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F/W '이것'만 알면 끝!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한층 길어진 부츠와 미디스커트, 호화로운 아우터와 함께 새로운 가을을 맞이하라. | 텔레그래프,리사 암스트롱,Lisa Armstrong,The Telegraph,패션 디렉터

 ━  SUMMARY OF THE    ━  SEASON   당신의 시그너처 룩을 ‘신선하게’ 유지하면서도, 정리수납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 없는 심플한 옷장을 갖는다는 것,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의식 있는 소비가 모두의 소망이 되어버린 시대, 이제 우린 “무엇이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줄 것인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똑똑한 소비 전략을 짜야 한다. 올가을엔 신발 얘기부터 시작해야겠다. 한층 길어진 부츠의 활약으로 인해 지난 5년간 우리에게 사랑받아온 귀여운 앵클부티가 2순위로 밀려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엔 정강이 부근까지 올라오는 샤넬의 털 달린 아스펜(Aspen) 스키 부츠에 집중하거나, 슬림한 데님 팬츠에 포근한 시어링 안감의 셀린 부츠를 더해 코네티컷 전원풍의 시크한 룩을 연출하면 좋다. 롱부츠는 포토제닉한 스타일링을 완성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또 다른 자아를 형성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레이디라이크풍의 미디스커트와 로맨틱한 블라우스를 내던지고, 빨간 립스틱, 레오퍼드 프린트의 핍토(peep-toe) 사이하이 부츠를 활용해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빅토리아 베컴, 마치 비욘세처럼 자신의 패션을 소통의 도구로 활용하는 미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를 떠올려보라. 보수적인 스커트수트(아크리스)나, 그런지한 프린지 장식의 블랭킷 스커트(살바토레 페라가모)에 화려한 청키 힐 부츠를 더한다면 순식간에 영화 <콜걸(Klute)>의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반대로, 이번 시즌 롱부츠는 피부를 드러내는 의상에 일종의 품위랄까, 단정함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생 로랑의 퍼프볼(puffball) 쇼츠, 그리고 롱샴과 막스마라의 미니스커트(아슬아슬한 듯 품위 있는 길이의)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스커트가 돌아왔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스커트 스타일에 몇 가지를 추가한다면? 꼭 맞는 블라우스에 곡선미를 강조한 하이웨이스트 스커트를 매치한 버버리와, 사랑스러운 스카프 장식 울 캐시미어 니트에 매치한 디올의 롱스커트를 쇼핑 리스트에 올릴 것. 특히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종 모양 미디스커트 시리즈는 여성스럽고 자신감이 넘쳐 보이며, 동시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고급스럽다. 로데오 룩에 푹 빠진 어머니에게서 영감받은 이 스커트는 바이어스 커팅이 특징인데. 아마도 알파카 가 2백 가닥(ply) 정도는 들어가 있을 것이다. 납작한 라이딩 부츠, 느슨한 실루엣의 스웨터와 함께 연출한다면, 이보다 우아하면서도 편안할 수는 없을 듯. 그동안 각각의 분리된 아이템, 즉 세퍼레이트(seperates)의 다양한 스타일링을 그리워했다면, 이번 시즌이야말로 그것들과 다시 조우할 시간이다. “달리거나 누울 수 없는 건 아예 디자인하지 않거나 입지 않으려고 해요.” 파리에 있는 쇼룸에서 만난 가브리엘 허스트가 캐시미어 소파에 늘어지듯 앉으며 내게 한 말이다. 심지어 이번 시즌엔 드레스조차 개별적인 아이템으로 기능한다. 이너웨어로 매치하거나, 스웨터 위에, 혹은 재킷과 함께 연출할 수 있게 디자인된 것. 클로에의 나타샤 램지 레비는 드레스에 질 좋은 거즈 소재 터틀넥을 매치해 일종의 자유분방한 드레스 수트처럼 변신시켰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펜슬 스커트 위로, 그리고 실키한 코르셋 안으로 화려한 셔츠 드레스를 풀어헤쳐 보이기도.    그렇다고 해서 테일러링 피스가 2순위로 밀려난 것은 아니다. 잠시 알렉산더 맥퀸의 쇼 며칠 전 상황으로 함께 가보자. 사라 버튼은 열여덟 개의 투알(toile, 얇은 리넨 천으로 가봉한 샘플)을 세세하게 살펴보고 있었는데, 이는 레이블의(아마도 과반수를 넘는) 새로운 직각형 어깨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깨 끝에서 끝까지는 16.5인치(약 42센티)이지만, 이 재킷들은 공격적이라기보단 어딘가 적극적이고, 확신에 차 있는 느낌이 든다. “그 표현은 더 이상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버튼이 말했다. “이번 시즌에 모델들이 우리 옷을 입고 나선 강렬하면서도 편안하다고 말하는데, 참 듣기 좋아요.” 진정한 힘은 공격성이 필요 없다. ‘트위터리안’들(화가 나 있는 듯한)은 참고로 알아두길. “(재킷은) 어깨가 중요해요. 몸에 어떻게 걸쳐질지 결정짓는 부분이거든요.” 하이웨이스트 팬츠, 벨트 재킷과 더불어 늘씬한 수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방시 쇼 이후,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한 말이다. 이번 시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하이웨이스트는 특히 다리 짧은 이들이 길어 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놓치지 말 것. 한편, 팬츠수트로 말할 것 같으면 발렌시아가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중성적인 실루엣과 대조를 이루는 실크 셔츠를 다채롭게 활용한 부분에 주목하자. 그래도 발렌시아가인데 여기서 끝나면 뭔가 아쉽다고? 물론 조금씩 어긋나고 뾰족하게 솟아오른 어깨 라인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웨이트 켈러와 같이 뎀나 바잘리아도 새로운 어깨 라인을 구축했다.) 재킷이 우리의 옷장에 있어 초석 같은 존재라는 사실은 여전하다. 물론 싱글인지 더블 브레스트인지 연연해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입으면 그만이니까. 다만 재킷을 모던하게 만드는 요소는 다소 넓고 화살 모양을 한 라펠, 그리고 샤프한 어깨 라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두길. 아울러 체크 제품! 이미 체크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면 화끈한 컬러(발렌시아가)나, 군복에서 차용한 듯한 스타일(프라다) 혹은 반짝거리는 새틴 소재(브랜든 맥스웰)를 활용한다면 낮부터 밤까지 커버할 수 있다. 호화롭고, 때때로 장식적이기도 한 실용적인 소재들은 옷을 좀 더 융통성 있게 입을 수 있도록 해주는 또 다른 해법이다. 실제로 디올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내게 이렇게 고백하기도. “모든 걸 너무 귀하게 만들려고 하진 않아요. 디올의 고객들조차 실용적으로 느껴지는 옷을 원하거든요.” 분명 올 시즌은 앙증맞은 예쁨(평소 그런 아이템들을 사 모으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이 칭송받는 시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꽃 장식이 시들해졌거나 사라졌다는 얘기는 아니다. 프라다의 큼직하게 만개한 꽃부터 지방시의 흐릿한 버전, 돌체 앤 가바나의 나르시즘적인 카네이션까지, 런웨이에 등장한 꽃들은 함께 매치된 바탕색과 더불어 왠지 고스(Goth)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꽃 장식이 포인트인) 블랙 의상이 멋진 건 이 피스를 어두운 컬러의 슬림한 팬츠 위에 덧입을 수 있다는 거예요.” 컬트적인 드레스 브랜드 레 레버리즈(Les Revêries)의 형제 듀오 중 한 명인 웨인 리(Wayne Lee)의 설명이다. 다분히 고스적이면서도 동시에 실용적인 연출법이다. 이러한 의상을 골랐다면 지방시의 예쁘진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플랫폼 로퍼와 같은, 튼튼하고 단단한 로퍼를 선택할 것. 드레스에 키튼 힐을 신고 싶다면 미우 미우 쇼에 등장한 날렵한 힐로 완성하도록.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제 좋은 케이프, 블랭킷 코트, 작은 망토, 혹은 오페라 케이프(길이가 긴 드레시한 케이프)에 투자해야 한다. 특별히 마크 제이콥스는 이 모든 것에 몰두한 듯 보이고, 샤넬과 프라다도 마찬가지다. 소매가 달린 것도 있고, 벨트가 부착된 것도 있는 반면 케이프와 트렌치코트를 합쳐놓은 버전도 존재한다. 물론 말도 안 될 만큼 터무니없이 아름다우니 갖고 싶어지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프리 사이즈라니! 이 하나의 피스가 진정 만능 아이템인 이유는 시베리아를 횡단한다 할지라도 손쉽게 코트 위에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전천후 아이템이 현재의 패션을 대변하고 있다 해도 무방하다. 명심할 것은 적게 살 것. 부디 당신의 선택이 강력한 한 방이 되기를.     ※ 리사 암스트롱은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지의 패션 디렉터이다.(telegraph.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