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명상 중입니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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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명상 중입니다

퇴근 후에 집도, 술집도, 피트니스센터도 아닌 명상원을 찾는 여자들. 그런 그녀들을 이해할 수 없는 에디터의 1일 명상 체험기.

BAZAAR BY BAZAAR 2020.01.29
 
지금은 명상 중입니다

지금은 명상 중입니다

lv.0 명상 생초보

명상은 처음이라서 궁금한 게 많았다. 반년 전부터 명상을 시작한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명상을 하면 뭐가 달라져?” 그녀가 대답했다. “쥐가 나지.” 솔직히 틈틈이 요가를 해왔던 터라 자신이 있었다. 본격적인 요가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호흡을 가다듬던 시간. 이게 명상 아닌가? 그런데 아니더라. 나는 초심자를 위한 호흡 수업에서 가부좌를 튼 지 5분도 안 돼서 몸을 배배 꼬며 친구가 말한 네 음절을 절감했다. “쥐가 난다.”
가부좌를 틀고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호흡에 집중한다. 눈을 감고 코끝으로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걸 느끼면서. 시각이 차단되니 나머지 감각기관이 배로 예민해진다. 어쩐지 허리의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명상 중엔 절대 큰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이 강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평소 음량으로 옆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가 청력 손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고. 물론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명상가들의 이야기다. 생초보만 모인 입문 과정에서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선생님은 코끝의 호흡에 집중하라고 했지만 올라앉은 방석의 촉감, 온풍기 돌아가는 소리, 옆 사람의 뒤척임, 창밖의 바람 소리, 내일 할 업무, 자동차 보험 갱신일, 주말 약속, 어젯밤 문자로 약간 불편해진 친구와의 관계, 얼마 남지 않은 휴대폰 배터리, 내 심장 소리…. 모든 게 너무 컸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느껴진 건 피가 통하지 않는 왼발이었고. 사실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선생님이 다짜고짜 눈을 감으라고 하기에 조금 당황했다. 5분간의 ‘시작 명상’이 끝나고 그녀는 이유를 설명했다. “여러분의 몸은 지금 이곳에 있는데 마음도 이곳에 있나요? 마음은 아직 일을 마치지 못하고 온 회사에, 아까 저녁 먹은 식당에, 혹은 또 다른 장소에 두고 온 게 아닌가요? 그래서 우리는 오자마자 바로 시작 명상을 합니다.”
그 다음은 마음 체크 순서.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일곱 명의 여자들이 둘러앉아 자기 소개, 아니 ‘존재 소개’를 한다. 이름, 나이, 직업 따위는 말하지 않고 본인은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는 거다. 덧붙여 요즘 내 마음이 어떤지, 지금 기분은 어떤지도 털어놓았다. 어떤 사람은 “앞으로의 수업이 기대된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설명할 수 없다. 마음이 복잡하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은 “새해가 되고부터 업무 부담감에 늘 쫓기는 기분이 든다”고도 했다. 일곱 명 중에 두 명은 눈물을 보였다. “지금껏 나는 a 같은 사람이라고 자신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b 같은 사람이었다”며 혼란스럽다는 이도 있고, “우울증으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데 명상이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하고 찾아왔다”는 이도 있었다. 저마다 다른 이유, 다른 목적, 다른 기분으로 명상 수업을 찾았지만 그중에 공감 못할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오늘, 지금 그렇지 않다 뿐이지 언젠가 다 내가 느꼈거나 느낄 기분이고 마음이었으니까. 불편한 자세, 끊이지 않는 잡생각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생초보 명상반의 의의는 여기에 있는 듯했다. 어른이라면 재빨리 추스르고 감쪽같이 숨겨야 하는 감정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애인에게도 말 못한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과 안전한 시간이 제공된다는 것.
마음 체크 시간이 끝나고 다시 이어진 명상에서 나는 한 번 더 쥐가 난 발을 붙잡고 괴로워해야 했지만 선생님이 했던 한마디만큼은 강하게 뇌리에 남았다. “명상은 어떤 신비한 체험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안 쓰는 뇌의 근육, ‘내버려둠’의 회로를 키우는 운동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자꾸 조절하려고 들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조차요. 명상은 그걸 내버려두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나 역시 명상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마음 수련을 위해 명상원을 찾았다가 다단계 혹은 사이비 종교의 늪에 빠져버려서 욕봤다는, 어디에선가 들은 것 같은 라디오 사연을 떠올리며 이곳 문턱에 들어서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하지만 어떤 이들은 기민하게 알아챘던 것 같다. 생물학적 질병만큼 마음의 병이 문제가 되는 이 시대에 명상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그것도 가성비가 꽤 훌륭한. 캐나다의 스타벅스는 올해부터 직원들에게 명상 앱을 무료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복지 서비스의 일환이다. 구글, 애플, 나이키 같은 글로벌 기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사내 명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교과목으로도 활용된다. 심리치료센터에서 한 시간 심리상담을 받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2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내가 1회 명상 체험으로 낸 수업료는 5만원이다.
마지막 명상을 하는 동안 선생님은 눈을 감고 있는 우리에게 여러 번 이 문장을 반복해 말해주었다.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기를.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기를.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기를.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기를. 어디선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다. 
‐ 에디터/ 손안나
 

 

lv.1 명상 하수

명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 언젠가부터 삶이 무료하게 느껴지고 인생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그러던 중 명상을 시작하게 됐고 그때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근심으로 가득했던 뇌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명상이 필요한 순간 처리해야 할 것, 신경 써야 할 게 많은 숨 가쁜 하루를 보내고 난 날 저녁,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글이 잘 써지지 않고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 정신이 산만할 때 명상을 한다. 주로 퇴근 시간 이후에 하지만, 명상을 규칙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위와 같은 이유로 명상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하는 편이다. ‘간헐적 명상’ 수련에 가깝다.
명상을 하기 전후의 마음 상태 온통 뒤죽박죽인 것 같고 산만한 마음으로 명상을 하러 갈 때가 많은데 명상을 하고 나면 뇌를 청소한 듯한 기분이 든다. 운동을 한 뒤와 비슷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상쾌한 느낌이라고 하면 상상이 되려나.
명상으로 달라진 점 이전의 나는 최소 8cm 이상의 힐을 신지 않으면 누군가를 만나지 않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나의 아담한 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 예전처럼 두꺼운 아이라인도 잘 그리지 않는다. 이제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남의 시선과 기대에 부합하려고 애쓰지 않기 때문이다.
구독하는 명상 유튜브 왈이네 마음 단련장 인스타그램(@wal.8am), 유튜브 〈Music for body and spirit〉, 명상 애플리케이션 〈calm〉.
명상 입문자를 위한 조언 명상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 권유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삶의 속도가 다르듯, 명상이 와 닿을 때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나처럼 갑자기 삶이 의문투성이로 보인다거나 머릿속이 산만하다면 한번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 김희성(매거진 〈노블레스〉 디지털 콘텐츠 에디터)
 

 

lv.2 명상 중수

명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 임신 당시 임산부 요가를 하던 와중에 요가의 명상 프로그램을 수강하게 되었다. 명상을 하면서 이전엔 느껴보지 못했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 좋은 에너지를 얻으며 명상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명상이 필요한 순간 임신 기간 동안은 매일 아침 여명을 바라보고 명상을 했다. 출산 후엔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거나, 큰 결정을 앞둔 시기 등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때에 수시로 하고 있다.
명상을 하기 전후의 마음 상태 아침에 눈을 뜨고 명상을 할 때면 몽롱하고 멍한 상태에서 시작하지만 곧 나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게 된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 명상을 하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지고, 무겁게만 느껴지던 문제들을 객관적이고 심플하게 바라볼 수 있다.
명상으로 달라진 점 나 자신을 보다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은 한 치의 변함이 없지만 그 가운데 마음속 쉼표 하나를 가지고 살아가게 된 것.
구독하는 명상 유튜브 유튜브 〈나다운〉 채널. 아디다스 우먼스 코치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오드리 코치님께서 명상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앱으로는 〈Relax Meditation〉을 자주 이용한다. 명상에 필요한 BGM을 내가 원하는 소스로 믹스해서 음악으로 재생시킬 수 있다.
명상 입문자를 위한 조언 명상의 사전적 정의는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이다. 살면서 명상 한번 해보지 않으며 사는 사람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다만, 생각의 길과 방향 없이 무작정 깊게 생각하다 보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될 것이다. 그것을 더 명료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가이드 명상이 우리 삶에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김도인(패션회사 디렉터)
 

 

lv.3 명상 고수들

명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 10여 년 전 마음에 대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나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힐러의 길을 걸으며 명상을 접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약 6년 전 ‘싱잉볼’이라는 도구에 대해 공부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명상을 시작하였다. 현재는 명상 지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명상이 필요한 순간 주로 하루를 시작하기 전과 밤에 잠들기 전에 하는 편이나 때와 장소를 크게 가리지는 않는다. 일상생활 속에도 명상이 녹아들어 있다. 앉아서 하는 명상 외에도 산책을 할 때 하는 걷기 명상 등이 있다.
명상을 하기 전후의 마음 상태 호흡이 안정되고 생각이 고요해진다. 가볍고 평온해진 마음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차오른다.
명상으로 달라진 점 부정적인 생각 또는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외부의 자극에 대해 자동적(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대응방법을 선택하는 힘이 생겼다. 스스로의 마음 또한 예전보다 잘 다스리게 되었다. 예전엔 마음속 수많은 목소리(에고)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면, 현재의 마음은 고요를 유지하는 편이다.
구독하는 명상 유튜브 〈마보〉 채널. ‘마음 보기’의 약자로 명상 애플리케이션이자 유튜브 채널이다. 구글의 명상 프로그램인 내면 검색 프로그램이 국내에 도입된 것이다.
명상 입문자를 위한 조언 명상을 잘하는지 못하는지의 여부는 이를 꾸준히 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 즉, 명상을 잘하는 사람은 이를 꾸준히 하는 사람인 것이다. 조급하게 당장 결과를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오늘 하루 나를 위해 고요하게 휴식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해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 힐러혜랑(힐러, 명상코치, 싱잉볼 전문가, 인스타그램@healer_hyerang, 유튜브@명상하는 그녀)
 
명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 어릴 적 체력이 약해 몸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성공에 대한 욕심은 너무 커서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20대 초반에는 공황장애까지 겪었다. 영혼이 많이 힘들었을 때 요가와 명상을 접하게 됐다.
명상이 필요한 순간 아침과 자기 전 간단한 호흡 명상을 한다. 가끔 에고(자아)가 너무 심하게 올라올 때도 틈틈이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현재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이게 명상이야?’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는데, ‘현재에 집중하는 것’ 또한 아주 좋은 명상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명상을 하기 전후의 마음 상태 명상을 하기 전에는 원하는 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을 때 불평을 했다면, 지금은 어떠한 상황이 생겨도 금방 평온을 찾는다. 결론적으로는 내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힘든 일이 생겨도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리고 거기서 배울 점을 찾아 삶에 적용한다.
명상으로 달라진 점 7년 동안 7번의 이직을 하는 등 고민을 안고 살았다. 그땐 인생에서 낙오자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명상을 접한 이후 그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내 내면 상태가 나의 현실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명상을 시작하고, 이너 피스를 찾으니 이 말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어떤 상황을 겪더라도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는 힘이 생겼다.
명상할 때 맞닥뜨린 주변의 반응이나 편견 우리나라에서 명상에 대한 인식은 너무 신비주의적으로 풀어가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처음 명상을 시작할 때는 귀신이 씔까 무섭기도 했다.(웃음) 미국인 남편에 의하면 미국은 명상을 과학적으로 풀어 증명하기 때문에 명상에 대해 거부반응을 가진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2020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겐 미국의 접근 방법이 더 알맞은 방식이라 생각한다.
구독하는 명상 유튜브 〈마인드풀 TV〉. 선생님께 정말 좋은 영향을 받고, 나 또한 내면의 울림에 따라 인생을 잘 살고 있다.
명상 입문자를 위한 조언 처음 명상을 할 때 무언가를 얻으려는 마음보다는, 내 마음을 청소한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해보았으면 한다. 초반엔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관념들이 튀어나와 힘들 수 있다. 그러나 꾸준히 하다 보면 마음이 깨끗하게 청소되는 것은 물론, 그 순간부터 당신들의 인생은 각자 내면이 이끄는 방향으로 좋게 흘러갈 거라고 생각한다. 
‐ 고은아(헬스 & 명상코치, 요가강사, 작가, 인스타그램@lilybuuns, 유튜브@be with L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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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혜준
    사진/ Getty Images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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