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IER de VILLATTE 향수 행사 전경
ASTIER de VILLATTE 파운더 (왼) 이반 페리콜리 (오)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
"과거는 미래를 여는 열쇠다" 란 말도 있듯 과거는 현재이자 미래를 반영하는 중요한 거울이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과거에 축적된 소중한 경험의 결과가 현재라는 신념을 믿고 세월의 흔적이 쌓여있는 과거에서 답을 찾아 동시대 흐름에 맞게 구현한다. 특히 이번에 야심차게 준비한 신제품 향수 3종이 그렇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향수 론칭을 위해 파리에서 본사 파운더, 이반 페리콜리(Ivan Pericoli)와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Benoit Astier de Villatte)가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았다. 으레 '새것'에서 느낄 수 있는 부담스러움과 불편함 대신, 마치 한 곳에서 오래 기다린 듯한 환대가 느껴지는 빈티지 소파와 테이블, 세심하게 준비한 화려한 컬러의 꽃, 내리쬐는 겨울의 햇볕 등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이들과 함께 과거로 후각 여행을 떠났다.
본격적으로 신제품 향수에 관해 물어보기 전, 파리의 향수 트렌드가 궁금합니다.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우디한 향이 인기죠. 어떤 향 또는 향조가 인기 인가요?
Benoit 파리에서는 현재 오랑제르 플뢰르, 즉 오렌지 블러썸 계열의 향이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편안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거든요. 한국에서 유행하는 우디한 향들은 저희가 젊은 시절에 세련되어 보이기 위해 자주 애용한 향이기도 합니다.
이번 르 디유 블루, 아르타방, 레 뉘처럼 문서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역사적인 고대 향수를 재현해서 그런지 역사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아닉 르 레게와 함께 향수를 만들었습니다.
Benoit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철학은, '고대에 잊힌 것들, 가치가 있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들을 살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향수를 만들게 됐습니다. 오늘날의 향수 지침을 준수하면서도 당시의 포뮬러를 그대로 재현해 만들었죠. 예를 들어 고대 향수인 '키비'를 닮은 '르 디유 블루'는 4천년 동안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가치 있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시간과 돈을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이 세가지 향수는 100%천연 원료와 에센스 그리고 새로운 향료들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처럼 과거에 존재했던 향수를 재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Ivan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역사학자인 아닉 르 레게 연구 결과였어요. 연구로부터 도출된 향을 비슷하게 만들어야했죠. 현재 향수 제조 규정상 적합하지 않거나 금지된 모든 원료는 상응하는 것들로 대체해야 했습니다. 아닉 르 게레는 25년 전부터 고대 향수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옹이 약 3년 정도 집중적인 작업을 거쳐 예산의 한도 없이 향수를 만들었습니다. 고대 향수를 재현해 낸다는 게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지 장담이 되지 않았기에 천재 조향사, 도미니크에게 예산의 제한 없이 정.말 마음껏 고귀한 원료들을 사용하라고 했어요.
ASTIER de VILLATTE 오 드 퍼퓸 르 디유 블루 30ml 28만원
이집트의 전통 향수인 '키피'를 재현한 르 디유 블루. 인간과 신의 교감을 위한 매개체가 되는 아로마 허브와 나무의 수액, 뿌리, 껍질이 어우러져, 향을 한껏 매혹적으로 드높여 줍니다.
르 디유 블루는 이집트 '키피'에 착안하여 만든 향수인데요. 프레시하면서도 신성한 느낌이 들어요. '키피'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Benoit 키피는 약 1,5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이집트의 향수로서 다양한 버전이 존재합니다. 향으로 태우거나, 향수로 쓰기도 하죠.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심지어 아동과 동물에게 사용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됐습니다. 부유층부터 서민까지 사랑한 키피는 약 40개의 원료가 들어가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원료는 강렬한 허니 우드 향의 스카치 브룸과 신비하고도 자극적인 미르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원료를 부각 하기보다는, 조화롭게 완성된 하나의 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ASTIER de VILLATTE 오 드 퍼퓸 아르타방 30ml 28만 원
로마 '왕실의 퍼퓸'에서 유래한 향수로서, 경이로운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순수한 액기스를 함유했습니다.
로마 부유층의 열열한 사랑을 받은 '왕실의 퍼퓸'에서 유래한 아르타방. 실제로 맡으니 위스키 같기도 하고요. 각자의 첫 느낌이 궁금합니다.
Benoit 원료의 힘이 강렬하게 느껴졌어요. 마치 야생의 숲에 어느 순간 놓였을 때의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숲이 나를 정화하는 느낌이었는데 피부에 남아있을 때는 그 숲이 나를 보호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Ivan 구조가 잘 짜여진 고대 로마의 정원이 떠올랐습니다. .
Benoit 맞습니다. 왕처럼 군림하고 싶을 때, 뿌리면 좋겠습니다(웃음). 실제로 고대의 이 향수는 파르티아 왕을 위해서 만들어졌으니까요.
ASTIER de VILLATTE 오 드 퍼퓸 레 뉘 30ml 28만 원
쇼팽의 연인, 조르주 상드가 사랑한 로즈를 향으로 구현한 '레 뉘'는 터키쉬 로즈, 고귀하고 호화로운 다마스크 로즈, 우드 향의 관능적인 패츌리, 파우더와 우드 향의 아이리스가 한데 어우러진, 현대적인 규칙을 완벽하게 준수하는 향수입니다.
레 뉘는 주체적인 여성 작가인 조르주 상드가 직접 사용했던 향수를 재현했다고 들었습니다. 조르주 상드의 후손이 전해준 여행용 향수를 공유 받아 만들어졌다고요! 실제로 맡아보니 장미 향보다는 파우더리하고 따뜻한 느낌이 강해서 캐시미어를 입는 것 같았습니다.
Benoit 장미이긴 하지만 플로럴한 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어두운 면이 있어요. ‘레 뉘’가 사실 ‘밤’이라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이름을 이렇게 붙였어요. 약간 동물적인 느낌도 납니다. 야생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넣기 위해서 '패출리'과 '일랑일랑'을 사용했죠. 하지만 이 향의 주인은 '장미'이죠.
Ivan 센슈얼하면서도 우아한 향이라 남성이 뿌려도 굉장히 고혹적이고 우아할 것 같습니다.
만약 조르주 상드와 쇼팽 그리고 뮈세가 이 향수를 맡으면 뭐라고 할 것 같나요?
Benoit 우선 조르주 상드는 향을 사랑한 작가였어요. 워낙 칭송받는 유명한 작가이다 보니, ‘조르주 상드’ 이름을 딴 향수를 만들고자, 조향사가 그에게 허락을 구하기도 하죠. 그 향이 바로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재현한 '레 뉘'고요. 향수의 이름이 왜 '레 뉘'일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스토리가 있어요. 당시, 연인이었던 쇼팽이 조르주 상드가 소유하고 있던 유람선에서 '야상곡'을 작곡합니다. ‘야상곡' 단어가 사실 ‘레 뉘'라는 향수의 뜻과 같아요. '밤'을 나타내거든요. 그리고 또 한 가지. 프랑스의 유명한 시인이자 조르주 상드가 사랑한 ‘알프레드 드 뮈세가 '레 뉘'라는 제목으로 시를 짓기도 합니다. 이러한 추억을 지닌 쇼팽과 뮈세가 '레 뉘'를 맡으면, 굉장히 감동할 것 같습니다.
Ivan ‘드디어 우리의 향을 되찾았구나!’ 이렇게 얘기할 것 같아요. '우리가 좋아하는 향이 고품격으로 재탄생했다' 말과 함께.
ASTIER de VILLATTE 신상 향수 3종
Benoit 처음에는 르 디유 블루였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레 뉘도 뽑고 싶은 마음도 드네요.
Ivan 르 디유 블루가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채, 굉장히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발전하는 한국이 이집트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르 디유 블루와 닮았어요.
Benoit 자연적인 느낌을 주는 향수와 화학적인 성분의 향수로 나눠질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바자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Ivan 에피소드라고 하기보다 사실인데요. 예산을 너무나 많이 초과했기 때문에 저희 말고는 이런 향수를 내놓을 그런 브랜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웃음)
Benoit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옹씨와의 첫 만남이요. 향수계의 슈퍼스타인 그를 만났을 때 살아있는 예수님을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뛰어난 실력자임에도 불구하고 행동은 조심스럽고, 겸손하기 그지없는 그를 보면서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와 더 대화하고 싶고, 작업하고 싶기도 했고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 박물관에 전시된 향수를 맘껏 맡고 온 기분이 들었다. 과거 깊숙한 곳에서 숨죽여 있다가, 아스티에 빌라트의 터치로 생명력을 얻은 이 향수는 단순히 시트러스, 우디, 플로럴 같은 뻔한 향조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될 것이다. 19세기 유명 프랑스 소설가 조르주 상드가 실제로 사용한 향, 고대 이집트와 로마 시대를 풍미했던 향이 궁금하다면 박물관이 아닌, 아스티에 드 빌라트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 방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