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 생태계가 흔들린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피부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한다. 미생물이라고 하니 왠지 부정적인 느낌이지만 이들은 피부 면역력을 책임진다. 이것을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인 ‘스킨 마이크로바이옴(Skin Microbiome)’이라 부른다. 그런데 최근 이 피부 생태계를 붕괴시킨 원인으로 마스크가 지목되고 있다. 오가나셀피부과 전문의 오가나는 “홍콩 대학의 패트릭 리 교수는 환경오염이 심한 곳에 거주하면 유익균이 줄고 스킨 마이크로바이옴이 변형된다는 결과를 밝혀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마스크는 피부 미생물 생태계를 변형시키는 오염물질이라 할 수 있죠.”라고 설명한다. 피부 미생물은 면역계 제1선에서 외부 유해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경비병의 역할을 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생기는 마찰과 자극, 습한 환경으로 균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깨진 틈으로 들어온 외부 유해균과 원래 있던 유해균이 힘을 합쳐 유익균을 공격하는 것. 그렇다면 평화를 되찾기 위해서 유해균을 제거하면 될까? 피부 전문가들은 이 방법이 능사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유익균과 유해균은 서로 경계하며 긴장을 유지하고, 제3의 침입자(외부 유해균)가 영토를 침범하려고 하면 공격한다. 이것을 면역 시스템이 발동한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유익균만 있는 평화로운 상태라면 외부 자극에 무방비 상태로 당하게 된다는 것이 보스피부과 전문의 김홍석의 설명. 요즘 아이들이 너무 잘 씻기 때문에 오히려 위생 상태가 나쁠 때 생기는 A형 간염에 취약하다는 뉴스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즉 유익균과 유해균이 이루는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잘 유지되어야 면역 시스템도 제대로 발동한다는 얘기다. 마스크 등의 외부 자극으로 유해균의 힘이 강해졌다면 유익균의 힘을 키워 균형을 맞춰야 한다. 유익균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유산균 화장품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피부에 균을 바른다
포털에 유산균 화장품을 검색하면 프로바이오틱스, 마이크로바이옴 등 다양한 용어가 등장한다. 그 개념을 정리하자면 프로바이오틱스는 우리 몸에 이로운 모든 균을 일컬으며 유산균이 대표적이다. 즉 이 모든 제품은 피부 미생물 생태계, 스킨 마이크로바이옴을 위한 제품으로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화장품에는 세균 번식 등의 이유로 살아있는 생균을 넣을 수 없다. 죽은 균이나 용해물, 발효 추출의 형태로 함유된다. 다양한 임상시험과 논문을 통해 사균과 용해물도 유효하다고 검증됐다. 코로나 이후로 피부 면역력이 주목받으며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의 인기는 가까운 올리브영만 가봐도 확인할 수 있다. 스킨케어 제품에 각종 ‘바이옴’ 딱지가 붙은 것을 볼 수 있을 테니. 그럼 이 홍수 속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제품을 골라야 할까? 프로바이오틱스를 얼마나 많이 함유했는지 따지기보다 정말 피부에 효과가 있는 균을 사용했는지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제품 뒷면에서 발효식품에서 채취한 ‘락토바실러스발효용해물’, 비피더스균에서 추출한 ‘비피다발효용해물’, 유제품에서 얻은 ‘락토코쿠스발효용해물’ 등을 확인해볼 것. 기왕이면 발효과정을 거쳐 원료를 추출한 제품을 선택하자. 일반 추출 방법으로 얻은 원료보다 입자가 적어 흡수에 용이하고 발효과정에서 항산화제, 아미노산분자와 같은 성분들도 얻게 된다. 그리고 균들이 서로 밸런스를 맞춰 서식해야 하므로 최소 3개월 이상은 발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도 스킨 마이크로바이옴 개선에 도움이 된다. 계면활성제의 과도한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시장이 너무 과열됐다고 꼬집는다. 피부 친화적인 균을 사용했지만 개발 초창기인 만큼 밝혀지지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 한 가지 균이 과도하게 증식되면 유익균도 유해균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실제 어떤 균을 얼마나 넣었는지 구분이 어렵다는 점 등이 우려되고 있는 것. “개인은 모두 각기 다른 미생물 생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특정 프로바이오틱스를 바른다고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윤지영클리닉 가정의학과 전문의 윤지영은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에 대해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포레피부과 전문의 이하은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제시한다. “균을 발라서 질환이 호전되었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화장품은 균이 아닌 부산물을 이용합니다.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이제 막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만큼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거죠.”
긍정적인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아 스킨 마이크로바이옴의 미래가 밝다는 것. 초기 단계지만 피부가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미생물을 추출해 아토피 같은 염증성 피부에 직접 이식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미생물에 대해 오래 연구했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일부이며, 현재 배양 가능한 미생물은 1%도 되지 않는다. 미생물학자 파스퇴르는 말했다. “한없이 작은 것들의 역할이 한없이 크다.” 인간의 삶을 바꿀 이 미지의 세계가 더 궁금해진다.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