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를 찾어 떠난 여행, 자메이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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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를 찾어 떠난 여행, 자메이카

전설적인 소설 속 첩보원 제임스 본드로부터 영감을 받아 떠난 카리브해의 섬 자메이카.

BAZAAR BY BAZAAR 2020.01.12

FROM

JAMAICA,

WITH

LOVE

자메이카의 해변.

자메이카의 해변.

자메이카의 생기 넘치는 수도 킨스턴에 도착하자 수천 개의 샹들리에로 장식된 이국적인 무도회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블루마운틴을 비추는 햇볕이 카리브해와 우리가 서 있는 화이트 샌드에 다채로운 빛을 선물해주었다. 제임스 본드 소설의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 장교로서 처음 이 섬을 방문했을 때 그 매력에 사로잡혔다. 그가 소설을 쓸 때 상상했던 배경과 정확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1 리조트의 방.2 골든아이의 오두막 테라스.3 골든아이의 플레밍 라운지.

1 리조트의 방.2 골든아이의 오두막 테라스.3 골든아이의 플레밍 라운지.

섬의 허리를 가로질러 평화를 만끽할 수 있는 가족 소유의 자메이카 인(Jamaica Inn)에 도착했다. 그들은 우리를 진심으로 환영해주었다. 55개의 게스트룸, 7개의 오두막과 슈퍼럭셔리 화이트 스위트룸으로 구성된 이 아름다운 호텔은 1905년, 카리브 해변에서 가장 긴 프라이빗 해변에 세워졌다. 드넓은 테라스는 빛이 비치는 침실로 연결되며, 그곳에선 초록빛에서 푸른빛으로 색을 바꾸는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자메이카 인의 무한함은 지난 역사를 생각나게 한다. 1950년대에 윈스턴 처칠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곳을 찾았고, 메릴린 먼로와 아서 밀러가 후에 로맨틱한 연애를 했던 곳이며 메건 마클이 첫 결혼을 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언 플레밍과 노엘 카워드(Noel Coward)는 이곳에서 백개먼(Backgammon, 서양주사위놀이)을 하거나 칵테일을 즐기곤 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카운터에 기대선 바텐더는 뜨거운 날씨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마티니 ‘셰이큰 낫 스터드(Shaken, Not Stirred)’를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해변에서는 아름다운 나비와 비둘기들이 바다 근처에서 날아다니며 먹잇감을 찾는 펠리컨과 바다의 색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낮에는 수영과 카약을 즐길 수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드넓은 바다에서의 스노클링은 모든 야외 활동 중 최고였다. 우리는 깊은 초록빛 바닷속에서 산호초를 관찰하고, 처칠의 발코니가 있었던 갑에서 시가를 한 대 피우기도 했다. 이 세상 최고의 자연 스파로부터 받는 치유의 손길이 며칠 동안 몸과 마음속에 깊게 남아 있었다. 머무르는 동안 이 안식처를 잠시 떠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면, 토니의 보트나 택시를 타고 투어를 떠나보자. 그는 근처의 오초 리오스(Ocho Rios) 지역 마켓에서 다양하고 화려한 원단으로 만든 전통 인형을 구경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다.
헌신적인 것들로 가득한 자메이카 인에서 묵은 게스트 중 80%는 그곳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고 한다. 늦은 아침, 부드러운 타월이 깔린 선베드가 있는 해변으로 플랜터스 펀치(Planter’s Punch)가 배달된다. 오후의 티타임 시간에는 얇게 자른 토마토샌드위치와 직접 만든 진저케이크가 책과 가족 사진으로 가득한 도서관 외부에서 제공된다. 저녁엔 복장을 갖춰 입고 테라스 계단을 따라 내려가 석양 지는 하늘과 로컬 밴드의 감미로운 사운드를 감상하며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다.  
 
1 해변의 오두막, 골든아이. 2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들. 3 푸른빛의 해변. 4 1964년 골든아이에서 이언 플레밍의 모습.

1 해변의 오두막, 골든아이. 2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들. 3 푸른빛의 해변. 4 1964년 골든아이에서 이언 플레밍의 모습.

북해안 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가다 보면 오라카베사(Oracabessa)라는 작은 어촌이 나타난다. 조금 더 지나면 바람에 날리는 야자수나무 사이에 반쯤 보이는 철문에 삐뚠 글씨로 쓰인 ‘사유 재산(Private Property)’라는 사인이 보인다. 한때 이언 플레밍 소유의 집이었던 골든아이(GoldenEye)는 아름다운 해변부터 열대 숲과 작은 만까지 이르는 52에이커의 넓이로 확장되었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음악 프로듀서 크리스 블랙웰(Christ Blackwell)의 아일랜드 아웃포스트(Island Outpost) 리조트 소유의 보물이 되었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 수영장인 광대한 석호 위를 지나는 긴 현수교 다리를 건너면 모래 해변에 도착할 수 있다. 그곳에는 49개의 오두막, 별장과 호텔 빌라가 여기저기 흩어져 자리 잡고 있어서 마치 개인 소유의 전원주택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007 영화 중 가장 유명한 도주 장면이 만들어졌다. 바다와 연결되어 있는 야외 샤워룸에서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어선이 보인다. 아침식사로는 달콤한 바나나와 로컬 파인애플이 우리를 기다렸다. 블랙웰의 아일랜드 레코드(Island Records) 소유의 비조 바(Bizot Bar)에는 밥 말리와 그레이스 존스의 포스터가 벽면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다. 모든 것이 자연 친화적인 이곳에서는 근심 걱정이 없어진다. 넥타이를 잠시 벗고 슬리퍼를 신어본다. 가제보(Gazebo) 레스토랑에서 누리는 저녁식사에는 갓 잡은 신선한 로브스터와 막 재배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가 제공되었다. 식사 후 수영과 패들보드를 즐기고 라군 스파에서 진저와 석류 오일로 마사지를 받으니 천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골든아이즈 지역의 마을 주민들과 어부들이 파괴된 산호초를 되살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덕분에 지금은 해변 생태계와 지역 주민들의 생계까지 회복되었다. 이언 플레밍의 빌라 반대편에 위치한 와타 스포츠(Wata Sports)의 하비에르(Xavier)와 함께 마스크를 쓰고 태양빛이 스며든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해초 틈 속에서 냄새를 맡는 듯한 네온빛 비늘돔을 지나 흰색 말미잘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아주 잠시 동안 내 손바닥 위의 말미잘과 하나가 된 기분을 느꼈다. 하비에르가 나의 손바닥 위에 있는 말미잘을 조심스레 들어서 그가 있어야 할 곳에 안전하게 내려놓아주었다.
마지막 날, 나는 잠시 비어 있는 리셉션 데스크에서 손으로 직접 쓴 메모를 보았다. “곧 돌아오길 바라요”. 그렇게 되길 바란다. 책상에 놓인 그때의 사진을 보며 아쉬운 한숨을 쉰다. 그리고 내 옆에는 당시 신었던 영광스러운 슬리퍼가 놓여 있다.
 
※ 자메이카 인(www.Jamaicainn.com), 조식 포함 발코니 룸은 하룻밤에 300파운드부터. 골든아이(www.goldeneye.com), 해변의 오두막 룸은 하룻밤에 355파운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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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혜준
    글/ Lucy Halfhead
    번역/ 채원식
    사진/ ⓒWhithey Bilodeau Photography
    사진/ Getty Images,Brle Williams
    사진/ Christian Moran Photography/Island Outpost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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