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의 남프랑스 생활

프렌치 아이콘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가 남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BYBAZAAR2020.01.13

 INÈS DE LA FRESSANGE KEEPS IT COOL IN PROVENCE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린 6월 말 어느 날, 우리는 남프랑스 프로방스의 타라스콩(Tarascon)이라는 중세 도시를 지나고 있었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올리브나무가 안내하는 대로 길고 바람 부는 길을 따라갔다. 집이라곤 한 채도 보이지 않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계속해서 달렸다.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건 매미 우는 소리와 차를 관통하는 타는 듯 무거운 느낌뿐이었다.  
드디어 62살의 프렌치 스타일 아이콘이자 디자이너, 작가 겸 모델인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의 전망 좋은 집에 도착했다. 약 15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라벤더 덤불 안에 위치한 집은 오프 화이트 컬러의 정면 건물 주위로 울퉁불퉁하고 비뚤어진 올리브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각 문과 창의 덧문에는 평온함을 주는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이윽고 끈 달린 남색 리넨 팬츠에 오버사이즈 화이트 리넨 셔츠를 입은 드 라 프레상주가 상대방을 전염시키는 매혹적인 미소와 편안한 매너로 우리를 반긴다. 그 모습은 웅장한 집을 뒷배경으로 한 채 진정 환영받는 느낌을 전해주었다.
“집 안을 안내할게요. 그리고 뭐든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답니다. 물건을 옮겨도 돼요. 전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가 특유의 전염성 있는 큰 웃음으로 농담을 건넨다. “보시다시피 이 집은 〈하퍼스 바자〉에 실릴 만한 곳은 전혀 아니에요. 작은 시장(bazaar) 같은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모두 플리마켓에서 데리고 온 것들이에요. 전 마치 영원히 존재한 것처럼 느껴지는, 주말 별장 같은 집을 원했어요. 가족과 친구, 강아지들을 위한 집이죠. 사람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들어왔다 나갈 수 있는 집. 그러니까 모든 게 심플하고, 값비싸고 귀한 것은 없는 집이죠. 정치인이나 유명인들도 방문했었지만 이런 스타일에 적응해야 했지요. 다행히 대부분은 존중해주었어요.” 드 라 프레상주가 프로방스 지역에 매혹된 건 30년도 더 지난 얘기다. 그녀는 이곳에서 이탤리언 사업가이자 미술사학자이며 두 딸, 25살의 니네(Nine)와 20살의 바이올렛(Violet)의 아버지이기도 한 루이지 두르소(Luigi d’Urso)를 만나 결혼했다. 프로방스는 이제 드 라 프레상주가 친구와 가족, 그리고 10년간 함께한 파트너이자 미디어 전문가 데니스 올리벤느(Denis Olivennes)와 시간을 보내는 이상적인 휴가지가 되었다.
 
화이트를 바탕으로 머스터드 같은 컬러를 조금 곁들인 거실.

화이트를 바탕으로 머스터드 같은 컬러를 조금 곁들인 거실.

“프로방스에서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요. 테니스와 골프를 칠 수도 있고 말을 탈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에요. 먹고 자고 읽죠. 음악을 듣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시골마을에 가기도 하고요. 여름에는 연극 축제가 열리고 수준 높은 아트 전시도 많이 있어요. 아를 근처 마을에 프랭크 게리 뮤지엄이 곧 오픈을 앞두고 있고, 아비뇽 같은 도시나 유럽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중세 고딕 건물이 있는 도시 중 하나인 팔레 드 파프에는 훌륭한 뮤지엄도 많아요. 오랜 시간 여행을 하다 보니 역사나 문화적인 이야기가 있는 곳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여기는 로마인이 도로와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많이 지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그대로 느낄 수 있죠. 헨리 제임스는 프로방스에 대해 쓰기도 했어요. 헤밍웨이 또한 이 지역을 사랑했고요. 물론 세상 끝 저 멀리 가보면 아름다운 해변들도 있죠. 하지만 3일만 지나면 곧 질리게 돼요. 이렇게 말하면 거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역사가 부족해요. 그건 느낄 수 있는 거거든요.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전 그냥 늙고 고지식한 유러피언 여성일지도 몰라요.”      
 
(왼쪽) 드레스는 Forte Forte. 바스킷은 Ines de la Fressange Paris. 팔찌는 아를에 있는 PinusJewelry Shop(Coulas). 스트로 모자는 마라케시 마켓에서 구입한 것.

(왼쪽) 드레스는 Forte Forte. 바스킷은 Ines de la Fressange Paris. 팔찌는 아를에 있는 PinusJewelry Shop(Coulas). 스트로 모자는 마라케시 마켓에서 구입한 것.

그녀 18세기 수도승들을 위한 도피처였던 이 2층집을 안내하며, 집 안으로 비치는 따뜻한 빛을 가리켰다. “프로방스의 빛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워요. 세잔, 고갱, 반 고흐, 피카소를 비롯해 많은 화가들이 이곳을 사랑했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흰 벽과 바삭거리는 리넨 커튼이 방의 분위기를 소박하지만 우아하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곳을 채운 나무 테이블과 의자, 우븐 스트로 바구니, 다양한 장식품 대부분은 동네 로컬 마켓에서, 그중 몇 가지는 모로코, 튀니지, 인도 여행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집 전체에 배치된 내추럴한 소재와 빨간색, 황토색, 파란색이 섞인 풍경은 격식을 차리지 않은 우아함이 지닌, 신중하고도 예술적인 조합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마치 애쓰지 않은 듯 절제된 그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저는 집에 대해서도 무드 보드를 만들어요. 패션 컬렉션처럼요. 스토리를 따라가는 편이에요. 화이트에 약간의 브라운과 머스터드 컬러를 아주 조금 곁들였어요. 여자를 꾸미는 것처럼 집을 꾸미는 거예요. 누구든 같은 스타일로 옷을 입히지는 않잖아요. 전 노르망디와 파리에도 집이 있는데, 전혀 다른 느낌이에요.”
드 라 프레상주는 그 누구보다 무드 보드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지난 7년 동안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와 14개의 컬렉션을 디자인했고, 17년 동안이나 럭셔리 슈즈 브랜드 로저 비비에의 앰배서더로 활약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레이블을 가지고 있고, 파리 래프트 뱅크에는 의류와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패션계에서 쌓은 명성을 바탕으로 ‘파리지엔 시크’에 관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패션적 재능에 관해 얘기하자면 우리는 모델이자 샤넬과 칼 라거펠트의 뮤즈로 활약했던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허리 부분을 묶어 연출한 데님 셔츠, 리넨 팬츠는 모두 Ines de la Fressange Paris. 샌들은 Roger Vivier.

허리 부분을 묶어 연출한 데님 셔츠, 리넨 팬츠는 모두 Ines de la Fressange Paris. 샌들은 Roger Vivier.

“샤넬이라는 가장 좋은 학교에서, 칼 라거펠트라는 가장 좋은 선생님에게 배웠죠.” 그가 말한다. “스튜디오에서 칼과 함께 7년을 일할 수 있었던 건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학위를 취득한 것 같은 것이에요. 아니 그보다 더 낫죠. 정말 많이 배웠어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등 많은 것을요. 그리고 너무 회의를 많이 하지 않는 것도요. 칼은 미팅을 싫어했거든요. 피팅하는 동안 저는 종종 그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오, 이건 끔찍해요. 하지 않는 게 어때요?’ 그러면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알아, 이건 아니지. 하지만 우리는 시도해봐야 해. 그게 중요해.’ 그게 정말 좋은 공부였던 거예요. 항상 조금씩 몰아붙이고, 자신에게 물어보는 거죠. ‘안 될 게 뭐가 있어?’ 그리고 어떠한 편견 없이 오픈 마인드로 생각하는 것도요.”
특히 이 오픈 마인드는 드 라 프레상주에게는 보다 자연스럽게 다가온 것 같다. 모델로 일하는 동안 그는 포토그래퍼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기자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말하는 마네킹’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매력과 자신감으로 무장한 그는 이내 패션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애써 꾸미지 않은 듯 멋진 스타일은 그의 시크한 감각을 모방하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흠모의 대상이 되었다.
 
소박하지만 우아한 프로방스식 롱 테이블.

소박하지만 우아한 프로방스식 롱 테이블.

“제 스타일은 결국 심플한 거예요. 화이트 진, 남색 오버사이즈 셔츠 같은 거요. 저는 자수보다는 단순한 화이트 실크 셔츠가 잘 어울리거든요. 보통 편안하게 입기 때문에 가끔 좀 더 드레시하게 꾸며야 할 때는 로저 비비에 슈즈를 신고 로저 비비에 백을 들어요. 사람들은 저희 집에 방문하면 많이 실망하곤 해요. 남색 스웨터, 화이트 셔츠, 화이트 진, 남색 재킷 같은 걸 보게 되니까요. 샤넬의 화려한 자수 장식 의상을 기대한 거죠. 저는 패션에 있어서는 점점 ‘적게, 더 적게’ 변해왔어요. 25살 때 제 사진을 보면 립스틱, 아이라이너, 과하게 세팅한 머리, 큰 귀고리를 하곤 했지요. 어릴 때는 많은 게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멋진 헤어스타일, 옷이 필요하고 그렇게 소비지상주의에 빠지죠. 저도 아직 소비지상주의를 벗어나진 못했지만 그런 것들을 굳이 밖으로 표출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가 웃는다. “이 사진들을 보면 제가 주로 선호했던 것은 가지지 못한 것들이었어요. 그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많은 세월이 걸렸어요. 그리고 어떤 나이 이상이 되어 너무 많이 가지게 되면, 뭐랄까 좀 딱해 보여요. 퍼 코트, 악어 백, 다이아몬드와 선글라스를 모두 하고 있으면 10년은 늙어 보이거든요. 더 늙어 보이는 데다 심지어 안 예쁜데 우린 왜 많은 돈을 쏟아붓는 걸까요?”
타고난 심미안과 더불어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드 라 프레상주는 그 스스로 강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다. 그건 브랜드란 게 당장 팔아야 하는 무엇이면서도 그것을 자신이 가진 자유로운 영혼으로 계속해서 새롭게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스커트는 Giambattista Valli. 셔츠는 빈티지, 벨트는 https://sellerietrodeo.com/les Amphores. 슈즈는 Roger Vivier.

스커트는 Giambattista Valli. 셔츠는 빈티지, 벨트는 https://sellerietrodeo.com/les Amphores. 슈즈는 Roger Vivier.

“저는 여기(프로방스)에 있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휴가 끝에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본래의 삶으로 왜 돌아가야 하는 거지? 한 달 간의 휴식을 위해서 일 년을 꼬박 일한다는 건 너무 불쌍한 일이잖아요.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것처럼 미팅을 가고, 일할 때는 여기에 있을 때처럼 쿨하게 하려고 해요. 아침 일찍 일어나 그린 주스를 마시고, 요가와 명상을 하고, 그 후 아이들을 돌보고 저녁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을 겨우 갖게 되는 여성들에 대한 기사를 많이 읽었어요. 저는 그런 부류가 아니에요. 게으르고, 느리고, 내일로 미루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저는 어디서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하려고 해요.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 유니클로, 로저 비비에 다 마찬가지죠. 그게 제가 가진 럭셔리라고 할까요? 그리고 전 사람들을 믿어요.”
드 라 프레상주는 성공에 관한 완벽한 공식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언제나 자신을 쿨하게 유지하면서 말이다. 

Keyword

Credit

  • 에디터/ 황인애
  • 글/ El´eonore Marchand
  • 번역/ 이민경
  • 패션 에디터/ Kristen Ingersoll
  • 패션 에디터/ Kristen Ingersoll
  • 사진/ Christopher Sturman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