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난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꼭 보는 커닝페이퍼가 있어. 주가지수, 경제성장률, 경상수지처럼 이름 어렵고 숫자 복잡한 애들 말고 한눈에 딱 들어오는 실물경제지수, 간판. 간판을 보면 다 보여. 시장의 흐름, 소비자의 니즈, 산업의 전망까지.”뷰티 트렌드를 확인하는 방법 역시 비슷하다고 느낀다. 한 시즌을 앞서가는 런웨이의 백스테이지, 유행을 선도하는 브랜드의 신제품 등으로 다가올 트렌드를 전망하지만 ‘홈쇼핑이나 SNS 광고 둘러보기’같이 피부로 느껴지는 커닝페이퍼를 살피면 지금의 시장 흐름과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바자〉가 미세침 화장품에 주목하는 이유다. 최근 마이크로니들을 적용한 제품들이 TV 브라운관은 물론 온라인 상에서도 차고 넘치고 넘친다.
빨갛게 올라온 여드름으로 고통받던 시절, 트러블을 가라앉혀준다는 니들 패치의 등장은 실로 놀라웠다. 효과가 좋다는 고가의 화장품도 진짜 실력은 결국 흡수력에 달렸기에 바늘 형태로 피부에 직접 유효 성분을 투입시킨다니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화장품의 무용론을 이야기할 때 유효 성분을 침투시키는 문제는 늘 화두에 있어요. 화장품을 피부 깊이 흡수시키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연구되었고 앞으로의 피부 과학이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차앤박피부과 전문의 김세연의 설명. 마이크로니들 화장품은 그렇게 태어났다.
그 시작은 서양에서 개발된 스테인리스 마이크로니들이다. 피부에 물리적으로 통로를 만들어 화장품의 침투력을 높이고, 피부 표면을 자극해 재생을 유도하는 원리. 피부과 치료로 각광받던 이 시술은 (에디터도 과거 5번 넘게 받아본 기억이 있다) 이제 가정용 제품이 주를 이루며 새로운 방식의 홈케어로 떠오르고 있다. 이지듀 화장품 사업팀 김영미는 “피부과에서는 사라지는 추세로 화장품 카테고리가 대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그 시장이 더욱 크게 형성되어 있으며 MTS(Microneedle Therapy System) 관리 전문 인플루언서가 활동할 만큼 관심도가 높죠.”라고 전한다.
앞으론 MTS 자체보단 ‘어떤 제품과 함께 사용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니들 패치는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미세침 화장품이다. 히알루론산이나 콜라겐 등의 유효 성분을 바늘 형태로 굳혀 부착하면 각질층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침투되도록 개발됐다. 사용이 간편할 뿐만 아니라 각질층의 방해 없이 흡수되어 일반 화장품보다 전달 효율이 높다는 게 장점. 주사 대체제로 주목받으며 화장품 시장은 물론 제약 업계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두고 있다. 마이크로니들 패치 전문 기업 라파스 CMO 박현우는 “유효 성분을 피부 속에 효과적으로 주입하기 위해 개발된 새로운 형태의 전달 구조체입니다. 미용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다양한 기능의 상품이 출시되며 큰 호응을 얻고 있죠.”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주름 개선, 미백과 같은 기능을 더하며 일반 화장품과 경쟁 구도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패치처럼 유효 성분 자체를 침 형태로 제작하기 보단 유효 성분을 피부 속에 전달하는 매개체로 미세바늘을 활용한다. 크림이나 앰풀 형태로 도포하면 피부에 길을 열고 일정 시간 동안 유효 성분을 제공한 뒤 소임을 다한 미세침은 피부 밖으로 자연 배출된다. 특정 부위에만 사용할 수 있는 패치의 한계를 극복했다.
마이크로니들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하지만 화장품 시장의 떠오르는 별임은 분명한 사실. 더욱 안전하고, 더욱 효과적으로 실력을 키운다면 1일 1팩을 하던 그 때처럼, 우리는 매일 바늘을 꽂고 아름다워지기를 고대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