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는 오늘도

지금이야 인지도나 브랜드 이미지 조사에서 늘 상위권에 랭크되지만, 2006년 KBS 공채 코미디언에 합격한 이후 박나래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갓 데뷔했을 때는 평범하다고 주목받지 못했고, 성형수술을 한 이후에는 비호감이라고 공격받았으며, 장도연과 콤비로 코너를 짜면 “둘이 붙어봤자 승산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의 거침없는 분장과 각종 버라이어티쇼에서의 음담패설 토크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 2015년의 일이다. 그리고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박나래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열심히 일하며 1인분의 일상을 잘 가꿔나가는 여성의 삶을 보여주었고, 다양한 게스트들의 캐릭터를 만들어주었으며, 전현무가 하차한 후에는 진행까지 도맡았다. 나이키의 모델이 되어 다른 여성들에게 자신의 몸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기도 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스탠드업 코미디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박나래가 쌓아온 커리어 중에서도 아주 큰 도전이다. 어떤 스타라도 한 시간 동안, 몇 백 명의 관객 앞에서, 혼자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여성에게 금기로 여겨지는 성적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농염주의보>에서 박나래는 실패한 연애와 섹스를 주제로 삼아 자신의 경험과 욕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처음 만난 남성과 해변에서 껴안고 뒹굴다 속옷 안이 모래사장이 되었다거나, 스킨십을 줄곧 거부했던 남자친구를 욕하기도 한다. 젠더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대에 성(性)을 다루는 방식의 섬세함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세상은 내가 잔 남자와 잘 남자로 나뉜다”며 뻔뻔한 표정으로 징기스칸 노래를 부르고 엉덩이를 흔드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지금 이런 무대에서 이런 코미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박나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가 여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허들을 넘어와야 했는지도 함께 말이다. 올해도 박나래는 열심히 살았고, 수없이 도전했고, 결국 모두 해냈다. 그러니 더 이상 외모를 농담거리 삼지 않아도 당신은 충분히 웃기고 유능하다고, 당신이 훨씬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박나래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