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 이영지의 새로운 출발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고등래퍼 3> 우승자 이영지가 막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여성 최초 우승자’라는 타이틀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열여덟 여자 이영지는 래퍼다. | 고등래퍼,이영지,고등래퍼 3,Show Me The Money,암실

&nbsp; &nbsp;━&nbsp; 암실에 안녕을 고하며 &nbsp; 신곡 ‘암실’이 막 나왔어요. 데뷔곡이지만, 마냥 데뷔라는 기분은 아닐 테고요.&nbsp; 오디션 프로그램 관련 음원이랑은 확실히 느낌이 달라요. 정말 새 출발선에 선 느낌. 어떻게 달랐어요?&nbsp; &lt;고등래퍼 3&gt;를 통해 낸 음악은 다른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어느 정도 정해진 틀 안에서 한 거라 볼 수 있는데, 이번 곡은 제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거라 확실히 제 것이라는 기분이었어요. ‘암실’에 “난 찾아야 돼 exit”, “나는 나를 알아 점점 퇴보해 가”라 썼죠. 데뷔곡에서 승리를 노래하지 않았어요.&nbsp; 방송 끝나고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허술한 점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화도 나고 우울한 감정도 반복되고 하다 보니까, 그런 것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담은 거예요. 실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던 건가요, 행보가 뒤처진다는 기분이 든 건가요?&nbsp; 실력이 출중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실력에 비해 큰 왕관을 받은 게 아닌가 싶었고. 그보다 방송 끝나고 다른 참가자들은 뭔가 쭉쭉 잘 진행하고 있더라고요. 나는 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는 거지? 회의감이 든 거죠. 지금은 어때요?&nbsp;곡이 막 나왔는데.&nbsp; 더 많이 내야겠다는, 만들어야겠다는 맘뿐이에요. ‘허슬러’ 이영지를 기대할 수 있나요?&nbsp; 예전에 더 콰이엇님이 &lt;고등래퍼 3&gt; 축하 파티에서 해주신 말이 있어요. “일단 곡을 내야 는다”고. 하나에 매달려 있으면 안 된다고. 진짜 맞는 얘기예요. 당장 좀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전전긍긍하기보다 다음에 보완해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싱글 내고 나니 좋든 싫든 일단 들어주시는 것에 대한 기쁨을 알게 됐어요. 그 희열을. ‘암실’에는 “아직 잃을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서 좀 많이 두려워”라는 구절도 있죠. 앞으로 나아갈수록 뭔가 잃을 것 같아요?&nbsp; 그런 두려움은 항상 있었어요. 제가 걱정이 많아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거. 그런데 저 자신이 온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니까 더 심해지더라고요. 안정감을 느끼니까 되레 불안하고. 이를테면 다 잃어도 끝내 지켜내고 싶은 건 뭐예요?&nbsp; 타협하지 않는 모습. 그게 제 장점이에요. 누가 강요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쉽게 무를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저한테 짜증내고 화낸 적은 있어도 에라이, 라는 심정으로는 해본 적 없어요. 곧 고3이 돼요. 남들과 꽤 다른 고3 생활을 보내게 될 텐데, 어떤 시간을 계획하고 있어요?&nbsp; 음악을 많이 만들고 열심히 들어야죠. 또래들이 엄청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최소한 그만큼은 노력해야 되는 거니까. 친구들이 추켜세워주면 고맙기도 하지만 부담도 되거든요. 그 부담을 이겨내려면 일단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돼야죠. 그래도 자신에 대한 확신은 여전하죠? 내가 이 길을 간다.&nbsp; 그렇죠. 이거 아니면 할 게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걸 해야 재미있고. 타고났다는 생각도 해봤어요?&nbsp; 인생에서 원래 갖고 있던 장점이 힙합과 공통분모가 있는 거라 생각해요. 워낙 목소리가 커서 작게 말해도 잔소리를 들었거든요. 반면 더 어릴 땐 내가 세상에서 목소리가 제일 큰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그런 게 좋은 쪽으로 작용하는 직업군에 뛰어든 거죠. 재능이라면 재능일 수 있고, 나머지는 계속 부딪히며 배운 노력의 산물이라 볼 수 있어요. &nbsp; &lt;고등래퍼 3&gt;에서의 키워드는 ‘성장’이었죠. 랩 경력 6개월 새내기의 우승. 그래프에 빗대면 지금도 같은 기울기 위에 있다고 느껴요?&nbsp; 네. 이제 &lt;고등래퍼 3&gt; 때 노래를 안 들어요. 못 듣겠어요. 어떻게 저렇게 했지, 싶기도 하고. 물론 그 곡으로 계속 공연하고 있지만, 빨리 다른 곡을 만들어서 대체하려고 해요. ‘최초의 남녀가 모두 참여하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여성 우승자’라는 수식어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nbsp; 굉장히 영광스러운 타이틀이죠. 하지만 그게 저를 옭아매지는 않았으면 해요. 특혜라는 느낌을 받기 싫어요. 그래서 일부러 그 타이틀을 더 무시하는 중이고. 물론 힙합 신에 잘하는 남성분들이 더 많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팩트죠. 그렇다 보니 주목받을 수밖에 없을 테고요. 순수한 실력으로만 주목받도록 발전해야죠. 저 자신도 자꾸 의식하게 돼서 일부러 여성성을 드러내는 가사는 한 줄도 쓴 적이 없어요. 실력으로 다 이기지 않았나요?&nbsp; 그런데 논란이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그냥 사람들이 좋아하는 래퍼 세 손가락,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고 싶을 뿐이에요. 여자 래퍼 중 1등, 남녀 통합 1등 이런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역사에 남는 일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편견도 깨질 수 있겠죠. 하지만 여성으로서, 여성의 대표로 일부러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같은 건 아니거든요. 저는 그냥 18살 이영지고, 제가 여자고 다른 사람이 남자고 이런 사실은 개인의 특성이니 강조할 필요도 숨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걸크러시’라는 말은 어때요?&nbsp; 재미있어요. 좋은 말인 것 같아요. 정확한 의미를 완벽히 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렇게 느껴주시면 감사하죠. 스스로 수식어를 만든다면 뭐라고 붙이고 싶어요?&nbsp; 노력이나 열정의 아이콘. 동기부여의 원동력이 되는 사람. 저를 보고 의지나 투지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는 진짜 안 나갈 거예요?&nbsp; 나가보고 싶긴 한데, 당장 그때가 되면 필요성을 느낄지 안 느낄지 아직 모르겠어요. 1등을 욕심내는 게 아니라 경험해보고 싶긴 해요. 래퍼로서, 래퍼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런데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꺼려지는 것도 있고요. ‘암실’ 이후의 계획에 관해 묻는다면요?&nbsp;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많은 분과 작업하고 싶고. 저만 잘하면 실행될 수 있는 계획이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지금 힙합 신에서 이영지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해요?&nbsp; 저는 아직 조무래기고요,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요. 제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감수성의 음악을 만드는 게 역할이라면 역할일 수는 있겠네요. 10대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당장 가사를 쓴다면 어떤 주제에 대해 랩을 하고 싶어요?&nbsp; 음… 인간관계? 비틀어진 인간관계요. 정이 많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피해를 보는 점도 많아서요. 인생을 효율적으로 살려면 조금 더 이기적이어야 한다는 내용으로요.&nb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