의 개인전 «리미널(Liminal)»을 후원하는 것. 지난해 베니스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에서 시작된 인연이 지속되는 셈이다. 특히 이번 서울 전시는 피에르 위그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라 뜻깊다.

1962년 파리에서 태어난 피에르 위그는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현대미술의 고정된 형식을 해체하고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탐구해온 작가다. 그의 전시 «리미널» 역시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의존적 관계에 대해 질문한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시각화하며,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적 환경을 제안하면서. 예를 들어 동명의 작품 <리미널>에는 얼굴 없는 인간 형상이 등장하는데, 이 형상의 움직임과 시선은 센서가 포착한 주변 환경 데이터를 바탕으로 완성된다. 현실과 가상의 조우. 여기에 보테가 베네타가 힘을 보탠다. 이번 전시 작품 <이디엄(Idiom)>의 의상을 제작하며 예술과의 대화를 한층 확장한다.

장인 공방에서 출발한 보테가 베네타가 동시대 현대 예술의 실험실로까지 그 지평을 넓히고 있다. 장인의 손길과 예술적 탐구가 맞닿는 순간, 그 공간은 단순한 ‘공방’이 아니라 창조적 사고가 펼쳐지는 무대가 된다. 그 여정을 직접 마주하고 싶다면, 리움미술관에 들러보자.

Credit

  • 사진/ 레스 ⓒ 리움미술관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