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수상하지 않아도 괜찮아

영화 평론가들이 추천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하진 못했지만 눈여겨 보아야 할 후보작들

BYBAZAAR2020.02.17

 아이리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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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생 마틴 스코세이지는 오스카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넷플릭스 영화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았을지언정 봉감독의 존경어린 멘트로 화제에 올랐다.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의 역사적 콜라보가 실현된, 미국정치사 이면을 배경으로 실제와 허구 인물들이 경합하는 우아한 갱스터는〈비열한 거리〉(1973)에서 시작된 스코세이지 월드의 총체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 교수)


 

 어스 

어스어스어스
블랙 호러영화〈겟 아웃〉으로 2018년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조던 필의 후속작으로,〈기생충〉과 유사한 주제의식과 설정을 가진다.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가 당연시 되었지만 한 개 부문도 오르지 못한 것이 이변이었다. 나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자아 도플갱어를 소재로 소득불균형 문제를 상징 언어로 숨겨 놓은 호러영화로 정치적 메시지가 풍부하여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 교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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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시아마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작년 칸에서 가장 비평적 성과가 높았던 작품 중 하나였지만 이번 아카데미 국제 장편 영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프랑스에서 이 영화 대신 〈레 미제라블〉을 대신 출품했던 것이다. 몇 년 전 김지운의 〈밀정〉이 대신 출품되는 바람에 수상가능성이 높았던 박찬욱의 〈아가씨〉가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것과 비슷한 이유랄까. 그래도 〈밀정〉과는 달리 〈레 미제라블〉은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불꽃 같은 걸작이다. 격렬하게 불타는 대신 천천히 타오르는 (시아마는 최근 인터뷰에서 불어에 영어의 slow burn이라는 표현이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영화여서 발동이 느리게 걸리긴 하는데 그게 과연 단점일까? 모든 훌륭한 연애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과정이고 우린 그 디테일을 느긋하게 음미하고 싶지 않던가? 최근에 이처럼 밀도가 높은 로맨스 영화가 몇 편이나 나왔던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압축된 대작이다. 작은 섬을 거의 떠나지 않고 중요한 캐릭터는 겨우 네 명에 불과하지만 정작 이 소박한 재료로 만들어진 세계는 광대하다. 시각 매체의 남성시선, 예술가와 모델의 관계와 같이 문명의 시작과 함께 당연시되었던 모든 것들이 18세기와 21세기의 관점을 오가며 교정된다. 모든 장면이 혁명을 외치고 있는데 그게 로맨스를 망치는 대신 오히려 살리고 있다. -듀나(영화평론가)


 

사마에게

사마에게사마에게사마에게
와드 알카팁과 에드워드 왓츠의 〈사마에게〉는 이번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분 후보에 올랐지만 상은 줄리아 라이커트와 스티븐 보나의 〈아메리칸 팩토리〉에게 돌아갔다. 결과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아메리칸 팩토리〉도 정말 뛰어난 작품이기 때문에. 원래 한 작품만 골라 상을 주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후보작을 먼저 발표하고 그 수만큼 다른 작품과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사마에게〉는 와이드스크린 전쟁 대작이다. 시리아 내전 때문에 알레포에 고립된 저널리스트와 의사 커플이 아이를 낳고 키우고 부상당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치료하고 이 모든 사실을 기록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은 실화이다.  
 
여기까지는 다들 익숙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관객들이 스크린을 통해 보는 모든 것들이 감독이자 주인공인 와드 알카팁이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들고 직접 찍은 진짜라는 것이다. 이는 영화가 단순한 참상의 기록으로 머무는 대신 주인공이 딸 사마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태를 갖추면서 훨씬 개인적인 회고록으로 전환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해졌던 둔중하고 값비싼 매체가 점점 모두가 쓸 수 있는 볼펜과 노트의 기능을 하게 된 것이다. 〈사마에게〉는 그 진화의 과정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듀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