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ZAAR

Vol. 46 짚라인 여행
#진주의바깥생활
 
다다를 수 없는 풍경의 깊은 안쪽으로 하강하는 짚라인. 아찔하고 안전하게, 공중을 날며 발아래 펼쳐지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만끽해보자. 가을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짚라인은 숲 깊숙한 풍경 속을 지그재그로 탐험하는 코스를 갖춘 곳이다. 문경 재악산 능선의 귀여운 두 봉우리, 수정봉과 조봉에 둘러싸인 불정 자연휴양림의 짚라인이 딱 그렇다. 
 
휴양림을 가로지르는 코스는 무려 9개! 숲과 숲 사이로 이어진 아득한 길이를 보면 심장이 벌렁거릴 테지만, 짚라인에 막상 몸을 맡기면 스릴 속 고요를 느끼기도 한다. 짚라인이 처음이라면 적당한 속도의 낮은 난도로 시작해 점점 다이내믹한 바이브로 업그레이드하는 문경 짚라인의 리듬이 적절할 것. 
 
비교적 느리고 완만하게 시작하는 125m의 첫 번째 코스를 지나면 문경 최대 경관을 자랑하는 코스가 줄줄이 이어진다. 건물 3층 높이의 타워에 착지하는 코스5와 계곡을 따라 활강하는 코스6 등 다채로운 경험을 위한 설계가 돋보인다. 특히 마지막 코스 두 개는 각각 201m, 360m로 200여 미터를 단숨에 비행하는 하이라이트. 난도는 높지만, 짚라인의 매력을 오롯이 간직할 수 있는 코스다.  
 
불정산은 해발 487m로 고도가 비교적 낮고, 동식물의 남, 북방 한계선이 지나는 백두대간 줄기의 중심을 통과한다. 수많은 생명체가 서식하는 보물 같은 자연인 것. 짚라인을 타면서 두리번거리다가 작고 귀여운 산양을 목도할지도 모른다.  
요금
55,000원, 예약 필수 
주소
경상북도 문경시 불정동 336-3 불정 자연휴양림
 
 
 
짚라인의 유래에는 많은 이야기가 따르지만, 과거 남미나 폴리네시아 원주민이 험준한 원시림의 위험을 피하고 이웃 마을로 신속하게 이동하기 위해, 깊은 계곡 사이에 로프를 설치하고 이동하던 교통수단이었다는 점이 가장 설득력 있다. 음식물이나 우편물은 물론 가축이나 강아지를 등에 업고 간단한 제동 장치에 의지한 채 가파른 절벽 사이로 미끄러지는 풍경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유럽의 짚라인 체험에서는 종종 이용자가 제동 장치를 스스로 조정하고 속도를 줄여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하네스에 궁둥이를 잘 붙이고 앉아 그저 스릴과 풍광을 즐기기만 하면 되도록 설계되었다. 하동 짚와이어(짚라인)는 다도해의 환상적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로 유명하다. 
 
해발 849m의 금오산 정상에서 산을 지그재그로 하강하는 동안 알프스보다 더 아름다운 짙푸른 다도해가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금오산에 정상에서 시작한 짚라인은 최대 시속 120km로 3번의 최장 코스를 지나게 되는데, 전체 길이만 3,420m로 아시아에서 가장 길다. 
 
금오산 짚라인으로 아찔한 활강을 경험하고 충분하지 않다면, 함께 즐길 수 있는 ‘빅스윙’에 도전해보자. 스윙 하네스에 새처럼 몸을 누이고 일정한 높이까지 천천히 올라간 다음 허공을 비상하게 된다. 직접 줄을 잡아당겨 하강하기 때문에 짚라인보다 짧지만, 순간의 강력한 힘으로 허공에 비상하는 스릴이 크다.  
요금
40,000원(평일), 45,000원(주말 및 공휴일) 
주소
경상남도 하동군 금남면 경충로 493-37
 
 
 
강원도 정선에 갈 때마다 늘 들리는 곳이 병방치다. 정선읍 북실리와 귤암리 사이에 있는 병방치 전망대에 서면 동강이 밤섬 둘레를 ‘S’자 형태로 감싸 흐르는 근사한 풍경과 맞닿는다. 
 
동강의 물길 따라 지형이 융기와 침식을 반복하면서 구불구불한 곡류가 만들어진 것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양이 한반도 지형과 똑 닮았다. 특히 일교차가 큰 봄가을의 새벽엔 끝내주는 운무가 곡류를 따고 뱀처럼 흐른다. 
 
사계절 다른 풍경을 선물하는 병방치와 동강의 극적인 풍경을 가장 가깝고 흥미롭게 경험할 방법이 짚와이어일 것이다. 해발 607m에서 출발한 아리힐스짚와이어는 동강을 가로질러 1.2km를 시속 120km의 빠른 속도로 내려간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구간이 있어 다른 지역보다 아찔한 스릴이 더 느껴진다. 
 
산이 아름다운 이유는 정상에 올랐을 때 산 아래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선의 짚와이어는 평소 다다를 수 없던 동강의 풍경 안쪽을 보여준다. 짚와이어 옆에는 숲속 롤러코스터라 부르는 짚코스터, ATV 드라이빙, 숲 어드벤처가 있고 짚와이어 타는 장소 옆에 간단한 하이킹 트레일이 있어 동강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요금
35,000원(평일) 
주소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병방치길 235 병방산 짚와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