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1회 주4일제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는 총 근무 시간의 변화 없이, 주 평균 40시간 근무하는 요건을 채우면 금요일이 오프데이인 ‘해피프라이데이’ 제도를 지난 4월부터 월 1회 시행 중이다.
생산성 해피프라이데이는 24시간 돌아가는 반도체 회사에서는 특히 획기적인 제도였다. 때문에 시행이 발표되었을 때, 내부적으로도 “개발/생산 등으로 일이 바쁜데 정착이 되겠냐?”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컸다. 제도를 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유지만 32시간 안에 40시간분 일을 마쳐야 하기에 오히려 추가 근무를 하게 되지 않을까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고정적인 리프레시의 기회가 있으니 본인의 일을 몰입하여 책임감 있게 마치려고 하는 것 같다.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동료들과 소통에 더욱 힘쓰는 모습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유연근무제가 시행됐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혹 해피프라이데이인 둘째 주 금요일에 일이 있어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면, 그 달 안의 다른 금요일에 대체로 사용할 수도 있다. 3만여 명 구성원들의 생각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일 년이 넘은 지금 이 시점에서 봤을 때 해피프라이데이는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 평소에는 북적이던 회사가 정말 한산하다.
주말이 3일이라면? 숫자로 보이는 것보다 차이가 크다. 삶이 훨씬 더 여유로워졌다. 초반에는 목요일에 퇴근하자마자 바로 여행을 떠나거나 친구들과의 모임, 공연 관람 약속 등을 잡는 등 꼭 무언가를 해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여념이 없었다. 요즘에는 주로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보낸다. 예를 들어 기숙사와 멀어서 가보지 못했던 영화관에 간다든지. 일요일은 무조건 집에서 쉬는 날로 정했다. 상쾌한 상태로 월요일을 맞이할 수 있게 돼 ‘월요병’이 사라졌달까. 주변을 보면, 평소 바쁜 회사 생활로 망설이기만 하던 취미를 배우는 기회로 삼는 분들도 보인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고 하늘길이 열리면서 젊은 구성원들은 해외여행도 더욱 자주 가는 것 같다.
주4일제 vs. 주5일제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까진 아니여도 워크 앤 라이프 하모니까진 가능한 것 같다. 직장인이라면 하루에 1/3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지 않나. 주4일제가 도입되더라도 하루를 재충전이나 자기계발의 시간이 아닌 도피처로 생각하면 슬프지 않겠는가?
100:80:100 주4일제
미국 소셜펀딩회사 킥스타터는 작년 4월부터 6개월간 시험적으로 주4일제가 시행된 이래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100:80:100 법칙을 따른다. 100% 급여를 받으며 주 80%만 근무하고 100%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매주 금요일이 오프데이다.
생산성 처음에는 5일 동안 해야 할 업무를 4일 만에 끝내야 한다는 사실에 압박감도 있었고, 본의 아니게 평일에 야근하는 횟수도 잦았다. 하지만 점차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이 향상됐다. 나는 디자이너와 테크 크리에이터의 프로젝트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보니 그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은데, 확실히 생산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회사 데이터를 확인하니 6개월 동안 평균적으로 무려 8%의 수익 증가가 이뤄졌다고 한다.
주말이 3일이라면? 32시간 이상 일을 하더라도 주5일제 때보다는 적은 시간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도 덜하다. 이전의 나는 흔히 말해 워커홀릭이어서 그만큼 번아웃도 쉽게 찾아왔는데 추가로 자유시간이 생기니 시간과 에너지를 더욱 현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또한,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를 위해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매주 월요일에 프로젝트 팀별로 모여서 작은 회의를 하는데 금요일 휴가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새로운 경험을 하러 다니는 팀원들이 더욱 많아졌다. 예를 들면 우드 워크숍에 참여하든가 달을 관찰하러 캠핑을 가든가, 근교로 서핑하러 가든가. 현실과는 약간 동떨어진 특별한 이벤트들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때로는 회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영감을 제공하기도 하더라. 창의력이 필요로 하는 직업에 특히 효과적인 것 같다.
주4일제 vs. 주5일제 일, 가족, 취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세 가지 요소의 균형을 맞추기가 수월해졌다. 재택근무, 4.5일 근무, 프리랜서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경험해 본 결과 주4일제가 현재까지 압승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일 때 몇 달간 재택근무를 했을 때 일의 시작과 끝이 없음을 느꼈었다. 직원 전원 모두가 휴무일 때 마음 편히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임을 깨달았다. 회사를 정할 때 주4일제 시행 여부가 이제는 선택 기준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