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의 도전은 늘 성공적일까?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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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의 도전은 늘 성공적일까?

올해도 박나래는 열심히 살았고, 수없이 도전했고, 결국 모두 해냈다.

BAZAAR BY BAZAAR 2019.12.05

나래는 오늘도

‘버닝썬 게이트’가 터진 후, 한때 tvN <짠내투어> 고정 출연자였던 박명수와 정준영, 김생민, 마이크로닷, 박나래가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박명수를 제외한 나머지 남성들이 어떻게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는지 떠올리면, 이 사진은 박나래의 역사를 요약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예능인으로서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거나 성범죄 전적이 있는 남성들이 쉽게 자리를 꿰찰 때, 어렵게 올라간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여성. 그게 박나래다.
지금이야 인지도나 브랜드 이미지 조사에서 늘 상위권에 랭크되지만, 2006년 KBS 공채 코미디언에 합격한 이후 박나래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갓 데뷔했을 때는 평범하다고 주목받지 못했고, 성형수술을 한 이후에는 비호감이라고 공격받았으며, 장도연과 콤비로 코너를 짜면 “둘이 붙어봤자 승산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의 거침없는 분장과 각종 버라이어티쇼에서의 음담패설 토크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 2015년의 일이다. 그리고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박나래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열심히 일하며 1인분의 일상을 잘 가꿔나가는 여성의 삶을 보여주었고, 다양한 게스트들의 캐릭터를 만들어주었으며, 전현무가 하차한 후에는 진행까지 도맡았다. 나이키의 모델이 되어 다른 여성들에게 자신의 몸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기도 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스탠드업 코미디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박나래가 쌓아온 커리어 중에서도 아주 큰 도전이다. 어떤 스타라도 한 시간 동안, 몇 백 명의 관객 앞에서, 혼자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여성에게 금기로 여겨지는 성적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농염주의보>에서 박나래는 실패한 연애와 섹스를 주제로 삼아 자신의 경험과 욕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처음 만난 남성과 해변에서 껴안고 뒹굴다 속옷 안이 모래사장이 되었다거나, 스킨십을 줄곧 거부했던 남자친구를 욕하기도 한다. 젠더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대에 성(性)을 다루는 방식의 섬세함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세상은 내가 잔 남자와 잘 남자로 나뉜다”며 뻔뻔한 표정으로 징기스칸 노래를 부르고 엉덩이를 흔드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지금 이런 무대에서 이런 코미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박나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가 여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허들을 넘어와야 했는지도 함께 말이다. 올해도 박나래는 열심히 살았고, 수없이 도전했고, 결국 모두 해냈다. 그러니 더 이상 외모를 농담거리 삼지 않아도 당신은 충분히 웃기고 유능하다고, 당신이 훨씬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박나래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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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황효진(칼럼니스트)
    에디터/ 손안나
    일러스트/ 강민지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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