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케시, 옛 도시로 향한 여정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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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 옛 도시로 향한 여정

마법 같은 카펫을 찾기 위해 황홀한 풍경과 사운드를 가진 마라케시의 옛 도시로 향한 여정.

BAZAAR BY BAZAAR 202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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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YRINTH

 1, 2 마라케시의 옛 지구. 3 리야드 루후의 수영장 테라스.

1, 2 마라케시의 옛 지구. 3 리야드 루후의 수영장 테라스.

 
나는 당신을 기억해요. 초록색 눈을 가진 소녀였던 당신은 나에게서 카펫을 하나 사 갔었죠.
오래전, 파트타임으로 마라케시의 시티 가이드 일을 겸하고 있던 카펫 세일즈맨 압델하피드 세라크 (Abdelhafid Serrakh)가 나에게 민트 티를 따라주며 말했었다. 딸랑딸랑 소리를 내는 코인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크림색의 베르베르(Berber) 러그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의 침실에서 자랑스럽게 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운명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압델하피드의 귀중한 보물을 찾기 위해 시디 압델아지즈(Sidi Abdelaziz) 거리로 돌아와 더 많은 차와 보물을 구입할 준비를 마쳤다.
아프리카와 유럽, 그리고 중동의 교차점에 위치한 마라케시는 11세기부터 수많은 여행자들을 미로 같은 시장으로 끌어들였으며, 오늘날까지도 그곳을 찾는 여행자의 수는 여전하다. 게다가 이 도시는 최근 2020 아프리카의 문화 수도(Africa’s Capital of Culture 2020)로 지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개최된 디올 크루즈 캣워크 쇼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얻었다. 이 붉은 도시에는 여태껏 본 적 없는 장인정신이 깃든 상점들이 즐비해 있다.
 
1 제마 엘프나 광장 근처의 쿠투비아 모스크. 2 마라케시의 상점에서 볼 수 있는 기념품들. 3 베니 워레인 카펫. 4 1970년대의 이브 생 로랑, 마라케시에서. 5 이브 생 로랑 뮤지엄.

1 제마 엘프나 광장 근처의 쿠투비아 모스크. 2 마라케시의 상점에서 볼 수 있는 기념품들. 3 베니 워레인 카펫. 4 1970년대의 이브 생 로랑, 마라케시에서. 5 이브 생 로랑 뮤지엄.

이번 마라케시 여행에서 나는 손으로 직접 짠 베니 워레인(Beni Ourain) 카펫(아틀라스 지역에서 화려한 외관과 포근한 촉감으로 유명한 카펫)에 초점을 맞추었고 세심한 눈을 가진 파트너가 함께해주었다. 우리는 리야드 루후(Riad Louhou)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다섯 개의 침실이 딸린 이 공간은 마라케시의 카르바(Karbah) 지구 옆 조용한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석조 자재는 디올의 환상적인 쇼가 열렸던 고대 엘 바디 궁전(Palais El Badi)으로부터 공수되었다. 흰색으로 칠해진 벽과 깨끗한 경계선, 그리고 곳곳에 벗겨진 뉴트럴 톤의 인테리어는 도시적이었다. 석양이 질 무렵 리야드에 도착했다. 리야드는 마라케시의 분주함과는 완벽히 정반대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석양의 유혹에 이끌려 우리는 마라케시의 제마 엘프나(Jemaa el-Fnaa) 중앙광장 근처로 향했고, 시끄러운 상인들의 카트(그들의 카트에는 애완용 카멜레온, 암모나이트 화석부터 갓 착즙한 오렌지주스를 포함한 다양한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색상의 향신료와 라피아 섬유로 만든 바구니, 뱀을 부리는 사람과 드럼을 들고 춤을 추는 댄서 그룹이 있었다. 연어빛 벽 주변에서 밤을 알리는 기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호텔의 조용한 오아시스로 돌아와 치킨과 인하우스 요리사가 특별히 준비한 올리브 타진 요리를 즐겼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주변에서 열린 결혼식 피로연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아주 깊게 잠이 들었다.
리야드 루후에서의 아침식사로는 아믈루(amlou, 아르간 오일)와 꿀 아몬드 버터로 덮인 엠스멘(m’smen)이라 불리는 로컬 팬케이크가 따뜻한 햇볕 아래의 테라스에서 제공되었다. 저 멀리 시장 가판대가 보였고, 때때로 황새가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가기도 했다. 이는 세계적인 규모의 마라케시 시장 탐험을 위한 훌륭한 연료가 되어주었다. 이브 생 로랑(그는 무슈 디올 사망 이후 1957년, 그의 디렉터 자리를 차지했다)이 휴가 기간에 머물던 별장이었던 르 자르뎅 마조렐(Le Jardin Majorelle)로 가기 위한 택시 요금 흥정은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우리는 우거진 정원을 거닐다 베르베르족의 공예품에 사로잡혀, 그들에게 바치는 생 로랑의 디자인이 전시되어 있는 모던 뮤지엄까지 들렀다. 그곳에서 생 로랑의 1970년 작 ‘러브(Love)’ 일러스트레이션이 그려진 화려한 엽서를 집었다. 수공예 찻쟁반을 만드는 작은 옛 공간을 방문했으며, 마라케시의 젊은 기업가 수피안 자리브(Soufiane Zarib)가 새롭게 운영하는 루 리야드 라러스(Rue Riad Laarous)의 넓은 인테리어 가게도 들렀다. 자리브는 성공한 직물섬유 가문의 자손으로, 그의 손을 거친 가게는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부드러운 파스텔톤의 러그와 반짝반짝 광이 나는 식기류들이 있는 이 공간은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하면 좋다. 비싼 가격이 적혀 있는 가격표는 덤이다.) 가격을 흥정하여 구입한 우븐 소재의 쿠션 커버와 빈티지 베르베르 러그를 집으로 배송할 준비를 완료한 후, 예약한 호텔로 가기 위해 마라케시 남서부의 히베르나지(Hivernage)로 향했다.
 
옛 지구의 메데라사 벤 유세프 학교.

옛 지구의 메데라사 벤 유세프 학교.

20에이커의 잘 정돈된 잔디밭과 그늘진 숲을 걷다보면 사디궁(The Es Saadi Palace)이 그 명성에 걸맞은 자태를 뽐내며 나타난다. 내부는 대리석 로비와 잘 새겨진 나무로 만들어진 문들, 페르시아풍 가구로 이루어져 있다. 이 도시에서 가장 큰 3층 규모의 스파엔 디올 스킨케어가 자리했다. 안에 위치한 라곤 앤 자르뎅(Lagon & Jardin) 레스토랑에서 유기농 점심을 먹은 후, 온몸을 녹이는 목욕을 즐겼다.
휴식을 하니 쇼핑 욕구가 다시 살아나서, 마지막으로 마켓을 다시 찾았다. 우리는 자연스레 압델하피드의 가게로 향했다. 그는 사촌이자 아틀라스 지역의 명성 있는 카펫 상인인 나무스 압데라힘(Namous Abderrahim)에게 우리를 소개해주었다. 나무스의 레 노마드 드 마라케시(Les Nomades de Marrakesh)는 정말로 놀라운 공간이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그와 그의 가족이 수십 년 동안 수집한 직물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고객의 취향에 완벽하게 맞는 직물을 찾을 수 있도록 때로는 여러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내가 찾던 럭셔리한 블랙 다이아몬드 십자가가 장식된 베니 워레인 카펫을 발견했다. “때론 운명처럼 나타나죠.” 나무스가 말했다. “어떤 때는 아무것도 못 찾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당신이 찾아 헤매던 것이 오히려 당신을 찾아오기도 해요.” 이 마법 같은 도시에서 짧은 시간을 보낸 후에, 나는 이 도시와 그들이 수세기 동안 만들어낸 작품들이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는 사실에 일말의 의심도 품지 않게 되었다.


※ 리야드 루후(www.thebeldicollection.com), 하룻밤 조식 포함 130유로부터, 사디궁(www.essadi.com), 하룻밤 조식 및 교통 수단 포함 스위트룸 270유로부터. 
 
 
1 마라케시 사디궁의 한 빌라. 2 르 자르뎅 마조렐. 3 라 마무니아 호텔의 정원.

1 마라케시 사디궁의 한 빌라. 2 르 자르뎅 마조렐. 3 라 마무니아 호텔의 정원.

마라케시의 보석
시대를 초월한 라 마무니아(La Mamounia)의 매력에 사로잡히다.
디올이 마라케시에서 크루즈 쇼 무대를 선보였을 때, 전 세계 잡지사의 수많은 에디터가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호텔 라 마무니아를 찾았다. 1923년 문을 연 이후, 마를레네 디트리히부터 롤링 스톤스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라 마무니아를 찾았다. 윈스턴 처칠은 이 공간을 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처칠이 그림을 그리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왜 이곳을 다시 찾았는지 지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라 마무니아엔 수천 종류의 장미와 재스민, 아이리스, 오렌지 나무가 심어져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올리브 숲과 야자나무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며, 부겐빌레아 덩굴은 벽면을 포근하게 덮었다. 나비는 꽃 사이에서 춤을 추고, 새소리는 분수에서 들리는 물소리와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디올 쇼 이후 호텔은 꽉 찼지만, 잠시 숨어서 조용히 쉬어갈 수 있는 정원과 야외 수영장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라 마무니아는 10년 전에 재단장되었다. 프랑스 인테리어 디자이너 자크 가르시아(Jacques Garcia)의 호화스러운 장식이 더해진 호텔은 루비레드 벨벳 커버와 화려한 앤티크 가구, 잘 조각된 나무 문과 복잡한 모자이크 타일로 여전히 귀품 있는 자태를 뽐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공간은 디올 팀이 그들의 쇼를 선보이고, 다시 돌아와 여러 번의 점심 만찬과 칵테일 파티를 열 정도로 인상적인 공간임엔 확실해 보인다.


※ 라 마무니아(www.mamounia.com) , 하룻밤에  562유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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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혜준
    글/ Lucy Halfhead,Justine Picardie
    번역/ 채원식
    사진/ ⓒ Greg Finck
    사진/ Leonie Hanne/ @leoniehanne,Getty Images
    사진/ Kim Parker,Pierre Berge,Justine Picardie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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