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렌시아가 하우스를 이끌고 있는 아티스틱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

50번째 쿠튀르 컬렉션의 피날레를 장식한 베일로 가린 웨딩 룩.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시절의 매장 지도.
“발렌시아가만이 그러한 완벽한 의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말한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과 함께 2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 오트 쿠튀르의 황금시대를 이끈 쿠튀리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디자인, 재단, 봉재까지 모든 의상 제작 과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쿠튀리에였다. 그는 완벽주의자이자 패션의 미래를 창조했던 혁신가로 지금까지도 여전히 존경받고 있다. “여성이 옷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옷이 여성을 따라야 한다.”라는 철학을 가진 그는 현대 여성에게 어울리는 우아하고도 절제된 미학과 실용성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아이코닉한 발렌시아가 쿠튀르 패턴인 폴카 도트를 차용한 룩.

1950~60년대 발렌시아가 부티크와 살롱 내부.

1950~60년대 발렌시아가 부티크와 살롱 내부.
195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다가 1967년 패션계를 떠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50여 년이 흐른 지난 7월 7일, 발렌시아가 하우스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이후 50년 만에 쿠튀르로 복귀했다. 공식적으로는 하우스의 50번째이자 아티스틱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가 선보이는 첫 쿠튀르 컬렉션이다. 실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전성기 때 룩을 연상케 했는데, 특히 건축적으로 변형시킨 실루엣에 동시대적인 예술성을 더한 것이 돋보였다. 섬세한 수공예와 최첨단 기술이 함께 빚어낸 MTM(Made-To-Measure) 피스들로, 발렌시아가의 쿠튀르 역사에 대한 경의가 느껴진다. 실크 타이, 포플린 셔츠, 가죽 장갑 같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아이템에 이니셜 ‘C.B.’ 자수 디테일을 더했으며, 프레스코화, 모헤어, 캐시미어 그리 바라시아 울 테일러링은 그가 좋아했던 재단사 헌츠만과 협업해 직접 즐겨 입던 룩에서 영감을 받았다. 최고급 비쿠냐 빈티지 울, 새틴, 실크에서부터 실용적인 테크니컬 패브릭까지 광범위한 원단을 사용했으며, 비스포크식 의상을 위한 최신 방법을 개발했다.

아티스틱한 모자가 돋보이는 17번 룩.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아카이브 룩에 있는 라벨.

장인의 손길로 탄생한 2021 쿠튀르 컬렉션의 트위스트 레이스 드레스.
모든 룩의 섬세한 균형을 위한 구조적인 지지대와 의도적인 드레이핑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숨겨 완성한 것. 퍼나 깃털 대신 촘촘하게 수놓은 원사와 표면 처리한 컷아웃 기법을 통해 동물적 질감을 묘사했으며, 악어 가죽 대신 프로그래밍 설계한 타일 패치를 가지고 수천 시간 동안의 수작업으로 구현해냈다고. 또 당대의 저명한 쿠튀르 아틀리에와 함께 작업했다. 모자 디자이너 필립 스테이시, 자수 공방 아틀리에 장-피에르 올리에, 메종 르사주와 메종 르마리에 그리고 원단 공방의 도멜, 제이콥 슐래퍼, 타로니, 포스터 로너 등 장인의 손길로 완성도를 높였다.
일부 룩은 트위스트 레이스와 튤 드레스, 오페라 장갑 및 파카, 폴카 도트 패턴의 실크 시폰 세트업, 장식적인 엠브로이더리 드레스 등 아이코닉한 발렌시아가 쿠튀르 디자인을 직접적으로 참고했다. 특히 플로럴 엠브로이더리 가운은 재클린 케네디를 위해 제작했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았다. 쿠튀르 피날레의 마지막을 장식한 베일로 가린 웨딩 룩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마지막 디자인 중 하나로 54년 전 발표된 작품과 꼭 닮았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이 잔잔한 감동으로 밀려오니 모든 룩을 천천히 감상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