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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인 하리수가 모델로 등장했던 파우더 광고가 있었다. 도도화장품의 ‘빨간통 패니아’ 광고인데 “새빨간 거짓말”이란 카피와 하리수의 웃음소리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빨간통 파우더로 불렸던 이 제품은 엄마들 사이에 특히 인기 있어서 엄마 화장대에 놓인 빨간 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루스 파우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안나수이와 함께 한 번씩 거쳐갔을 제품이다.

전지현처럼 모공 하나 안 보이는 보송보송하고 하얀 피부에 대한 열망은 모공 가리기로 이어졌다. 베네피트의 ‘닥터 필굿’은 은색 틴케이스에 담긴 모공 밤으로 손끝에 묻혀 문지르면 마법처럼 모공을 가려주는 신박한 제품이었다.

CF 퀸으로 불렸던 전지현이 모델이었던 라네즈. 손으로 밀어 사용하는 슬라이딩 폰에서 본따 ‘슬라이딩 팩트’를 출시했는데 팩트를 쓸 때마다 광고 속 전지현처럼 멋있게 밀어 올리는 게 유행이었다.(주변 사람들은 상당히 꼴보기 싫어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파우더 팩트는 20~30대에게 필수템이었는데 마몽드 파우더 팩트가 가장 인기가 있었고 라네즈 슬라이딩 팩트, 입큰 파우더 팩트까지 거의 세 파로 나뉘었다.

2000년대 후반에는 광을 부각한 피부 표현이 각광받았다. 물광, 윤광, 촉광, 꿀광 등 다양한 광 트렌드가 휩쓸었던 시기다. K뷰티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쿠션 파운데이션이 탄생한 것도 이때. 처음으로 쿠션을 개발한 아이오페에서는 덧바르기 힘든 선크림을 대체할 편리한 선 제품으로 출시했지만 후에는 파운데이션을 대신할 제품으로 새롭게 포지셔닝했다. 피부 광을 쉽게 만들어주는 베이스메이크업 제품으로 주목받았고 워낙 획기적인 제품이다 보니 특허권 침해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출시됐던 숨37 ‘모이스트 쿠션 파운데이션’ 때문에 아이오페가 LG생활건강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 모든 국내 브랜드에서 쿠션 제품을 출시하길 원하던 터라 이 소송은 큰 관심사였는데 결국 아이오페가 패소하며 쿠션 전성시대가 펼쳐졌다.

‘빨강 비비’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BB크림이다. 로드숍 뷰티 브랜드의 선두에 있었던 미샤는 BB크림을 출시해 한 달 만에 10만 개 이상을 판매했다. 쫀쫀한 제형에 커버력과 스킨케어 효과가 인기 요인. 일본인 관광객의 BB크림 열풍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쿠션의 시작은 모두가 알다시피 아이오페의 ‘에어쿠션’부터다. ‘에어퍼프’ 역시 신박했다. 두드렸을 때 그만큼 피부 표현이 매끈해지는 퍼프가 당시엔 없었다. 퍼프만 따로 사서 다른 파데를 바를 때 활용하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 에어쿠션은 2008년 출시 첫 해 13만7천 개가 팔린 것을 시작으로 2017년엔 누적 판매량이 무려 1억 4천만 개였다. 덕분에 주차장 스탬프에서 영감을 받아서 개발했다는 쿠션 개발자가 아모레퍼시픽 내에서 고속 승진했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일명 ‘소용돌이 파운데이션’이라 불렸는데 하얀색 부분에 스킨케어 성분이 담겨 있었다. 발랐을 때 고체 파운데이션 특유의 강력한 커버력으로 잡티를 모두 가려주면서 스킨케어 성분 덕분에 촉촉한 광이 올라와 써본 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2010년 당시 모델이었던 임수정의 동안 이미지를 활용해 동안 파운데이션으로 주목받으며 2010년 중·후반까지 엄마들 사이에서 특히나 핫했던 제품이다.

CC크림의 원조는 샤넬이다. BB크림의 열풍이 일었던 당시 에스티 로더, 랑콤, 크리니크 등 수입 브랜드에서 면세점용으로 BB크림을 선보였는데 샤넬은 출시하지 않았고 대신에 CC크림이란 명칭을 단 신제품을 선보였다. 중국에 먼저 출시한 후에 한국에 출시하는 사이에 미즈온에서 CC크림을 출시한 것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당시 샤넬 CC크림은 BB크림에 스킨케어 기능을 추가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소개됐다. 촉촉한 제형과 피부톤 보정 능력 덕분에 한동안 찾는 이들도 많았지만 커버력이 약한 탓인지 BB크림만큼 사랑받진 못했다. CC크림 중에 인기 있었던 국내 브랜드 제품으로는 바닐라코의 ‘잇 래디언트 CC크림’이 있다. ‘CC’는 ‘Color Correct, Correct Combo, Care & Color’ 등 제품마다 다양하게 풀이되곤 한다.

수입 브랜드 중 처음으로 랑콤에서 쿠션을 출시한다는 소식에 코덕들이 줄 서서 예약 구매를 했고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디올은 드물게 쿠션 원조인 아모레퍼시픽과 손잡고 쿠션을 출시했다. 기술 MOU를 통해 만들어진 이 쿠션은 화사한 컬러와 자연스러운 윤광으로 사랑받았다.

에스티 로더의 상징적인 파운데이션인 더블웨어가 쿠션으로도 출시돼 화제였다. 커버력과 지속력이 좋은 파운데이션의 장점에 촉촉함을 더했다.


코럴빛 틴트가 피붓결을 정돈하고 화사한 피부톤을 만들어 #마스크메이크업템으로 사랑받는 제품.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이 매력적이다.

캡슐이 들어 있는 젤리 같은 텍스처. 피부톤이 균일해지면서도 투명하게 표현되지만 커버력이 거의 없어서 처음 출시됐을 땐 호불호가 크게 나뉘었다. 코시국이 도래하면서 마스크 메이크업에 최적화된 베이스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온라인 사전 예약부터 완판 행렬을 이어간 라네즈의 히트작. 광고 속 모델 김유정이 고양이를 안고 볼을 대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피부에 얇게 밀착해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제형이 인기 비결이다. 에어팟을 연상시키는 미니멀하고 감각적인 디자인도 한몫했다.(CF 역시 전자제품 광고 느낌이었다.)





마스크 메이크업의 유지력을 높이는 루스 파우더의 인기가 높아졌다. 특히 메이크업포에버의 파우더는 출시된 지 오래된 제품이지만 마스크 시국에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파우더 특유의 건조함 없이 매끄러운 피부 표현이 매력. 뷰튜버들의 마스크 메이크업 팁 영상에 꼭 등장하는 ‘단골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