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제가 정해놓고 집을 꾸민 콘셉트는 전혀 없어요. 저 다운 집? 평소 좋아하는 제 취향이 묻어있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절제된 멋이 느껴지는 여성복 브랜드 '렉토'와 주얼리 브랜드 '포트레이트 리포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정백석의 집을 소개한다. 오래된 한남동 아파트를 자신만의 취향, 감각으로 가득 채운 이 집은 들어설 때부터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입구에 가벽을 대신해 세운 커다란 화분이 손님을 맞이하고, 신발장 바로 앞에 부엌이 보이는 한편,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길게 뻗은 거실이 펼쳐진다. 거실의 왼편으로는 옷과 신발, 주얼리가 가득한 드레스룸부터 단정한 침실, 화장실까지 모두 같은 방향으로 나 있는 것.
긴 거실은 채광이 좋은
소파 공간과 ‘애정’하는 아이템들을 자신만의 규칙대로 전시한
사이드 보드 공간, 간단한 업무를 보는 오피스 겸 친구들과 와인 한잔 기울일 수 있는
다이닝 테이블 공간으로 나뉘는 게 특징이다.
인터뷰 내내
"몇 가지 오브제와 가구만으로 '콘셉트 없이' 집을 꾸미고 싶었다"고 강조한 그. 이를 증명하듯 각종 빈티지 숍과 셀렉 숍 등을 찾아다니며 발품 팔아 구매한 아이템들이 집안 곳곳에 위치한다. 가장 눈길을 끈 건 다양한 프레임들. 집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는 김재훈 포토그래퍼의 작품부터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썸띵엘스’에서 구매한 다채로운 액자들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그동안 일을 하며 저에게 영감을 준 요소나 모아온 자료들을 보면서 ‘집을 이렇게 좀 꾸미고 싶다’는 생각들이 누적되어 만들어진 공간인 것 같아요.
아울러 각 공간을 대표하는 온갖 소품과 가구의 구매처를 아낌없이 공개한 정백석. ‘콘셉트 없는’ 집이라 하지만, 그 누구의 집보다도 취향이 뚝뚝 묻어나는 집이었다.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다 보니 자신만의 '콘셉트'가 생긴 그의 집을 아래 영상으로 만나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