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운드 클라우드, 모든 것은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이 젊은 뮤지션은 음원 사이트에 자신의 앨범을 발매하는 대신 무료 음악 공유 플랫폼인 사운드 클라우드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덤덤하고 나긋나긋하게 풀어내는 걸 택했다. 결과는? 자신만의 색을 확고히 하며 단단한 마니아 층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의 팔 곳곳에서는 타투를 찾아볼 수 있는데 “몸에 타투가 있는 사람은 드세다”는 선입견을 비웃듯 그는 한없이 부드럽다. 특유의 감성으로 노래를 부르면 가끔은 위태롭고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내 맘이 내 마음이 아냐…우린 끝없이 새로운 일들을 겪어서 자라나고 있잖아 나도 그럴 뿐야”(‘그의 바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불안해서 너를 밀어내고서 불편하게 만들어”(‘Bye Bye My Blue’) 등의 가사를 통해 사랑에 서툴러 혼란스러운 마음을 표현하는 백예린은 그 나이 대에 걸맞은 한없이 여린 사람일 뿐이다. 언젠가 에디터 선배가 온몸에 타투를 한 사람이 알고 보면 더 여리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대신 자신을 다치게 하는 것을 택하는 거라고. 물론 심리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이 아니지만 그를 볼 때마다 선배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부드럽고 여린 모습이 백예린의 전부가 아니다. 그는 “I gotta move on for what I am 나를 위해 떠나야 해요”(‘London’)이라며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 노력하기도, “If you are not in the right mood to sleep now then come take my arms and go and I’ll be yours for sure 지금 당장 잠들 수 있는 기분이 아니라면 나와 함께 가자. 내가 너의 것이 되어줄게”(‘Square’)라며 듣는 이에게 힘찬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사실 백예린의 매력은 이 노래의 공연 영상에서 잘 나타난다. 앞서 말했던 영상에서는 초록색의 원피스를 입고 하늘하늘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어떤 영상에서는 차분한 모습으로 노래한다. 두 영상에서 그는 같은 노래를 부르지만 상반된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 ‘좋아요’ 수 3만7천 개를 기록한 한 유튜브의 댓글에는 “초록 원피스는 시원한 초여름날 들판 위에서 바람 맞으면서 듣는 기분이었는데 이 영상은 뭔가 노을 질 때 뭉클한 기분으로 듣는 느낌”이라 쓰여 있었다. 자신이 가진 다채로운 매력을 보이며 그는 팬뿐만 아니라 대중까지 사로잡게 되었다.
아티스트가 사랑을 받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단순히 외모 혹은 그의 작업물이 좋아서일 수도 있지만 그만의 감성과 분위기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백예린의 경우엔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타투의 꽃잎 하나까지도 그를 백예린답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 대중을 사로잡는 것이다. ‘차트 줄 세우기’ ‘콘서트 전석 매진’ 등의 타이틀은 더 이상 거대한 팬덤을 지닌 아이돌 그룹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대체 불가한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 잡은 백예린의 존재감은 음악계에서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