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뉴욕에서 탄생한 핸드 메이드 퍼퓸 하우스, 르 라보. 실험실이란 뜻을 지닌 이름처럼 조향사의 연구실에서 영감 받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 부티크에서 향수를 구매해보면 이 브랜드를 가장 빨리 이해할 수 있다. 모든 향수는 주문 제작된다.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향수를 블렌딩해 가장 신선한 향을 보틀에 담아낸다. 여기에 제조 장소, 제조일자, 원하는 문구를 새겨 라벨링을 하면 나만의 향수가 완성된다. 향 마다 갖고 있는 이름도 흥미롭다. 상탈 33, 베르가못22 등 대게는 주재료에 원재료 갯수를 붙여 이름을 짓고 있다. 르 라보가 지닌 장인 정신과 원재료에 대한 존중을 담은 네이밍도 흥미롭지만 가장 큰 매력은 단연코 유니크한 향에 있다.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진 향수는 같은 제품을 써도 착향한 사람의 체취가 어우러져 저마다 다른 느낌으로 완성되는 특징을 지녔다.

마니아층이 탄탄한 브랜드인만큼 르 라보의 새로운 향수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2년만에 르 라보 클래식 컬렉션에 새로운 향수가 추가 됐다는 소식에 에디터 역시 큰 기대감을 안고 있었다. 마침내 공개된 향수는 기대 만큼이나 고유한 매력과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향수의 이름은 ‘떼 마차 26’. 이름으로 지레짐작해 일반적인 말차 향을 기대하며 맡았다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말차 그대로의 향이라기 보단 말차가 지닌 정서를 담은 향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겠다.

첫향에서 쌉쌀한 말차와 부드러운 무화과, 상큼한 비터 오렌지의 늬앙스가 더해진 향을 맡을 수 있다. 베이스에 자리한 시더우드와 샌달우드는 무게감을 더해 균형잡힌 향을 완성한다. 깊게 들이킬 때마다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매력을 지녔다. 요즘 유행하는 MBTI 성격 유형으로 따지면, 떼 마차 26은 내향형인 ‘I’다. 소수의 사람들과 깊게 교류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향형 성격처럼 은은하고 깊이 있게 일상에 스며드는 향이다. 향을 들이키는 동안 외부의 소란으로부터 벗어나 내면으로 돌아오게끔 한다.

Le labo 떼 마차 26 50ml 25만3천원, 100ml 36만7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