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먹어도 살이 안빠져? 다이어트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다이어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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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와 헤어질 결심
두 달 동안 10kg을 감량했다. 하지만 불과 세 달 만에 15kg이 쪘다. 그렇게 또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오늘도 살을 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다이어트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라며 일침을 가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평생을 찾지 못했던 해답, 이번에는 찾을 수 있을까?
기사를 통해 여러 번 밝혔다시피 나는 다이어터다. 성공과 요요라는 무한 굴레에 갇힌 ‘평생이’ 다이어터. “지금도 다이어트 중?” “또야?” 친구나 지인을 만나면 늘 듣는 안부 인사다. 정확히 말하면, 2024년 12월 31일까지도 삭센다 주사를 배에 꽂았고, 새해를 맞아 용하다는 다이어트 한약을 조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문득 자괴감이 밀려왔다. 2024년으로 넘어가는 때에도, 재작년에도, 그 전의 전년도에도 다이어리 첫 줄엔 어김없이 같은 목표 체중이 적혀 있었으니까. ‘쟤도 많이 먹는데 왜 나만 쪄?’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가, ‘이렇게 처(!)먹으니까 찌지’라며 자책했고, ‘다이어트는 평생 숙제’라고 자기합리화를 해보다가도, ‘풀 수 있는 숙제는 맞아?’라는 의구심을 품으며 20년을 보냈다. 바디 포지티브(Body-Positive) 기사를 쓰면서도 정작 내 몸을 긍정하지 못했고, 체중계 숫자가 오늘의 운세인 양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했다. 이제는 정말 벗어나고 싶다. 이 지긋지긋한 다이어트 굴레에서!
‘요요 인간’의 다이어트 루틴을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먼저 짧고 굵게(!) 감량 목표와 기간을 설정한다. 제주도 여행까지 -7kg, 여름 전에 -20kg, 친구 웨딩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3kg, 최애를 만나기 위해 -5kg. 하지만 ‘먹는 게 곧 행복’인 나로서는 식욕을 억제할 도우미가 필요했고 한약, 양약, 최근엔 삭센다가 그 역할을 해주었다. 성공의 단맛은 통장의 월급만큼이나 잠시뿐. 결과는 늘 뻔했다.
이벤트가 끝나는 순간이 곧 폭식의 시작으로 결국 ‘다이어트하기 전이 제일 날씬했음’을 자책하며 또 다시 유행하는 다이어트를 찾아나선다. 물론 내 방법이 건강에 썩 좋지 않다는 건 안다. 그런데 그래서 뭐? 결국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거 아니야?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살이 빠진다는데, 운동은 영 체질에 안 맞으니 초절식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그러나 내가 만난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살을 빼는 목적부터 방법까지 모두 잘못되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한다. 지금까지 내가 다이어트에 실패할 수밖에 없던 이유들, 그리고 다이어트를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할 것들.
많이 먹어서 살이 찌는 게 아니야
듣던 중 반가운 얘기지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나 역시 그랬다. 아니, 여러 매체를 통해 고열량 식사가 비만의 원인이 아니란 걸 접했음에도 여전히 칼로리를 따지고, 많이 먹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과거에는 비만의 원인을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서 생긴 잉여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된 결과라고 여겼습니다. 아니, 여전히 그렇게 바라보고 있죠. 하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비만은 많이 먹어서 혹은 운동을 안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몸이 망가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질환이죠. 건강한 몸은 과식이나 폭식이 쉽게 일어나지도 않지만, 어쩌다 과식을 해도 살이 찌지 않아요.” 34년간 비만 치료를 해온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용우의 설명. ‘탱자마미’ 식단을 개발한 다이어트 전문가 홍민영도 같은 의견이다. “몸이 고장 나서 식욕 제어가 안 되는 것인데 칼로리만 계산해서 무리하게 적게 먹으면 결국 억눌린 식욕을 이겨내지 못하게 되죠. 의지력 부족이 아니에요. 무엇보다 조금 먹으면 몸은 즉각적으로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고, 이는 섭취 열량이 늘어나도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요요 현상은 지속적인 저칼로리 식단의 결과물이에요.” 많이 먹지 않는데도 살이 찐다고 느끼는가? 기분 탓이 아니다. 몸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체중계 숫자에 집착해선 안 돼
박용우는 그의 저서 <내 몸 혁명>에서 이렇게 묻는다. “체중(kg)을 키(cm)의 제곱으로 나눈 BMI 지수는 비만이지만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정상인 사람과 BMI는 정상 범위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당뇨 전 단계인 사람 중 누가 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할까?”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을 터. 체중계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홍민영 역시 다이어트의 목적이 단순한 체중 감량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감량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몸무게에 집착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결국 포기하기 쉽죠. 체중은 그 시각의 수분 함량, 호르몬 변화, 근육의 움직임 등을 반영합니다. 즉, 시시각각 바뀔 수 있죠. 체중계를 치우세요. 일주일 혹은 한 달에 한 번 줄자로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거나 사진으로 몸의 변화를 기록하세요.” 그는 체중계 숫자가 아닌 건강한 습관을 형성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제 탄수화물이 주범
그렇다면 우리 몸은 왜 어떻게 망가졌을까? 전문가들은 나쁜 음식, 특히 정제 탄수화물의 과잉 섭취를 지목한다.
탄수화물은 소화 과정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관으로 흡수된다. 이때 몸은 항상성(생존에 필요한 안정적인 상태를 능동적으로 유지하는 과정)에 따라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세포로 이동시켜 혈당을 낮춘다. 하지만 밥과 디저트, 달달한 음료까지 쉬지 않고 먹어서 세포 내에 당이 포화 상태라면? 인슐린은 잉여 포도당을 글리코겐과 지방 형태로 저장한다. 이때도 항상성은 발동한다. 지방이 계속 축적되는 걸 막기 위해 그만 먹으라는 신호(렙틴 호르몬)를 보낸다. 하지만 세상엔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가? 이를 무시하고 더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한다면? 화가 난 지방세포가 인슐린의 역할(포도당을 혈액에서 세포로 이동시키는 일)을 방해하게 되고,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인슐린저항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인슐린저항성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혈액 속에 포도당이 넘쳐나지만 세포가 연료를 공급받지 못해 지속적으로 당을 갈구한다. 그렇게 과식과 폭식을 유발한다. 지방 조직에도 기능 이상이 생긴다. 인체는 혈당이 떨어지면 비축해두었던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쓰게 되는데, 혈액에 당이 넘쳐 지방을 소모하지 않는 것.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지방을 꺼내 쓰는 기능이 저하되고, 결국 체지방과 체중이 늘게 된다. 그 밖에도 배부름을 느끼게 하는 렙틴 호르몬의 신호에 둔감해져 배가 불러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한다.
* 다이어트를 성공하기 위해선 체중이 증가하고 감소하는 과정을 명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히 설명했으나, 인체는 한 페이지로 서술할 수 없을 만큼 유기적이고 복잡한 존재다.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바란다면 <내 몸 혁명> <The New 다이어트 바이블>과 같은 책을 정독하자.
‘잘 먹는’ 단식이 필요해
전문가들은 고장난 몸을 치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단식을 꼽는다. 음식이 들어오지 않으면 인슐린 수치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체내에 축적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게 된다. 하지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음식을 먹는 시간에는 충분히 잘(!) 먹어야 하는 것. 단식이 1일 1식이나 저칼로리 식단과는 다른 이유다. “조금씩 틈틈이 먹으면 몸은 기초대사량을 낮추고 체지방 창고를 닫아버립니다. 그러나 음식을 완전히 끊으면 얘기가 달라지죠. 단식이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체지방을 꺼내 연료로 사용해야겠다고 태세 전환을 해요. 지방은 이미 몸에 충분한 상태이니 굳이 기초대사량을 낮춰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식욕을 증가시킬 필요가 없게 되죠.” 홍민영의 말. 박용우 역시 단순히 아침을 거르거나 저녁을 굶는 방식으로 간헐적 단식을 한다면 그건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경고한다. “먹는 시간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집중 치료의 시간
“비만은 질병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해야 하는 만성질환이죠. 나이가 들수록, 시기가 늦어질수록 예전의 체중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어려워져요.” 이에 박용우는 한 달, 홍민영은 3주, <The New 다이어트 바이블> 저자 이기수는 약 두 달간의 집중 치료 기간을 제안한다. 또한 다방면으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심장 질환을 치료할 때 심장은 물론 혈액, 간, 췌장까지 전방위적 처치가 이뤄지듯 비만 역시 여러 측면에서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12시간 이상 간헐적 단식, 정체 탄수화물 섭취 제한과 함께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 7시간 이상 숙면, 운동(전문가마다 강도 차이 있음) 등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Credit
- 사진/ 안주영
- 모델/ 김도현
- 헤어/ 도연
- 메이크업/ 이준성
- 스타일리스트/ 고동휘
- 프롭 스타일리스트/ 김영미
- 어시스턴트/ 박진경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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