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베를린에서 유대계 미국인 작가 데보라 펠드먼의 회고록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드라마는 뉴욕 윌리엄스 버그의 하디시즘 공동체 안에 사는 한 용기 있는 여성의 실화를 그린 드라마다. 처음엔 4부작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뭔가에 홀린 듯 결말까지 쉬지 않고 봤다. 엔딩에 이르러서는 묵직한 여운에 휩싸여, 이 여성을 온 마음으로 지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정도로 최근 본 드라마 중 단연 좋았다. 드라마를 보고 메이킹 영상도 찾아봤는데, 드라마 제작 과정이 다 담겨있어서 하디시즘 공동체 사람들의 분장 스토리, 여배우의 이야기, 감독이 전하는 숨겨진 뒷이갸기까지 볼 수 있어서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일 수 있었다. 빨리 시즌 2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참새(페인터)
화이트 채플 영국 특유의 차분하고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2009년작 범죄 수사물이다. 웬만한 추리 장르 작을 섭렵한 고수라면 〈화이트 채플〉에 도전해 보길. 곳곳에 숨겨진 엄청난 반전으로, 단숨에 시즌 4까지 정주행이 가능하다. 과거의 살인 사건이 현실에 되풀이되고 더 진화하면서 형사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스토리로, 고어물에 가까운 연출과 편집,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흡입력을 높인다.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극중 가장 주축인 조셉 챈들러 수사반장의 매력적인 비주얼. 분명 음산한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자꾸만 미소가 삐져나온다. -박에스더(온라인 마케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다크 제목만큼 어두운 드라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아이들의 실종 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된다. 제목처럼 어둡고 수상한 일들이 에피소드마다 벌어지는데 거의 모든 장면이 복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시즌 1부터 3까지 내내 머리 아픈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그렇지만 어려워서 보기 싫은 게 아니라 그 세계관이 궁금해서 더욱 몰입하게 되는 미친 흡입력을 가진 드라마다. 〈트윈 픽스〉 류의 정적과 스산함을 참을 수 있고 시간 여행이나 평행 우주에 관심 있는 스릴러, SF 물 팬들이라면 강력 추천하는 작품이다. 완주한 팬으로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다크는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스포일러를 당하기 때문에 자제하도록 하겠다. 미리 시놉시스를 찾아보지 말고 넷플릭스 연속 재생으로 보시길! -홍소희(강앤뮤직 레이블 매니저)
테일 오브 더 시티, 첫 번째 1993년도에 첫 번째 시리즈가 만들어진 이후 1998년에 시즌 2, 2019년에 시즌 3로 긴 세월 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그중 내가 좋아하는 건 바로 첫 번째 시리즈! 197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바바리 레인이라는 공동체 집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과거만 해도 터부시되던 LGBT 소재를 다루며 과거 미국에서 방영되었을 때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건 한 도시 안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문화, 연애 방식이 섞이고 융합하면서 인물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빈티지 무드를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와 패션은 지금 봐도 예쁘고 트렌디해서 집에 있을 때 그냥 틀어놓기도 한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샌프란시스코 버전 같다고 나 할까.(개방적인 뉴욕보다 조금 학구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를 간직한 샌프란시스코의 분위기) 영감이 필요할 때 자꾸만 보고 또 보게 되는 시리즈다. -김미재(아트먼트뎁 대표)
인간 수업 총 10부작, 단 이틀에 걸쳐 정주행했다. 특히 5화까지 정말 미친 듯이 빠르게 극이 진행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새 보게 됐다. 돈을 벌기 위해 전교 1등인 고등학생이 조건만남을 알선하는 범죄의 길을 선택하고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 극 설정 자체가 보통의 한국 드라마와는 다르게 세다. '와, 이 드라마 뭐지?'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엔딩이 연속으로 이어지는데, 결말은 끝내 파국으로 내달린다.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인상 깊게 본 문제작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지만 결국 동시대 우리 사회의 사건, 사고, 여러 이면이 겹치면서 씁쓸함이 몰려오는, 생각할 것이 많은 작품이다. 신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탄탄한 김동희, 박주현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목진우(포토그래퍼)
브레이킹 배드 〈브레이킹 배드〉는 윌터라는 평범한 화학교사이자 가장이 암에 걸려, 마약 제조자가 되면서 광기의 구렁텅이로 엇나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스토리 무드가 자칫 추석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나른하고 지겨운 연휴에 확실한 자극을 원한다면 브레이킹 배드를 적극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백미는 바로 시즌 5의 마지막 에피소드다. 선한의지가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일치하지 않으며, 사실은 선과 악의 구분 역시 의미가 없다는 인생의 단순한 진리를 응축적으로 보여주는데, 누구라도 전율할 만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가족을 위한다는 선한 의지로 시작하지만, 결국, 무엇이 악이며, 선인지는 의미가 없어지고,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을 정신없이 쫓다 보면, 어느새 시즌 5까지 정주행하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최상민(뮤지션, 밴드 포니)
키딩 미셸 공드리와 짐 캐리의 조합만으로도 〈키딩〉을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대략의 줄거리는 유명 어린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유지해야 하는 바른 생활의 마스코트 제프가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고 나서, 쓰라린 상처를 마주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블랙 코미디. 모두가 존경하는 유명인이지만 정작 자신의 삶을 둘러싼 모순을 거부하며 슬픔과 광기로 비틀거리는 제프의 모습이 반복되는 일상, 온앤오프를 오가며 중심 잡기 하느라 애쓰는 현실의 우리와 맞닿아 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미장센 천재 공드리의 동화 같은 연출력과 물이 오른 짐 캐리의 섬세한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에피소드 매회 펼쳐지는 주옥같은 대사가 지친 마음을 따스하게 다독여 줄 것. 김루비(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