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홍콩에서 만난 지드래곤, 휘트니 피크 그리고 샤넬

샤넬의 2024/25 크루즈 컬렉션이 화려하게 수놓은 홍콩의 밤.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순간으로 초대한다.

프로필 by 서동범 2024.11.26
홍콩의 밤 풍경. 쇼 직후 애프터 파티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펼쳐졌다.
유럽을 비롯해 중동과 아시아를 해상으로 이으며, 동서양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동적인 매력의 두 도시 마르세유와 홍콩. 샤넬이 지난 5월 남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선보인 2024/25 크루즈 컬렉션의 레플리카 쇼를 닮은 듯 다른 도시 홍콩에서 재현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설계한 마르세유의 현대 건축물 시테 라디외즈 아트센터(Centre d’art de la Cite Radieuse)에서 첫선을 보인 크루즈 컬렉션을 정관오 지역에 위치한 홍콩디자인학교(Hong Kong Design Institute)에서 다시금 공개한 것.

하우스의 전통과 스포티즘이 어우러진 샤넬의 2024/25 크루즈 컬렉션 샤넬의 앰배서더이자 배우 휘트니 피크가 ‘라디오 샤넬’에서 대화 중이다. 샤넬 토크에 초정된 예술계 인사들. 샤넬 토크에 초정된 예술계 인사들. 하우스의 전통과 스포티즘이 어우러진 샤넬의 2024/25 크루즈 컬렉션 하우스의 전통과 스포티즘이 어우러진 샤넬의 2024/25 크루즈 컬렉션
해가 지고 쇼장에 스포트라이트가 켜지자 게스트를 처음으로 맞이한 것은 영화 <Modern Flirt>가 상영되는 공간이었다. 이는 프랑스 출신의 감독이자 하우스의 프렌즈 오드리 디완(Audrey Diwan)이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단편영화로, 홍콩 배우 원예림과 프랑스 배우 벤자민 부아쟁(Benjamin Voisin)이 주연을 맡았다. 쇼에 앞서 학교 앞 광장에서는 특별 프로그램인 ‘라디오 샤넬(Radio Chanel)’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샤넬의 앰배서더들과 홍콩의 신진 아티스트가 모여 창작과 전승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것. 이후 빠른 비트의 음악이 쇼의 시작을 알리며 바다와 도시에서 영감을 얻은 스포티즘과 하우스의 전통이 어우러진 룩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린 컬러의 샤넬 수트와 1960년대를 연상시키는 드레스 룩을 선두로 후디, 스웨트셔츠, 자수 디테일을 넣은 버뮤다팬츠와 바이커 쇼츠 그리고 오버사이즈 바시티 재킷 등 쉽게 볼 수 없던 스포티 룩이 눈에 띄었다. 리틀 블랙 드레스는 저지 소재의 뷔스티에와 작은 꽃 장식이 달린 수영복의 톱으로 재해석되었고, 해안기 생물 모티프의 다채로운 액세서리와 플랫폼 솔을 적용한 타월 소재의 플립플롭 등은 당장이라도 해안가로 달려가고 싶은 기분이 들게 했다. 쇼 직후 이어진 애프터 파티는 이번 이벤트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앙젤(Angele)과 세바스티앙 텔리에(Sebastien Tellier)가 듀엣을 선보이고, 배우 겸 하우스의 프렌즈 나탈리 수(Natalie Hsu)가 마르세유국립발레단의 (라)오르드((LA)Horde) 및 홍콩의 댄서들과 특별 공연을 선사했다. 이후 가수 칼라이(Kalai)와 DJ 수베즈 예티(Subez Yeti)의 무대가 이어졌고 샤넬의 앰배서더인 지드래곤, 휘트니 피크도 함께해 분위기를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한편 쇼 당일 아침에는 홍콩의 패션·예술·디자인·경영 학교 학생 5백50여 명을 비롯해 6백80명 이상의 게스트가 홍콩디자인학교에서 열리는 샤넬 토크에 초청되었다. 이번 행사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 중 하나로,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Bruno Pavlovsky)와 함께 앰배서더 페넬로페 크루즈, 하우스의 프렌즈이자 이번 쇼를 위한 영상을 제작한 오드리 디완, 배우 원예림 등이 참석했으며, <모노클> 매거진의 창립자이자 편집장인 타일러 브륄레(Tyler Brule)가 진행을 맡았다. 이날 토크에서는 홍콩의 예술계, 여행과 만남이 창작에 주는 영감, 신예 지원의 필요성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되었다. 또한 홍콩디자인학교의 학생인 테오와 키스가 샤넬이 후원하고 다양한 전공 학생들이 참여하는 전시 «상상의 어딘가(Imagine an Elsewhere)»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며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오래전부터 홍콩은 영화·음악·무용·예술·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풍성한 문화유산을 자랑하며 에너제틱한 창작 활동의 중심지로 자리하고 있다. 패션쇼, 다채로운 이벤트, 파티까지 샤넬 2024/25 크루즈 컬렉션을 중심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예술계 인사들이 서로 교류하고 노하우를 전승하며 샤넬과 홍콩과의 오랜 인연을 기념한 뜻깊은 자리였다.

Credit

  • 사진/ ⓒ Chanel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