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런던, 베를린, 서울에서 만난 핫한 서점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파리, 런던, 베를린, 서울 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장 사랑하는 서점을 안내한다. | 파리,런던,베를린,서울,서점

 ━  PARIS   YVON LAMBERT BOOKSHOP | 14 Rue des Filles du Calvaire, 75003 Paris, France 사진가 빈세트 페란(Vincent Ferrané)이 출판가 이본 램버트(Yvon Lambert)에게 던진 예술, 그리고 책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 1 아트 딜러이자 출판가 이본 램버트. 2 도미니크 페로가 지은 서점 외관. 3,4,5 내부에는 방대한 양의 예술 서적이 진열되어 있다. 이본 램버트, 당신은 전직 갤러리스트이자 아트 딜러다. 지난 50년 동안 파리, 런던, 뉴욕 등의 지역에 많은 아트 갤러리를 열었고 오늘날은 출판업자이자 서적상이다. 어떻게 서점을 열게 되었나?  언제나 책을 사랑했고 많은 책을 샀다. 아버지 덕에 문학에 관심이 생겨서 책에 빠지게 되었다. 책은 항상 나에게 필수적인 요소였다. 이달 10월, 나의 딸 이브(Eve), 브루노 메이라그(Bruno Mayargue)와 함께 파리에 이 책방을 연 지 딱 2년이 된다. 이 장소는 아트북, 전시 도록, 포스터와 전시의 공간이며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에 의해 지어졌다. 독자적인 책을 발간하고 있다. 예술책 출판가로서 어떤 기준을 삼아 책을 만드는가?  90년대에는 애서(愛書)에 대한 책을 썼다. 이 스타일은 상인과 출판가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프랑스의 오랜 전통이다. 이 컬렉션을 ‘Une revêrie emmanée de mes loisirs(내 취미와 섞인 몽상)’라고 칭한다. 작가, 시인, 그리고 예술가들을 한데 모아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아델 압데세메드(Adel Abdessemed)와 어도니스(Adonis) 같은 아티스트 말이다. 이 시리즈는 2천 유로를 웃도는 꽤 비싼 책들이 대부분인데, 예약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소위 ‘커피 테이블 북’이라고 불리는 이미지가 많은 장식용 책들과는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2년 반 전에는 ‘Pli selon pli(접고 접어서)’라는 또 다른 컬렉션을 론칭했다.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와 시인 에텔 아드난(Etel Adnan), 시각예술가 아네트 메사제(Annette Messager) 등에 대한 책이다. 난 다양한 예술 세계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책을 만들려 한다. 12월엔 현대미술가 줄리오 파올리니(Giulio Paolini)에 대한 열 번째 책이 출판될 예정이며 오랜 기간 협업한 갤러리스트 기욤 아폴레네르(Guillaume Apollinaire)와 미쿠엘 바르셀로(Miquel Barceló)와 함께 작업한 또한 곧 나온다. 갤러리를 닫고 당신 컬렉션의 일부를 기부함으로써 예술 업계에 크나큰 기여를 했다.  예술 세계는 변했고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난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출판업에 헌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으로 잘 풀리는 것과 순수하게 예술 세계에 몸담는 것은 다른 일이다. 갤러리 또한 그저 많은 인력이 필요한 큰 회사일 뿐이다. 그래서 정리를 하고 출판업과 서점에 전적으로 힘쓰고 있다. 사진과 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책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말에 공감하는가?  희귀하고 소중한 책들은 매우 비싸다. 앙리 마티스의 <재즈>는 2백 부 출판되었는데 지금 40만 유로에 팔린다. 마티스의 삽화가 들어 있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도 역시 무척 비싸다. 말하자면 책 시장은 유효하며 프랑스에서만큼은 유행을 타고 있다. 값비싼 책들이 파리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새롭고 젊은, 더 국제적인 독자들의 취향은 어디로 간다고 보는가?  당신(페란)의 책 <밀키 웨이>처럼 사진으로 채워진 아름다운 책들은 점점 좋은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진으로 채워진 책들에 대한 호기심은 항상 있다. 글자는 없지만 사람들은 어차피 읽지 않지 않는가! 이는 그저 이미지와 종이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되는 기쁨인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책 중 하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한 실패작은?  가장 아름다운 책 중 하나는, 내가 구매하기도 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 이처럼 아름다운 책은 더 이상 출판되지 않는다. 나 같은 1930~40년대의 현실주의적인 잡지 또한 좋아한다. 그런 잡지들은 사진이 제2의 예술로 치부받았을 때도 이를 거리낌없이 종이에 담았다. 사진을 주로 한 갤러리가 파리에서 문 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알지 않는가? 실패에 대해선, 절대 확신할 수 없다. 레이몬드 데파르돈(Raymond Depardon)은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ck)의 의 흥행을 예상했지만 잘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이 책은 인기가 많고 가치가 높아졌다. 특정한 아티스트에게 친밀감을 느끼는가?  낸 골딘(Nan Goldin), 다이앤 아버스(Diane Arbus), 혹은 신디 셔먼(Cindy Sherman)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들은 대단한 예술가이자 오직 사진만을 매개체로 활용하였다. 19세기 프랑스의 사진계에 큰 기여를 한 샤를 네그레(Charles Negre)에 대한 애착 또한 가지고 있다. 아비뇽 교황청을 찍은 사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  LONDON   PERSEPHONE BOOKS | 59 Lamb’s Conduit Street, London WC1N 3NB, UK  시인 데이비드 내시(David Nash)가 그린 여성주의 서점 페르세포네의 어느 날 풍경. 1 페르세포네는 여성 작가의 작품만을 판매한다. 2 마치 양장점 같은 쇼윈도. 내가 페르세포네 서점을 방문한 날, 그곳엔 일종의 가벼운 광란이 일어났다. 객관적으로 유명한 정치인이 이 서점의 토트백을 메고 서 있고, 세 명의 서점 직원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의논하고 있는 사진이 유명한 신문에 실린 것이다. 그리고 그 정치인은 페르세포네가 추구하는 모든 것과 반대로, 허세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서점 주인인 니콜라 뷰먼(Nicola Beauman)은 “거창한 의식 같은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다. 이 서점은 겉으로도, 내부적으로도 미니멀리스틱하다. 그렇지만 차가운 분위기는 아니다. 창문에는 필요시 물병을 채워도 된다는 문구가 쓰여 있으며, 직원들은 따뜻하고 수평적이다. 평등함은 이곳의 토대이다. 페르세포네(그리스 신화 속 지하 세계로 납치된 여성에서 모티프를 얻어 지은 이름)는 처음엔 출판사로 시작하여, 2001년 서점을 열었다. 이 서점의 목적은 부당하게 잊혀졌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책을 출판하는 것이다. 그중 대부분은 여성에 의해 쓰여졌다는 이유로 역사 속에서 묻힌 책들이다. 아마 팔리기 어려운 책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며, 서점 한쪽의 테이블에는 페르세포네가 출판하려는 예비 작가들의 책이 놓여 있다. 런던 대부분의 대형 서점에서 보유한 책들은 이곳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게 바로 요점이다. 평등함. 놀랍게도 이 평등함이 인기의 요인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식이 존중받길 원하며, 그들을 위한 공간이 민주적이길 원한다. 페르세포네는 꽤나 잘하고 있다. 내가 지금 커피를 마시며 직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책꽂이 뒤의 공간은 고급스럽게 포장된 온라인 주문 책으로 가득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포장 말이다. 공동 매니저 리디아 펠레트(Lydia Felgett)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는 서점을 방문하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를 시각적으로 비유한다. 이런 선물은 감각적이고, 즐겁고, 언제든지 기억 속에서 회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어떤 연유에서 하는지 열의에 가득 차서 설명해주었다. 책을 파는 행위가 어떻게 사회에 복지를 가져다주는지, 페미니즘이 성행하기 위해서 꼭 공격적인 태세를 갖추지 않아도 되며, 페미니즘은 물론 문학, 광고, 우리 모두를 위한 자리가 이 사회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의 설명에 대한 내 반응은 과장스럽거나 영혼 없는 반응이 아닌, 안도감에서 비롯되었다. 바쁜 지하철을 벗어날 때, 혹은 고민을 토로함으로써 문제를 반감시킬 때 느끼는 안도감이었다. 나는, 간단히 말해서, 그곳에 가서 매우 행복했다. 당신 또한 그럴 것이다.      ━  BERLIN   HOPSCOTCH READING ROOM | Kurfurstenstraße 14, 10785 Berlin, Germany 미술작가 탁영준이 소수자를 위한 서점 홉스코치 리딩 룸의 설립자 시드하타 로카난디와 나눈 대화. 1 설립자인 시드하타 로카난디. 2,3 바로 운영될 당시의 인테리어를 일부 남겨둔 내부. 베를린 중서부 지역의 쿠퓌르슈텐슈트라세(Kufurstenstrasße) 14에 도착해 대문에 붙은 문패들을 살폈다. 큐레이터 카스퍼 쾨니히의 사무실, 갤러리 탄야 레이턴의 별도 공간, 작가 더글라스 고든 및 욍베 홀렌의 스튜디오 등 현대미술계 주요 인물의 공간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마침 인터뷰를 진행하던 당시 베를린 아트 위크 기간이어서 컬렉터들의 방문이 잇달았다. 전면이 유리로 돼 있고 내부의 책들은 일반 서점과 달리 다소 마구잡이로 쌓여 있어 컬렉터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 이 서점의 설립자는 시드하타 로카난디(Siddhartha Lokanandi)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인도에서는 책이 너무나도 귀했다. 이후 뉴욕으로 이사해 20여 년간 살면서 출판사 버소(Verso)에서 일했고, 서점을 열기 위해 2016년 베를린으로 이사 왔다. 이 자그마한 공간은 지난해 폐점한 갤러리 수포르티코 로페즈 바로 옆에 있던 바였는데, 가장 큰 외벽이 유리벽이어서 책꽂이로 막아 놓을 수 없는 어려운 구조였다. 흥미롭게도 바의 안쪽 내벽에는 벽지의 역사를 다룬 책의 펼친 면을 다닥다닥 이어 붙인 벽지가 발라져 있었다. 이를 살리기 위해, 또 책이 가진 무게감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중앙에 묵직한 탑 같은 책장 구조물을 제작했다.” 그는 뉴욕에서 6천여 권의 책을 공수해 왔다. “60~70%가 개인용으로 사놓은 책이다. 물론 이 중 상당수를 판매한다. ‘컬렉션’이라는 말은 싫다. 책은 사서 보고 읽는 거다. 다양한 언어로 된 책, 번역본, 장르 서적, 시집에 특히 관심이 많다.” ‘리딩 룸’이라고 표방하는 바와 같이 이곳에서는 책 판매 외에 수많은 이벤트가 열린다. “올해 상반기에만 75개의 행사를 주최했다. 크게 미술작가의 출판물 발간 기념 파티, (특히 인도) 영화 상영, 시 낭독, 외국어 서적 낭독 등이다. 서점 곳곳에는 한국어로 된 책을 비롯해 다양한 언어의 책들도 눈에 띄었다. “외국어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다. 독일인들이 그다지 관심 갖지 않는 영문 서적도 들여온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불가해의 정치학(Politics of Indecipherability)’이다. 우리는 모두 같지 않다. 불가해의 영역을 그대로 인정할 필요도 있다. 최돈미가 번역한 김혜순의 시는 한국 독재정권 아래의 삶과 여성의 삶에 서린 수난과 고통을 이야기한다. 내가 온전히 공감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우린 책을 통해 그걸 어렴풋이 공유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서점은 소수자를 위한 공간이다.” 이 서점의 이름 ‘홉스코치’는 사방치기 놀이를 뜻하며, 브라질 출신의 저명한 저자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동명 소설(1963)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각 챕터를 순차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마음 내키는 대로 널뛰면서 읽도록 구성돼 있다. 로카난디의 다음 점프는 어디를 향할까? “뉴욕은 거리마다 아주 값싸게 책을 파는 가판대가 즐비해서 책을 유통하고 소비하는 게 매우 원활하지만 베를린에서는 인가받은 서점 안에서만 책을 팔 수 있다. 그래서 독자와 소비자를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대로변으로 이사를 하고 싶다. 그리고 적어도 10년간 이 서점이 살아남게 할 테다.”      ━  SEOUL   THE REFERNCE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4길 44 <바자> 피처 에디터 박의령이 떠올린 전시형 서점 더레퍼런스에 관한 기억과 현재. 1 해시태그와 바코드가 앞뒤로 새겨진 간판. 2,4 2층 서점은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라이브러리를 지향한다. 3 1층에는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지금의 더레퍼런스에 대해 말하자면 몇 가지 끄집어내야 할 이야기들이 있다. 2001년, 열아홉 살이 되었을 때 성장의 한 절차처럼 아버지께 장롱 카메라를 물려받았다. 나는 어깨에 카메라를 멋스럽게 멘 대학생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뿐, 나에게 사진 찍는 소질이 모자라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대신 사진책에 몰두했다. 괜히 이론서인 <존 시스템>을 읽는 척했고, 필립 퍼키스의 <사진 강의 노트>를 지침으로 삼았으며 열화당의 손에 쏙 들어오는 사진집을 모았다. 그러다 이라는 일본 잡지를 접했고, 사진에 대한 내 관심은 빠르게 현대사진가들로 전염되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고루한 사진 잡지가 몇 개 있었을 뿐 작가들의 작품을 전면으로 소개하는 사진집의 기능을 갖춘 잡지는 없었다. 을 통해 가와우치 린코의 하늘빛 중형 사진의 일상성, 패션 매거진 밖으로 튀어나온 테리 리처드슨의 예술가적 면모를 알았다. 몇 년 후 과 우리나라의 이안 북스가 만나 이라는 아시아 현대 사진 전문지로 거듭났다. 매거진으로 정착한 책은 휴지기를 갖는 중이지만 공간 더레퍼런스가 유전자를 이어받았다. 더레퍼런스는 일관적인 주제를 안고 작년 첫 문을 열었다. 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의 아트북 2백41권을 전시했다. 전시장의 넓은 화이트 큐브 안에는 책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었다. 처음 접하는 작가들의 사진집을 체할 것처럼 눈으로 삼켰다. 위층 서점에 올라 전시에서 본 책 몇 권을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인상적인 전시 공간 때문에 갤러리로 보이기도 하지만 더레퍼런스의 주체는 서점이다. 캐치프레이즈 역시 ‘전시가 있는 서점’. 왕성하게 바뀌는 전시에 따라 서점의 색도 변한다. 미국 사진 잡지 의 프리뷰 & 옥션을 전시하는 지금 서점에서는 와 관련된 책과 프린트를 판매한다. 얼마 전 처음으로 굿즈를 진열하기 시작했다. 이곳의 정체성은 간판이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한쪽 면에는 바코드, 나머지 면에는 해시태그(#)가 적혀 있다. 디지털 뉴미디어와 출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이콘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 표식에는 책이라는 매체가 디지털 시대,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존재해야 되는가라는 더레퍼런스의 고민이 담겨 있다. 이곳은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아시아 사진계의 움직임을 줄기차게 포착한다. 주제를 바꿔 벌이는 전시는 여기로부터 시작해 아시아를 순회하기도 한다. 서울, 현재, 더레퍼런스는 인터넷 세계에 흩어져 있던 사진과 현대 예술을 눈으로 훑고 손으로 만져보고 체험하는 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