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입니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저, 연기 진짜 잘할 수 있어요”. 신인배우 김권은 자신이 내뱉은 이 말을 증명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 레버리지: 사기조작단,드라마,김권,배우,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드라마 <레버리지: 사기조작단>에서 미군 용병 출신 파이터로 나오죠? 실제로 만나보니 상남자라기보다는 소년미가 더 돋보여요.  일할 땐 진지하고 예민하지만 평소엔 그냥 재미있는 것 좋아하고 장난기가 많은 편이에요. 활동적이고요. 즐겨 하는 운동이 있나요?   작년부터 서핑에 빠져서 양양도 가고 제주도도 가고 부산도 가고. 자주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게 제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인가 봐요. 게임도 해보고 술도 먹고 그랬는데 서핑을 하다 보니 거의 다 끊었어요. 파도를 타면 잡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일에 대한 고민,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같은 거요. 이번 드라마가 끝나면 12월에도 잠시 다녀오려고요. 갔다 와서 바로 좋은 작품 해야죠. 차기작은 어떤 작품이죠?  확정된 건 없는데 신중하게 고르려고요. 이것저것 다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제대로 못하면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거잖아요. 이번 드라마보다 조금 더 발전해서 대중한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사실 최근 미팅에서 떨어진 작품이 있어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라는 시나리오였는데 사람 사는 얘기라서 좋더라고요. 아픔을 겪고 그걸 조금씩 이겨내고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요. 어떻게 보면 뻔하지만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요.   터틀넥은 모두 Hugo Boss. 이어커프는 Portrait Report. 지금껏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로 조연이었죠. 조연이라면 작품 전체의 메시지보다 본인의 분량이나 캐릭터의 화제성이 더 신경 쓰일 법도 한데요. 아뇨. 저한텐 작품이 더 중요해요. 막장 드라마에서 찰지게 악역 연기를 하고 호응을 얻을 때의 뿌듯함보다는 웰메이드 극에 참여할 때의 뿌듯함이 큰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연기를 진실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고요. 그렇게 탐나는 작품의 오디션에 떨어지고 나면 마음의 상처가 크죠?  오디션은 어차피 평생 해야 하는 거라서. 제가 아무리 유명한 배우가 되어도 톱 클래스 배우군 안에서의 오디션이 또 있을 테고요. 배우에게 오디션은 디자이너가 가위를 잡는 것처럼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지금 말로는 이렇게 쿨한 척해도(웃음) 사실 아무렇지 않지는 않죠. 잠자리에 누워서 ‘왜 안 됐지’, ‘분명히 쓸 것처럼 얘기했는데’, ‘매니저도 분명 될 줄 알았다는데’ 이러면서 잠 못 자고 그러죠. 그럴 땐 어떻게 마음을 다잡아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고 지금 하고 있는 역할을 사랑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래야 나한테 정당성이 생기고 진정성이 생기는 것 같고. 초심을 되뇐단 건가요?  그렇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있겠어요? 하다 보면 자격지심도 생기고 그 자격지심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고 내가 재능이 없나 싶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나를 제일 괴롭히는 건 타인이 아니라 내 자신인 것 같아요. 사실 남들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나한테 관심이 없어요. 연기자야말로 남의 시선에 신경 쓰기보단 자신과 소통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다른 사람을 연기한다고 해서 무당처럼 빙의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내 안에 있는 다양한 모습 중 하나를 끄집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나를 찾아나가는 게 숙제인 것 같아요. 저한테도 참 어려운 일이지만요.   셔츠는 Missoni. 데님 베스트는 Cos. 지금도 내공이 느껴지는 게, 생각보다 데뷔 연도가 빠르더라고요. 2011년 드라마 <나도 꽃>으로 데뷔했죠?  원래는 그것보다 더 빨라요. 고등학교 때부터 독립영화를 찍었으니까요. 학생 때 발품 팔고 돌아다니면서 프로필 사진을 돌리고, 그러다가 단편영화 오디션을 봤어요. 어디서 나온 뻔뻔함인지 모르겠지만(웃음) 오디션장에서 “저, 이거 진짜 잘할 수 있어요.”라고 호언장담 했었죠. 연기자의 꿈은 언제부터였어요?  원래는 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절대 안 된다고 반대를 하셨거든요. 집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그래서 넌 꿈이 뭐냐?” 이러시더라고요. 할 말이 없었어요. 그때 TV에서 어떤 연예인이 나오고 있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연예인이 될 거야.” 하고 다시 게임을 했죠. 뒤에서 아버지가 나직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 차라리 그걸 해”. 아버지는 제가 다치는 게 싫었던 것 같아요. 살다 보면 먼저 말로 내뱉고 나서 그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꽤 많잖아요. 나의 무의식이 말을 통해서 실체를 갖고 그게 다시 명확한 목표가 되기도 하고요. “저, 이거 진짜 잘할 수 있어요”, “연예인이 될 거야” 둘 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졌네요.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내뱉고 나면 책임감이 확 생기니까요. 사실 지금도 뭐가 맞는지 정답은 모르겠어요. 결과물을 보고 쿨하게 넘어갈 줄 알아야 되는데 아쉬울 때가 더 많아요. 성격인 것 같아요. 그러다가 아주 가끔 만족하고요.(웃음)   셔츠는 Missoni. 데님 베스트는 Cos. 팬츠는 Ymc. 목걸이는 Portrait Report. 부츠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언제 연기할 맛 난다고 느끼나요?  최근엔 <같이 살래요>라는 주말 드라마를 찍었을 때 그랬어요. 눈물을 흘리는 신이 있었는데 저를 보면서 같이 울었다는 반응 같은 걸 들을 때요. 어머니한테서도 가끔 문자가 와요. “네가 너무 서럽게 울어서 엄마도 눈물이 났단다.” 제가 연기를 하고자 하는 이유도 그거예요. 감정 전이. 어렵지만 마음이 통한다고 느낄 땐 행복하죠. 내년이면 데뷔 10년 차네요. 배우로서 새로운 목표가 있나요?  예전엔 서른이 오면 막막할 것 같았어요. 어떻게 먹고사나 싶고. 배우로서의 입지도 다져야 할 것이고. 욕심이 많았는데 하나도 이루어진 건 없거든요. 그래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자가 대중에게 맞춰지는 직업인 건 맞아요. 그런데 유튜브에서 박막례 할머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내가 열심히 장구 치면 처음엔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언젠가는 그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춘다”고요. 역할이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고 시청률이 잘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고 관객 수가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제가 고민할 몫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꾸준히 제 색깔을 확장해나가고 싶어요.     유튜브에서 박막례 할머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내가 열심히 장구 치면 처음엔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언젠가는 그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춘다”고요. 역할이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제가 고민할 몫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꾸준히 제 색깔을 확장해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