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뛰어넘다, 레안드로 에를리치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현실을 뛰어넘다, 레안드로 에를리치

수면 속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과 그 모습을 수면 위에서 놀란 채 지켜보는 사람들. 설치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작품 을 관람하는 광경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머로 시각적 환상을 선사하는 그가 대규모 전시를 위해 서울을 찾았다.

BAZAAR BY BAZAAR 2020.01.14

BEYOND

  THE

REALITY

1 Order Of Importance, MIAMI, US, 2019. 2 The Cloud(2016), Mori Art Museum, Tokyo, Japan, 2017.

1 Order Of Importance, MIAMI, US, 2019. 2 The Cloud(2016), Mori Art Museum, Tokyo, Japan, 2017.

얼마 전 마이애미 아트위크를 위한 작품 〈Order of Importance〉가 공개되었다. 마이애미 해변에 수십 대의 모래자동차가 늘어선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자동차 주변으로 몰린 인파도 그렇고. 당신의 작품은 직접 겪는 사람들의 행동과 반응이 포함되어 완성되는 것 같다. 
〈Order of Importance〉는 공공장소에서 작업을 해야 했던 만큼 엄청난 도전이었다. 이 작업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겠지만, 당신과 비슷한 경험으로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기사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퍼지는 이미지들을 통해 말이다.
다른 작품에 비해 해수면 상승과 기후 변화에 대한 정확한 메시지를 보여준다.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었을 테다. 
해당 작품은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긴 하지만 이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은 아니다. 예술작품 나름의 섬세하고 시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려 애썼다. 마이애미이기 때문에 적용 가능한 동시에 한계가 없는 지점을 찾는 일을 고심했다.  
해변에 줄 세웠던 모래자동차가 서울에서는 〈Car Cinema〉라는 주요 작품으로 전시된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온 모래자동차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13대의 모래자동차가 바라보는 화면에서는 실제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들의 영상이 상영된다. 가상의 실내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영화관에서 모래자동차는 고속도로상의 진짜 차들을 보며 꿈을 꾸는 것이다. 약간의 영혼이 가미됐다고 해야 할까. 〈Order of Importance〉와 달리 이 작품에선 차들을 의인화하였다. 필립 K. 딕(Phillip K Dick)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라는 책의 내용과 연관된 작업이다.
Swimming Pool / La Pileta (1999), MALBA, Buenos Aires, Argentina, 2019.

Swimming Pool / La Pileta (1999), MALBA, Buenos Aires, Argentina, 2019.

서울 전시만을 위한 신작 〈In the Shadow of Pagoda〉가 설치된다. 무영탑 설화를 모티프로 삼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무영탑 설화가 이 새로운 작품에 시적인 영감을 주었지만 이 작품이 그 아름다운 옛날 이야기를 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Swimming Pool〉의 구조를 발전시킨 것인데 이번 작품은 분수를 닮은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던 내 오래된 야망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물에 반사되는 건축물에 대한 이 아이디어는 2015년 서울 NMCA에 전시했던 작품 〈대척점의 항구(Port of Reflections)〉의 본질과도 닿아 있다.
남한과 북한의 상황을 이번 전시의 테마인 ‘주체’와 ‘타자’의 관계성이 현실에 드러난 예시로 보았다. 그렇게 〈The Cloud〉라는 작품이 탄생했다. 
내게 남한과 북한의 상황은 서로의 다른 점을 극복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오는 어려움을 상징한다. 내게 있어 예술은 소통과 집단적 이해의 장치이다. 우리는 항상 ‘그 외의 존재’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짧은 이야기에 나온 것처럼 우리가 ‘그 외의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는 관점의 차이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남한이 북한을 주시하는 것인가? 아니면 북한이 남한을 주시하는 것인가?
〈Coming Soon〉이라는 작품에서는 영화 포스터의 방식이 차용된다. 영화처럼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은 무엇인가? 
건축가 집안에서 자란 내게 공간의 구조는 언제나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내 아버지 또한 엄청난 영화광이었다. VHS가 DVD로 대체되었을 때, 많은 비디오 가게들이 합당한 가격에 재고들을 팔아넘겼고, 덕분에 1천 개 이상의 영화들을 집에 갖출 수 있었다. 이는 내게 크고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당시 나는 유화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다. 건축 일을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영화 쪽 일을 하지도 않지만 옛날의 많은 관행들이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연관이 된다.
서울에서 몇 번 전시를 열었지만 이번 전시가 가장 대규모이다. 많은 대표작을 통해 말하고 싶은 주요한 맥락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측면은 현장 고유의 감각에 따라 전시를 구상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공간 배치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접근한 결과물이다.
 
Changing Rooms(2008), Mori Art Museum, Tokyo Japan, 2017.

Changing Rooms(2008), Mori Art Museum, Tokyo Japan, 2017.

※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주로 거울 등을 이용한 시각적 착시를 적용해 엘리베이터, 계단, 수영장 등 친숙한 공간을 소재로 한 설치작품을 선보여 왔다. ‘주체’와 ‘타자’ 사이의 모호한, 비고정적인 경계에 주목하는 이번 전시 《레안드로 에를리치: 그림자를 드리우고》는 2020년 3월 31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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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박의령
    사진/ 김연제,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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