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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에 희귀 식물과 약초를 담았다?

희귀 식물과 약초의 향을 담은 향수 브랜드 ‘푸에기아 1833’이 한국 론칭과 동시에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새로운 ‘코쿵’ 공간에서 향을 직접 경험했다.

프로필 by BAZAAR 2024.01.08
푸에기아 1833은 지구 정반대편, 생경하고 이국적인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2010년 시작됐다. 창립자이자 조향사인 줄리안 베델은 자신이 나고 자란 남아메리카의 자연을 향수에 담았다. 브랜드명은 제국주의가 만연하던 19세기, 영국 장교에게 납치당해 수년이 지나고 나서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푸에기아의 일화에서 따온 것으로 남미 원주민 커뮤니티를 기리는 마음이 담겨있다. 모든 제품은 최대 1천 병 이하로 한정 생산되며 한 해의 작황 상태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와인처럼 같은 년도의 제품은 오직 해당 에디션으로만 존재한다. 생산년도와 고유번호를 기입하는 의미다. 향수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은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진행되며 동물성 원료와 동물 실험을 지양한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는 향에 집중하도록 어둡게 꾸미던 기존 매장과 달리 조도를 높이고 카페를 결합해 문턱을 낮추었다. 국내에 첫 번째로 선보이는 플래그십 스토어인 만큼 벽면을 덮은 한지, 문살무늬를 살린 창틀 등 전통 요소를 살렸고 아르헨티나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 탱고 음악을 틀고 마테차를 판매한다. 익숙하지 않은 향을 밀도 있게 경험할 수 있는 푸에기아 1833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창립자 줄리안 베델을 만나 낯선 향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약초와 식물을 사용하는 것이 흥미로워요.
향수에는 기분을 전환하는 치유의 효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오래전부터 종교 의식이나 치료 목적에서 약초로 만든 향을 사용한 것처럼요. 지금도 계속 새로운 식물을 발굴하고 있어요.
원료가 일반적이지 않은데 수급이 어렵진 않나요?
축구장 10개 면적에 달하는 우루과이의 정원에서 직접 재배하고 수확해요. 이곳에는 1백여 종의 아로마틱 식물이 자라죠.
전용 정원이 있는 걸 보니 제조 시설도 일반적이진 않겠군요.
밀라노에 저희만의 프레이그런스 하우스가 있어요. 원료를 신선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정원 근처였다면 좋았겠으나 향수를 만들 때 필요한 제약 기술과 시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대신 연구와 생산이 한 번에 이뤄지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모든 과정에 직접 관여합니다. 그래서 향수에 무엇이 들어있고 배제되었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요.
식물에서 얻을 수 없는 머스크 향 등은 어떻게 대체하나요?
인공 향료를 사용하되 정말 깐깐하게 선택해요. 예를 들어 머스크 대체제로 쓰는 다환식 머스크 화합물(PCM)은 비건을 지향하는 향수 99%에서 발견될 정도로 널리 사용되죠. 하지만 저희는 호르몬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절대 사용하지 않아요. 대신 독자적으로 향료를 만들거나 파트너사에 맞춤 제작을 요청해 공급받죠.
새로운 향이 탄생하기까지 굉장한 공이 들 것 같아요.
향수마다 다르지만 새로운 향을 만드는 데 보통 1~2년 정도 걸립니다. 프로세스에 맞춰서 조향할 때도 있지만 실험적으로 탄생한 경우가 많아요. A 향수를 만들다가 다른 향을 조금 접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즉흥적으로 A-1 향수가 완성돼요. 또 어떤 때는 많은 향을 창조하고 어떤 시기에는 향을 만드는 것을 멈추고 여행하거나 자연을 탐험합니다. 마치 겨울잠 자는 것처럼요.
Fueguia 1833 무스카라 페로제이 100ml 49만원.

Fueguia 1833 무스카라 페로제이 100ml 49만원.

그렇게 만들어진 향이 1백 개가 넘어요. 그 중 꼭 시향해야 할 향을 한 가지만 꼽아주세요.
컬렉션이 방대해 한 가지만 추천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무스카라 페로제이’는 꼭 맡아보세요. 노벨 의학상과 화학상을 받은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만든 향인데 피부에 직접 뿌려야 진가를 알 수 있거든요. 그냥 맡았을 때는 상큼함만 옅게 느껴지지만 체취와 섞이면 다른 향으로 발산돼요.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향이 다르죠. 우리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향수이기도 합니다.
※ 인터뷰 내용은 창립자의 개인적인 의견임.

Credit

  • 사진 ⓒ Fueguia 1833
  •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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