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이라는 기록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런던 왕립 미술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s)에서는 핀란드 화가 헬레네 셰르프벡의 전시 <Helene Schjerfbeck>이 한창이다. | 런던 왕립 미술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s,핀란드,화가,헬레네 셰르프벡

Helene Schjerfbeck, ‘Self-portrait, Black Background’, 1915, Oil on canvas, 45.5x36cm, Herman and Elisabeth Hallonblad Collection. Finnish National Gallery / Ateneum Art Museum; photo: Yehia Eweis 런던 왕립 미술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s)에서는 핀란드 화가 헬레네 셰르프벡의 전시 이 한창이다. 부제 없이 아티스트의 이름이 곧 전시 제목인 것처럼, 이번 전시는 작가의 삶의 기록에 가깝다. 어린 시절 엉덩이뼈 골절로 다리를 절게 된 개인사와 패션 매거진을 구독하고 파리의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서 쇼핑을 즐겼던 세련된 취향이 작품마다 녹아 있다. 클로슈 모자를 쓰고 레드 립을 강조한 그림 속 여자들은 화려하다기보단 어둡고 우울해 보인다. 조용한 방, 마치 공기처럼 존재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포착하는 것은 셰르프벡 평생의 주제였다.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자화상. 젊은 시절의 자화상이 아름답고 풍부한 색채로 이루어져 있는 것에 반해 82세에 그린 마지막 자화상은 선으로만 구성돼 있다. 눈은 보이지 않고 얼굴은 그림문자나 다름없다. “유럽 미술에서 가장 위대한 시간의 경과”라는 &lt;가디언&gt;의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 10월 27일까지. &nbsp;루시언 프로이트의 역시 가장 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기록이라는 면에서 셰르프벡의 전시와 궤를 같이 한다. 연극과 삽화의 등장인물로서 자신을 표현하던 초기의 작품부터 화가이자 친구인 프랜시스 베이컨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보다 전면적으로 임파스토를 사용한 작품들, 후기의 누드 자화상까지, 화가이자 인간 프로이트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프로이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단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으며 그것이 곧 자화상의 동력이자 재료가 되었다고 말했다. 프로이트의 자화상 작업은 평생에 걸친 인간에 대한 연구와도 같다. 소년에서 노인이 되기까지, 시간이 신체의 형태에 가한 변화를 기록하며 인생의 여정을 도표화한 셈이다. 10월 27일부터 2020년 1월 26일까지.&nb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