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 2.0은 한국 여자일까?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오는 11월 마블 코믹스에서 발표한 새 솔로 타이틀 ‘퓨처 파이트 퍼스트(Future Fight First)’는 한국인 히어로로 이루어져 있다. 심지어 모두 한국인 ‘여성’ 히어로다. 구미호, 걸 그룹 멤버, 태권 소녀까지…. 마블은 한국판 ‘캡틴 마블’을 꿈꾸는 걸까? | 마블코믹스,마블,퓨처화이트퍼스트,Future Fight First,캡틴 마블

  2018년, 마블 코믹스는 새로운 모험을 시도했다. ‘에이전트 오브 아틀라스(Agents of ATLAS)’라는 시리즈였다. 동아시아계 히어로들의 팀업 프로젝트로 새 캐릭터가 여럿 등장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팀원 중 바람을 조종하는 에어로(Aero)와 마법검을 휘두르는 소드 마스터(Sword Master)는 중국인인데, 이들은 금년 초에 솔로 타이틀을 얻어 중국 진출도 했다. 한국계 미국인이 아니라 아예 국적이 한국인 캐릭터도 셋 있다. 화이트 폭스(White Fox)는 국정원 요원이며 구미호와 인간의 혼혈이다. 루나 스노(Luna Snow)는 현역 아이돌 가수다.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파티에 행사 뛰러 갔다가 실험용 물질을 이용한 테러에 휘말려 입자를 얼리는 초능력을 얻었다. 크레센트(Crescent)는 초승달 내지는 반달 형태의 가면을 쓴 10세 소녀이며 태권도 천재다. 이 가면은 마법적 물건이라서 이오(Io)라는 반달곰 정령을 소환한다. 루나 스노와 크레센트는 모바일 게임 <마블 퓨처 파이트>에서 2015년에 데뷔했고 화이트 폭스는 한국 웹툰으로 2014년에 데뷔했다. 세 캐릭터는 오는 11월부터 ‘에이전트 오브 아틀라스’에 이어 ‘퓨처 파이트 퍼스트’라는 시리즈의 솔로 타이틀을 시작한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숫자가 중국보다 많을뿐더러 테마도 뜯어볼 가치가 있다. 중국인 캐릭터 에어로는 직업이 건축가인데 상하이의 고층건물이 주된 배경이며 소드 마스터의 서사는 중국의 무협 문학이 시작점이다. 즉, 두 사람은 중국의 현재와 과거다. 반면 한국인 캐릭터인 화이트 폭스, 루나 스노, 크레센트의 테마는 각각 스파이, K-팝, 태권도와 반달곰이다. 달리 표현하면 남북분단, 문화산업, 근대화된 전통이다. 국가 요약의 측면에서 중국보다 심층적이고 다면적이다. 이는 당연하다. 중국은 미국에게 있어 정치적 경쟁 상대다. 작품 외적으로 정치적 구설수의 위험이 있다. 스테레오타입으로 굳어진 일본, 전쟁의 역사가 아직 불편한 베트남, 중국 공산당만큼이나 예민한 왕실이 있는 태국을 빼면 안전한 선택은 한국과 필리핀 정도가 남는다. 마침 ‘에이전트 오브 아틀라스’ 팀원 중에서 인기를 꽤 얻은 히어로 웨이브(Wave)는 필리핀인이다. 또한 에어로, 화이트 폭스, 루나 스노, 크레센트, 웨이브 모두가 여성이다. ‘에이전트 오브 아틀라스’의 남성 팀과 네 명 중 셋은 기존 캐릭터다. 게다가 한국인 히어로는 전원 여성이다. 의도는 복잡하지 않다. 여성 캐릭터는 마케팅이 훨씬 쉽다. 남성 독자 대다수에게는 대상화 전략이, 여성 독자 대다수에게는 공감 전략이 작동한다. 이는 반대의 경우보다 효과적인데, 오랫동안 남성 캐릭터가 대다수였던 슈퍼히어로 시장의 여성 독자 비율이 반을 넘은 적이 별로 없다는 역사가 증명한다. 오랜 시행착오와 학습의 역사를 거쳐 여성 히어로의 선정성을 줄이는 편이 확장성에서 더 낫다는 결론도 내려졌다. 알다시피 이 결론은 <캡틴 마블>이 증명했다. 현대의 문화 콘텐츠 산업은 ‘최대한의 다양성이 최대한의 확장성을 보장한다’는 기치 아래 있다. 마블뿐만 아니라 DC 코믹스도 같은 시도를 하고 있다. 2016년에 시작한 시리즈 ‘뉴 슈퍼맨(New Super-Man)’에는 저스티스 리그의 중국 버전이 등장한다. 여기서 아쿠아맨의 포지션은 안광조라는 탈북자, 즉 ‘난민’이 차지했다. “관객은 세계적이고, 다양하며, 포괄적이다. 그들의 방식이 아니면 우린 실패할 것이다.” 지난 3월 7일, 영화 <캡틴 마블>의 프리미어 행사장에서 마블 스튜디오의 제작 총괄 빅토리아 알폰소가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