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디자이너가 만드는 한복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패션계의 젊은 피와 만났다. | 패션,한복,김인태,김해김 하우스,KIMH?EKIM

패션 수도인 파리는 여전히 보수적인 한편 최첨단 트렌드의 기지이기도 하다. 지난가을 2020 S/S 파리 패션위크의 포문을 연 한국발 브랜드 김해김(KIMH⁻EKIM)은 올해 초 파리의상조합의 정회원이 되었고, 이어 패션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여러 번 문을 두드렸어요. 그 결과 단 5분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나오니 두 시간이 흘렀더라구요. 오기와 패기로 밀어붙였던 거죠.” 김해김 하우스를 이끄는 디자이너 김인태를 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제15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에스모드 서울/파리와 스튜디오 베르소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발렌시아가 컬렉션 팀에서 경력을 쌓았다. “어린 시절, 사촌 누나들과 놀면서 바비인형의 옷을 만들어 입혔어요. 할머니에게 배운 한복 바느질과 자투리 오간자 천을 가지고요. 영문학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는데 길이 아니란 판단에 무작정 앙드레김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공부를 하고 오라는 조언에 에스모드에 들어갔고, 파리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죠.” 2014년엔 김해김이라는 네이밍으로 브랜드를 론칭하며 유럽 등 해외에서 먼저 반응을 얻었다. “가야의 금빛 왕국과 장식예술의 번영을 상징하는 한국 성씨인 김해김의 자손이 현대문명의 도시 서울에서 이어가는 브랜드입니다.” 동시대의 감성을 클래식하면서도 서정적인 디자인으로 풀어내며 김해김만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냈다. 첫 컬렉션에서 오간자 패브릭으로 만든 7개의 드레스를 꽃집에서 전시했다. “실루엣은 모던하지만 소재나 제작 방식은 한복에서 많이 가져왔어요. 한복 치마를 연상시키는 리본 달린 플리츠 랩 스커트는 베스트셀러이기도 합니다.” 한복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하는 서른셋의 젊은 디자이너. “서울의 한복 장인들과 함께 작업하며 배우는 것이 많아요. 지속적으로 한복 장인들과 호흡하면서 전통을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파리에서 선보인 2020 S/S 컬렉션에서는 전통 복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관종’을 주제로 무대를 구성한 것. 모델들이 ‘링거 폴대’를 끌거나 ‘셀카봉’을 든 채 워킹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SNS 시대를 살고 있는 누구나 관종 아닐까요. 그것을 인정하고 쿨하게 해석하고자 했어요. 비타민 링거를 맞는 모델들의 모습처럼 김해김의 옷을 통해 비타민 같은 에너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매일 입는 티셔츠, 셔츠, 청바지 같은 아이템에도 남다른 터치를 담고자 했다. 라벨을 밖으로 꺼내거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레터링으로 표현하고, 진주 단추나 독특한 주름 장식을 더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김해김은 홍콩 레인 크로퍼드, 영국의 하비 니콜스와 셀프리지, 미국의 포티파이브텐를 비롯해 파페치, 모다오페란디 등 전 세계 60개 온·오프라인 편집숍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오랜 파리 생활을 마치고 지난 6월 서울에 스튜디오와 쇼룸 카페를 오픈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했다. 꽃에 대한 개념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시간이 흐르면 마르고 꽃잎이 지는 과정이 우리의 삶과 닮지 않았나요. 이러한 꽃의 아름다움을 디자인에 많이 녹여냅니다.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일상이 항상 즐거울 수 없지만, 어떤 특별한 날 김해김의 오간자 드레스를 떠올릴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패션계의 젊은 피와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