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로저 에버트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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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로저 에버트

비평가가 언제부터 괴팍하거나 악랄한 존재이기만 했나. 전설이 된 비평가 로저 에버트의 글은 더없이 인간적이고 순수했다. 마치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연서처럼.

BAZAAR BY BAZAAR 2020.01.09
 
어떤 대상을 열렬히 사랑하다 보면 그 매력을 자꾸만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고 싶어지는 법이다. 로저 에버트에게 영화가 그랬다. 20대 중반, 〈시카고 선 타임스〉에 평론을 게재하며 비평가로서의 궤적을 쏘아 올린 그는 이후 25년간 영화 토크쇼 〈Sneak Previews〉를 진행하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평론가가 된다. 비평이 비로소 문학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1960~70년대에 영화 비평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최초의 주인공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영화의 기술적, 역사적 성취까지 꼼꼼히 짚어내는 그의 글이 한편으론 시나 소설 못지않게 순수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리라. 비록 에버트는 떠났지만 우리 곁엔 그가 평생에 걸쳐 차곡차곡 써내려간 3백62편의 이야기가 남았다. 총 4권으로 구성된 비평집 〈위대한 영화〉다. 10년간의 대기록을 완성시키는 동안 그가 내세운 원칙은 한결같았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작품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것.” 그 결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타워즈〉 〈이웃집 토토로〉 같이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걸작과 로버트 드니로와 찰리 채플린 같은 명배우, 알프레드 히치콕, 잉마르 베리만 등의 거장 감독이 비평 대상으로 선택됐다. 책 속에서 에버트는 예리한 지식인의 눈으로 감독의 교묘한 영화 언어를 낱낱이 파헤치거나(〈멀홀랜드 드라이브〉), 연기 논란으로 혹독한 비난 세례를 받았던 배우를 적극적으로 변호하는가 하면(〈스카페이스〉), 영화를 감상한 지 한참 지난 시점에 문득 떠오른 통찰을 에세이를 쓰듯 술술 풀어내기도 한다(〈이터널 선샤인〉). 여기에 제자와의 대화 중 맞닥뜨린 영화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과 배우, 감독과 나눈 이야기까지, 로저 에버트의 비평집을 읽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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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류가영
    사진/ 을유문화사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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