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재의 기억 포스터
대학생에게 4월은 한창 시험기간으로 바쁜 달이다. 그 날도 교양시험을 보고 나서 잠시 꺼놨던 휴대폰을 켰을 뿐인데 실시간 검색어가 심상치 않았다. 화면을 클릭해 처음 접한 뉴스는 ‘전원 구조’됐다는 기사.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다음날 시험이 있었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펼쳤지만 아무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배 속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에어 포켓’의 가능성을 믿고, 새로 업데이트 된 뉴스가 없나 애꿎은 휴대폰만 새로고침했다. 애석하게도 행정학도였던 내가 다음날 시험 쳐야 했던 과목은 행정안전부의 역할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전국을 골고루 함께 잘 살게 만드는데 앞장서는 부처’. 행정안전부에 대한 설명이다. 과연 국가는 그 때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했을까.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은 잊을 수 없는 그 날, 국가의 부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현장의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러닝타임 28분은 가슴 아파 잊고 싶지만 잊어서는 안 될 그 날의 기록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믿고 의지했던 국가가 구조해 주지 않았던 그 순간, 국가가 부재했던 그 순간이 이 기나긴 고통의 근원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며 제작 의도를 밝힌 그. “한 유가족이 ‘이 영화를 많은 곳으로 갖고 나가 많이 알려 달라’고 했어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많이 봐 달라’고 이야기하고 오겠습니다.”라며 아카데미 후보 진출 소감을 전했다.
트라우마를 겪거나 상처를 받으면 충격의 크기만큼 그에 대한 기억이 선명해진다고 한다. 수년이 지나도 잊지 못하는 그 날의 기억들.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그렇기에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2014년 4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