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K 옐로 골드 코팅의 스틸 체인 브레이슬릿에 레더 스트랩을 엮은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는 모두 Chanel Watches. 프린트 재킷, 스트라이프 톱은 Chanel.
사람은 젊어서는 배우고 나이가 들면 이해한다라고 했던가. 나이가 들 수록 나쁜 것과 좋은 것, 이렇게 이분법적으로는 세상을 정의 내리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고 나면 뾰족했던 맘이 뭉툭해지고 죽어도 이해할 수 없던 무언가에 조금씩 맘이 열린다. 그래서 결국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더 느슨하고 다정해지는 것, 이게 나이 듦의 모습이다. 10년이 훌쩍 넘게 톱 모델로 살아가고 있는 수주에게선 배움의 눈빛을 넘어 이해의 표정이 읽혔다. 그랬다. 이제 그녀에겐 인생에 대한 질문이 어울릴 것 같았다.
양쪽에 착용한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는 Chanel Watches. 화이트 골드 이어커프, 옐로 골드 이어링은 Chanel CoCo Crush. 시퀸 재킷은 Chanel.
해외 무대에 선 지 올해로 10년이 됐어요. 모델 수주로서의 첫날이 궁금해요.
엄청 많이 긴장했었죠. 촬영장에 가기 전 패션 잡지도 많이 보고, 정말 오랜 시간 리서칭을 했던 것 같아요.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는 Chanel Watches. 검지에 착용한 베이지 골드 라지 링, 약지에 착용한 화이트 골드 미니 링은 Chanel CoCo Crush. 트위드 미니 드레스, 펌프스는 Chanel.
오늘 촬영은 어땠나요? 10년 전의 수주랑은 다르겠죠.
지금은 좀 더 여유가 생겼죠. 예전처럼 남의 경험을 조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제 경험치가 쌓였고, 어느 정도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게 됐어요. 이 일이 제 몸에 배어든 것 같아요. 말콤 글래드웰이 말하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이제 저한테도 적용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레이어드한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는 모두 Chanel Watches.
많은 게 필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부지런함이었던 것 같아요. 최대한 ‘안’ 부지런하고 캐주얼하게 보이되 사실은 엄청 부지런해야 되는 게 모델이죠. 인생에는 느닷없이 찾아오는 찬스가 있어요. 평소 준비가 되어 있어야 그 찬스를 인생의 기회로 삼을 수 있죠. 전 매번 제 내면을 믿고 밀어붙였을 때 좋은 성과를 냈던 것 같아요.
레이어드한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는 Chanel Watches. 레이어드한 베이지 골드, 화이트 골드 이어커프는 Chanel CoCo Crush. 트위드 점프수트는 Chanel.
나 자신을 믿는다는 게 쉬운 듯 쉽지 않은 일이에요.
맞아요. 저도 자신감이 있으면서도 자신감이 없고, 부지런하지 않으면서도 부지런하고. 매일 이런 패러독스 안에서 살아요. 제 안에서 이런 것들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요. 이런 밸런스를 맞춰가는 게 인생 아닐까요.
긍정적인 면도 있고, 아닌 면도 있어요. 우울증이 있어서 쉽게 긍정적으로 되진 않지만 노력하는 편이에요. 테라피도 받고, 명상도 하고,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많이 기대면서. 이 직업을 오래 하다 보니깐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너무 많은 곳을 가고, 최고의 절정에 이르렀다가 완전 바닥까지 떨어져 좌절을 느껴보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3~4년 전쯤 오는 파도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냥 파도에 이렇게 실려서 떠다니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힘들지만 힘든 것을 밀쳐내려 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면서. 그게 삶의 희로애락 같기도 해요. 힘든 게 당시에는 너무 싫고 못 견디겠지만, 견디고 나서 보면 더 강해져 있죠. 결국 나쁜 게 꼭 다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후로 덜 부담되고, 즐기면서 이 일을 하게 됐어요.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는 Chanel Watches. 시퀸 와펜 장식의 점프수트는 Chanel.
패션 모델로서 10년을 넘게 살아간다는 건, 보통의 인생을 압축해서 사는 것 같아요. 남들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빠르게 살고, 더 강한 낙차를 느끼면서 살다 보니 더 빨리 인생의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데요.
패션계가 참 혹독하죠. 한편으론 아이러니하게 그런 혹독함과 잔인함에 끌려 오히려 더 패션이란 환상에 얽매이게 되죠. 어느 정도 거리를 조정할 줄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좀 더 용감해지는 사람이 있고, 두려움이 많아지는 사람이 있어요. 당신은 어떤 쪽인가요?
둘 다인 것 같아요. 패션 쪽에서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서 제가 갖고 있는 데이터들로 해결되는 게 많았는데, 또 다른 일에 도전하다 보니 그 부분에선 두려움이 생기더라고요.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는 Chanel Watches. 옐로 골드 이어링은 Chanel CoCo Crush. 시퀸 칼라 디테일의 카디건은 Chanel.
다른 일이란 게 밴드 활동 얘기하는 거죠? 최근에 에테르란 예명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어요. 원래 음악에 관심이 많았나요?
대학교 다닐 때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했었어요. 그때 정말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공연도 많이 가고 그야말로 음악을 즐겼던 것 같아요. 음악이란 게 그렇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즐기기에 부담이 없어요. 음악처럼 빠르고 쉽게 행복을 주는 것도 없죠.
그런 면에서 하이패션을 할 때와 음악이란 대중문화를 할 때와의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제가 전공이 건축이에요. 사실 건축은 패션보다 더 먼 존재죠. 음악은 누구나 들을 수 있고,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건축에서 패션으로, 또 음악으로 점점 현실과 거리를 좁혀가네요. 아직 음악은 시작하는 단계라 두렵기도 해요. 그래도 여태까지 살면서 배운 게 있고, 쌓아온 커리어가 있으니 예전만큼의 압박은 아니에요. 이젠 좀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는 Chanel Watches. 옐로 골드 이어링은 Chanel CoCo Crush. 시퀸 칼라 디테일의 카디건은 Chanel.
샤넬 2021/22 공방 컬렉션에서 모델이 아닌 뮤지션으로서 무대에 올랐어요. 한국어 노래를 부를 때, 기분이 어땠어요? 이런 기획은 어떻게 하게 된 거였나요?
샤넬의 앰배서더로 활동하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버지니 비아르를 비롯해 샤넬의 뮤지컬 슈퍼 바이저 미셸 고베르, 라이언 아길라와도 어느 정도 친목이 쌓였죠. 자연스럽게 그들과 한국 문화에 대해 얘기 나눌 수 있을 정도로요. 수시로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하기도 했죠. 팬데믹 때 친한 밴드인 디자이어(Desire)와 신중현의 ‘햇님’을 커버링했었어요. 그 음악을 라이언에게 들려줬더니 너무 맘에 든다면서 쇼에서 틀면 어떻겠냐고 했죠. 그래서 제가 그럼 아예 런웨이에서 직접 공연을 하면 더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어요.
이게 당신이 좀전에 이야기했던, 자신의 내면을 믿고 밀어붙이는 그런 종류의 일인가 봐요!
맞아요. 라인언도 미셸도 버지니도 흔쾌히 좋다고 해서, 밴드로서 첫 무대를 샤넬에서 서게 됐죠.
레이어드한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는 모두 Chanel Watches. 컷아웃 티셔츠, 팬츠는 Chanel.
‘햇님’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노래가 샤넬의 쇼와 너무 잘 어울렸어요.
한국말 중에 영어로 번역이 안 되는 말이 두 가지 있잖아요. 정과 한! 제가 10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어요. 처음에는 어떻게든 미국 문화에 섞이고 싶었는데, 18살 때 다시 한국에 왔을 때 깨달았어요. 내 안에도 한국인의 정과 한이 있다는 것을요. 점점 더 한국에 대해, 제 아이덴티티에 대해 알고 싶어졌어요. 처음 ‘햇님’을 들었을 때도 제 몸이 따스해지는 걸 느꼈어요. 이쁜데, 그냥 이쁘기만 한 게 아니라 슬퍼요. 그 노래 자체에 정과 한이 스며 있었죠. 그게 곧 저에겐 한국이었어요.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는 Chanel Watches. 베이지 골드 라지 링은 Chanel CoCo Crush. 리본 디테일의 롱 드레스는 Chanel.
그 노래가 샤넬 무대에 퍼지는 순간, 한국의 아름다움이란 저런 거였어, 라는 생각이 들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이번 2023 샤넬 크루즈 쇼에도 한국 음악이 나왔죠.
저도 느끼지만, 모델 활동을 하는 10년 사이에 한국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한국에 대해 더 궁금해하고, 신비로워해요.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는 Chanel Watches. 옐로 골드 이어링, 중지에 착용한 화이트 골드 스몰 링, 약지에 착용한 베이지 골드 라지 링은 Chanel CoCo Crush. 트위드 미니 드레스는 Chanel.
몽환적이고, 좀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은 그런 느낌? 생각보다 패션으로 바꾸기가 어렵네요. 그냥 저만의 사운드를 만들고 싶어요.
70대 할머니가 된 수주를 상상해본 적 있나요? 어떤 할머니로 나이 들고 싶어요?
이상하게 죽음은 두렵지 않은데 나이 든다는 건 조금 두려워요. 단 하나 나이 든 제게 바라는 게있다면 이해심이 더 많아졌음 좋겠어요. 저 자신을 더 잘 알고, 이해하고. 그만큼 다른 사람들도, 다른 문화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그거면 된 것 같아요.
양쪽에 착용한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는 Chanel Watches. 드레스, 스윔수트는 Chanel.
※ 화보에 촬영된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