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맹민화가 아프리카로 떠난 이유

지난 10여년간 여성 패션 포토그래퍼로 다양한 국내외 매거진 화보, 광고 등의 작업을 선보여 온 맹민화. 그녀가 올해 초 떠난 아프리카 여행길에서 포착한 의미있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BYBAZAAR2020.10.12
 
 
 
첫 개인전 〈Earth〉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소감이 어떤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는 또 다른 일의 기쁨을 느꼈다.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었지만, 평소 내가 느끼고 고민하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과 사진으로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
 
총 20여 점의 작품들은 모두 아프리카 여행 중에 촬영한 것들이다.
올해 초 오랜 시간 가고 싶었던 킬리만자로를 보러 아프리카로 떠났다. 탄자니아에서 잔지바르로, 다시 잔지바르에서 케냐로, 남아프리카로, 카타르로 계속 이동하며 아프리카 일대 5개국을 돌았는데, 비행기를 타고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창밖으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광활한 자연의 풍광이 점점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핸드폰으로 가볍게 찍다가 점점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땅의 색깔, 산맥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꺼내 촬영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밑으로 내려가 보니 위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여 당황했다.
 
어떤 모습이었나?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인지 쓰레기가 거리마다 넘쳐났다. 그 사이에 사람들이 서 있는데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위에서 보이지 않았던 민낯이었다. 자연이 주는 선물과도 같이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손쓸 수 없이 훼손되어가는 것들에 두려움을 느꼈다.
 
ⓒ맹민화

ⓒ맹민화

이 사진들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로 다가가길 원하나.
이 아름다운 자연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빨리 망가트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경각심을 느꼈으면 좋겠다.
 
평소에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작년 겨울부터 갑자기 많아졌다. 평소에도 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틈만 나면 떠나는 스타일인데, 어느 날 차를 타고 가까운 바다로 향하던 중 앞서 가던 화물차의 짐칸에 재활용 폐기물이 꽉 찬 걸 보고 ‘저 많은 쓰레기가 어디로 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도착한 바다 모래사장에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환경 문제들이 실상은 정말 피부에 점점 와 닿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걸 느낀 계기 같다. 먹고 사는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우리가 도대체 뭘 놓치고 살아가는 걸까, 환경적인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 그러한 신념을 반영한 부분이 있다면.
쓰레기 배출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 그래서 사진집에 비닐 포장을 하지 않았고, 많은 부분에서 장식이나 포장을 배제했다.
ⓒ맹민화

ⓒ맹민화

 
〈Earth〉전에 선보인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사진이 있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카타르로 가던 상공에게서 본 구름 사진이다. 그런데 전시 기간 사진을 붙여놓고 계속 보니까 조금씩 사진들이 다르게 보이더라. 갤러리에 시간대마다 빛이 바뀌는데 그때마다 안보이던 다른 모습도 보이고. 뷰파인더로 봤을 때와 전시장에 걸어두고 볼 때 느낌이 또 다르다. 그래서 사진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다음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앞으로 어떤 사진들을 촬영하고 싶나.
최근 뉴스에서 제주도 구상나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그간 제주도에 가면 정말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나무들이었는데, 올해 긴 장마에 많은 구상나무들이 쓰러졌다고 하더라. 앞으로 이렇게 점점 열대 기후로 변해가면 국내에도 멸종위기 식물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 멸종되어가는 식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 걸까?
그러게. 세상이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속도를 줄여보고 싶다. 우리에게 코로나 백신보다 중요한 문제기도 하다. 2020년은 코로나로 너무나 고통스러운 한 해였지만, 이 고통 가운데 많은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한 일원으로 건강하고 무탈하게 공존할 방법에 대해 더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살아가면 좋겠다.
 
근간에 세워둔 계획은 무엇인가.
계속 기록하는 일을 해나가고 싶다. 지켜나가고 보존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