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난자 괜찮은 걸까?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내 인생에 ‘냉동 난자’ 계획은 없었다. 36세에 찾아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 난자,냉동,배란,과배란,난자 냉동 방법

겨드랑이 멍울을 처음 발견한 날은 버몬트주에서 보기 드물게 몹시 더운 여름날이었다. 남자친구인 크리스와 나는 36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카누 캠핑을 가려고 짐을 싸고 있었다. 그러다 무심코 겨드랑이 아래에 손을 넣었는데 경미한 통증을 동반한 작은 혹이 만져졌다. 하지만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로부터 한 달 후쯤 병원을 찾았다. 유방외과 전문의는 초음파 프로브를 가슴 위에 대고 천천히 이동하며 검사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미소를 짓지 않았다. 초음파 검사는 조직 검사로 이어졌고 유방 종양 절제술이 진행됐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담당 의사에게 전화가 왔다. 그의 첫 마디를 듣는 순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유감이에요, 린지. 조직 검사 결과 암이 발견되었어요.” 몇 차례의 방사능 치료를 거치면서 정상적인 삶을 중단한 힘든 싸움이 시작됐다. 그러나 불행히도 두 번째 검사에서 암이 림프절까지 퍼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암은 계속 영역을 넓혀갔다. 미국 암 협회에 따르면 매년 침습성 유방암(염증이나 악성 종양이 번져 인접한 조직이나 세포에 침입하는 유방암)을 진단받는 여성 26만9천여 명 중, 40세 미만은 5%에 불과하다. 평균 연령은 62세. 즉, 서른여섯 살인 나는 특이한 경우였다. 방사선요법과 10년간의 내분비요법, 그리고 항암화학요법까지 치료 계획에 포함됐다.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빠진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항암화학요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발생 가능한 부작용, 잠재적인 육체적·정신적·성적 변화, 그리고 재발률 같은 정보의 포화 속에서 한 가지 의문이 짙은 안개를 뚫고 떠올랐다.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암 치료를 잠시 늦추고 난자를 냉동시키면 생식력을 보존할 수 있을까? 2세를 원한다면 지금 난자를 냉동해야 하지 않을까? 항암 치료를 앞둔 상황에서 크리스와 내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정말 아이를 갖기 원하는지 상의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건 누구에게도 간단한 결정은 아니다. 우리는 아기와 다를 바 없는 세포를 거의 2년간 냉동 보관한다는 발상을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크리스는 가톨릭 신자이다. 사람의 손으로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그를 당혹스럽게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암 환자로서 치료 후 불임의 가능성이 현실로 닥친 상황이기에 선택권은 없었다. 체외수정이 신의 선물인지 아니면 신처럼 행동하는 비싼 방법인지 몇 개월을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체외수정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화학요법을 4차례나 받았고 방사선 치료는 30회를 마쳤다. 최소 18개월은 지나야 임신이 가능한지 테스트해볼 수 있지만 체외수정한 배아 중 하나를 이식할지 아니면 때를 기다렸다가 자연 임신을 시도할 것인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7개의 냉동된 배아가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그들은 크리스와 나의 미래이자 우리 두 사람의 관계가 더 견고해지리라는 희망의 증표다. 최근에 크리스에게 왜 체외수정에 동의했는지 물었다. 그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부정적 수용능력’ 즉,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애매모호함과 기꺼이 공존하려는 마음에 비유했다. 그렇다. 우리에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따라서 선택은 하나다. 불확실한 상황을 수용하고 그 혼란 속에서 기쁨을 찾아내는 것, 그뿐이다.          ━  냉동 난자 Q&A   서울마리아병원 가임력 보존클리닉, 복강경클리닉 전문의 주창우가 전하는 냉동 난자 시술. 난자를 냉동하는 경우는? 항암, 방사선 치료 후 조기폐경의 위험이 있는 사람, 자가면역질환(류마티스관절염, 크론병, 자반증 등), 염색체 이상 질환이 있는 이들이 치료 전, 건강한 난자를 냉동하길 원한다. 난소 종양 수술 예정자와 가족력상 조기폐경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 또 난소 기능 검사(AMH) 결과 난소 기능저하의 위험이 있는 여성 중 향후 임신 계획은 있으나 현재 임신과 출산의 여력이 안 되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난자를 냉동하기에 좋은 나이 대는? 난자의 질은 나이가 들수록 저하된다. 어리면 어릴수록 유리하다. 다만, 20대는 큰 문제 없이 자연 임신이 가능하므로  30대 이후에 난자를 냉동할 것을 추천한다. 30대 초반 기대 임신율 : 10개 냉동 시 50~60%, 20개 냉동 시 80~90% 30대 후반 기대 임신율 : 10개 냉동 시 40~50%, 20개 냉동 시 70~80% 40대 초반 기대 임신율 : 10개 냉동 시 25~40%, 20개 냉동 시 50~70% 난자 냉동에 드는 비용은? 난소 기능 및 나이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병원마다 다를 수 있으나 보통 1백50만~2백50만원 선. 보관 비용은 매년 20만~30만원. 난자를 냉동하는 과정은? 과배란 유도로 난자를 채취하고 수정 없이 동결 보존한다. 과배란 유도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생리 시작 2~3일째 주사를 약 9~14일가량 투약한 후 시술을 통해 난자를 채취하거나, 주사 없이 경구 약제만을 사용하기도 한다. 향후 동결된 난자를 이용하여 임신을 시도할 경우 이를 해동시켜 정자와 수정한 다음 배아(수정란)를 자궁에 이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