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지금 주목해야 할 런던 디자이너 5
2025 S/S 런던 패션위크에서 만난 뉴젠(NEWGEN) 디자이너는 저마다 어떤 세계를 펼쳐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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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패션 위크 중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시’라는 수식어 뒤에는 ‘뉴젠’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따라온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정제되지 않은 자유로움이 묻어나오는 런던, 패션 신을 이끌어 갈 차세대 디자이너를 꿈꾸는 자라면 누구나 뉴젠(NG)이 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세대(New Generation)의 약자 뉴젠(NEWGEN)은 재능 있는 젊은 인재에게 디자이너로서 자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해 매년 영국 패션 협회 (British Fashion Council)가 후원하는 프로젝트이다. 뉴젠으로 선정된 디자이너는 재정적 지원은 물론, 업계 전문가로부터 비즈니스 구조와 운영 방식, 지속 가능성에 관한 멘토링을 1:1로 받을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매력적인 것은 런던 패션 위크 런웨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 약 £80,000 상당의 전방위적 지원에는 제작, 조명, 좌석, 음향, 보안 등이 포함된다. 창의성, 독보적인 미학 그리고 차별성—세 가지 항목으로 평가되어 발탁된 2024/25 뉴젠 디자이너는 총 20명, 이 중 2025 S/S 런던 패션위크에서 <바자>의 레이더에 포착된 신진 디자이너 5명을 소개한다.
경쾌한 색채와 재기발랄한 디자인으로 젊음의 패기를 보여주던 쳇 로(Chet Lo)가 진중하고 차분하게 돌아왔다.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전하는 헌사이기 때문일까, 만져보고 싶은 뾰족한 3D 텍스처는 여전했지만, 새로운 형태와 질감에는 애정과 존경이 묻어난다.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의 선구자이자 최고 권위자까지 오른 쳇 로의 어머니, 마이와 청(Mai-Wah Cheung). 이제는 예술가이자 교육자로 살아가는 그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스며들었다. 컴퓨터의 일시적인 오동작에서 보이는 글리치(glitch)를 형상화한 패턴부터 화가로 전향한 어머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과일 모티프, 고요한 색감에서 나오는 기품까지. 화려한 기교는 덜어냈지만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남긴 피날레에서 쳇 로의 미래를 짐작해 본다.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탐구하고 신화적 요소를 가미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디 펫사(Di Petsa). 순수예술과 행위예술을 전공한 그리스 출생의 디자이너 디미트라 펫사는 퍼포먼스로 관중들의 눈앞에 신화 한편을 옮겨놓는다. 아리아드네와 테세우스의 신화에서 시작된 이번 컬렉션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나 몽환적인 걸음으로 나타난 모델들의 퍼포먼스. 이들은 강렬한 태양을 피하고자 손으로 햇빛을 가리는 듯한 동작을 취하기도 하고, 붉은 실에 묶여 어디론가 사라지기도 했으며,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밀어내고 껴안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욕망과 상실, 그리고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엿볼 수 있는 컬렉션에서 마주한 여름의 조각들. 태양에 그을린 피부와 물에 젖은 듯한 시그니처 '웻룩(Wet Look)', 그리고 모래에 엉킨 머리카락까지, 디 펫사가 펼쳐낸 여름 신화를 감상해 보길.
2023 브릿 어워즈에서 파격적인 패션으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샘 스미스를 기억하는가. 광택 가득한 라텍스에 공기를 주입해 독특한 실루엣을 실현했던 ‘그’ 피스 말이다. 혁신적인 기술로 끝없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맨즈웨어 디자이너 해리(HARRI)의 첫 여성복 컬렉션을 만나보자. 세상의 종말을 암시하는 어두운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낸 실루엣은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을 동시에 투영하며 이질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전통과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방향을 탐닉하는 해리의 행보를 기대하도록.
갓 졸업한 젊은 인재를 지원하는 패션 이스트의 둥지를 벗어나 뉴젠 디자이너로서 첫 솔로 무대를 선보인 요아나 파브(Johanna Parv). 그의 옷은 단순하지만 복잡하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 요소를 모던하고 똑똑하게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만 거기에 기능적인 요소까지 겸비했으니,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매력적인 스포츠웨어가 있을까. 모델들은 자켓을 벗어 바지 뒤에 꽂아 넣었고 (마구잡이식이 아닌 아주 스타일리시하게), 가방은 팔이 아닌 목으로 옮겨졌으며, 어깨와 팬츠의 트임은 상쾌한 공기를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다. 뻔하디뻔한 라이딩 룩을 벗어나고 싶다면 요아나 파브를 주목해라.
2024 LVMH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파올로 카르자나(Paolo Carzana)가 자신의 컬렉션을 선보이고자 선택한 곳은 해크니에 위치한 자신의 집 뒷마당. 부모님과 함께 가꾼 작은 정원은 핸드메이드 컬렉션 속에 담긴 그의 상상을 실현하기에 충분했다. 허영심으로 가득 찬 세상이 끔찍하다고 말하는 파올로. 쇼의 시작을 알리며 등장한 ‘나르시스’는 자기 자신에게 사랑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물에 비친 자신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리곤 그가 걸어가는 런웨이 위를 다른 이들을 위해 밝혀주었다. 인디고와 히비스커스로 염색한 푸르고 붉은 색, 강황과 블랙 티로 만든 이끼처럼 차분한 그린, 로그우드와 블랙 월넛, 코치닐을 조합해 흙색 빛이 도는 퍼플. 천연 재료로 염색한 오가닉 원단들에서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진심인 것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작업을 펼칠 수 있는 데는 뉴젠 프로젝트를 비롯해 도움을 주는 모든 사람 덕분이라고 말하는 파올로. 이타적 삶과 그의 옷은 평행한 길을 걷고 있다.
맞고 틀리고의 정답은 없지만 언제나 해답은 존재하는 패션. 흰 도화지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어떤 정의를 써 내려갈지 궁금해지는 차세대 디자이너의 행보를 주목하길.
1. 니트웨어의 색다른 변주 / 쳇 로(Chet Lo)

















2. 꿈과 현실의 희미한 경계 / 디 펫사(Di Petsa)












3. 하나의 소재, 무한한 형상 / 해리(HARRI)














4. 동시대의 출근 룩 / 요아나 파브(Johanna Parv)

요아나 파브 SS25 런웨이







5. 이타적 아방가르드 / 파올로 카르자나(Paolo Carzana)












맞고 틀리고의 정답은 없지만 언제나 해답은 존재하는 패션. 흰 도화지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어떤 정의를 써 내려갈지 궁금해지는 차세대 디자이너의 행보를 주목하길.
Credit
- 글/ 런던 통신원 한지연
- 사진/ 각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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