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앤뎁의 20주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앤디앤뎁이 20주년을 맞았다. 뉴욕 출신의 전도유망한 디자이너 듀오로 주목받았던 2000년대를 지나, 굳건한 패션 하우스로 자리매김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이 전하는 이상적인 파트너십에 대하여. | 디자이너,디자이너 브랜드,디자이너 김석원,윤원정,앤디앤뎁

앤디앤뎁을 이끄는 김석원(왼쪽), 윤원정. 아이보리색 배경 천막을 뒤로하고 두 사람이 <바자>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섰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적당한 간격을 두고, 각자의 자리에서 포즈를 취하는 두 사람을 보곤 “정말 앤디앤뎁스럽네요.”라는 말이 가장 먼저 튀어나왔다. “늘 이 정도 간격을 유지하고 촬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도 이게 제일 편하고요. 가끔 스킨십을 해달라는 요청도 주시는데 그건 너무 낯간지럽잖아요. 되려 어색해지더라고요.” 디자이너 김석원이 웃으며 말했다. 2019년은 앤디앤뎁이 2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뉴욕에서 함께 디자인을 공부했던 친구가 인생의 동반자로, 이후엔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꿈의 조력자가 되어 1999년, 해외 럭셔리 브랜드가 즐비했던 서울 압구정동에 매장을 오픈했다. 그곳에서 만든 첫 번째 컬렉션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세련된 옷’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절제된 디자인 속에 담긴 로맨틱한 감성으로 20~30대 여성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게 된다.(에디터가 대학생이었던 시절, 또래 여학생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입고 싶어했던 브랜드이기도 하다.) 앤디앤뎁은 ‘Andy’인 김석원 디자이너와 ‘Debb’인 윤원정 디자이너가 함께 만드는 브랜드를 뜻하는, 아주 직관적인 이름이다. 두 사람 사이엔 앰퍼샌드 부호, 즉 ‘&’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20주년 기념 컬렉션의 가장 큰 모티프가 앰퍼샌드가 된 거죠. 그게 동격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각자의 객체를 이야기하기도 하잖아요. 우리가 좀 전에 촬영한 사진처럼, 다른 객체 두 개가 완벽하게 동격인 무언가를 이야기한다는 것. 그래서 앰퍼샌드가 완벽하게 저희를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서로에게 크게 영향을 받은 적도, 누구한테 더 의지를 했던 적도 없을 만큼 굉장히 독립적이고 명확하거든요.”(김석원)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패션계에서 그것도 디자이너 브랜드로, 20년간 굳건히 기존의 색깔을 지켜왔다는 것, 그만의 헤리티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또 2004년 제8회 서울패션신인상 ‘올해의 신인 디자이너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9년 S/S 시즌엔 뉴욕 패션위크 데뷔 쇼를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2010년 서울 패션위크 10주년 때엔 ‘10인의 헌정 디자이너’에 선정되었으며, 2016년엔 제9회 코리아패션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런가 하면, 2012년엔 윤원정 디자이너의 개인 레이블인 ‘뎁(Debb)’을, 2016년에는 김석원 디자이너가 진두지휘하는 ‘콜라보토리(Collabotory)’를 론칭하는 등, 앞만 보고 쉴 새 없이 달려온 워커홀릭들이기도. 쉽게 등돌릴 수 있는 사이가 아닌 부부가 함께 일궈온 길이기에 순조로웠을 수도, 그래서 더 험난했을 수도 있다.   이현이가 입은 재킷, 블라우스, 팬츠는 모두 Andy & Debb, 귀고리와 이어커프는 모두 Bvlgari. 먼저 2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듣고 싶다.  김석원(이하 김):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해서 그렇지 매해, 매 시즌 워낙 치열하게 일하다 보니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딱 한 가지 의미를 두자면, 처음에 ‘생명력이 긴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앤디앤뎁을 시작했는데, 이제 그 첫 단계를 막 넘은 것 같아서, 그 점이 뿌듯하게 느껴진다. 윤원정(이하 윤): 공감한다. 언제 20년이 흘렀는지 놀랍기는 하지만 바쁘게 보낸 시간 속에서 일을 마주하는 마음가짐이 좀 성숙해진 것 같다.   오랫동안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김: 사실 처음에는 초조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 자체가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유지가 된다는 특성이 있으니까. 가끔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사랑이 식진 않을까, 잊혀지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더 힘을 주려다 실패한 적도 많다. 근데 그 고민이나 갈증이 세컨드 브랜드를 하면서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결론적으로 앤디앤뎁의 본질을 지키는 데 보다 명확해질 수 있었고. 윤: 우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왔고, 안주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매일매일 치열한 고민을 하며 살아온 셈이다. 그게 결국 쌓여서 20년의 세월을 보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브랜드가 늘어나서 일도 많아지고 더 바빠졌지만 오히려 포만감, 행복감은 늘어난 것 같다. 김: 옛날에는 1+1은 항상 1이어야만 했다면, 이젠 1+1이 3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되니까, 일이 더 재미있어진 거다.   그럼 서로의 브랜드에 대해 조언도 해주는지?  김: 그렇다. 윤: 서로 객관적으로 얘기해준다. 예전엔 앤디앤뎁을 두고 얘기할 땐 그게 객관적으로 안 들리고 싸움으로 되고 했는데 말이다. 김: 자존심을 건드리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웃음) 윤: 뎁과 콜라보토리의 고객층은 보다 다양하고 유통 시장도 달라서 같이 고민하면서 서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초장기에는 “많이 싸우는가?”라고 물어보면, “너무 많이 싸운다”고 답했고, 3년 전에도 같은 질문에 “이제 싸우지 않는 방법은 터득한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이제는 거의 싸우는 일이 없다.   20년간 컬렉션을 만들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쇼, 혹은 룩이 있다면?  윤: 뉴욕 패션위크에 진출하기 직전의 컬렉션인 2008 F/W 시즌의 ‘공작 라뮤’를 꼽고 싶다. 공작새와 도자기 빛깔을 뜻하는 ‘라뮤’라는 단어를 조합했다. 조형적인 면, 디테일한 면, 또 상업적인 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는데, 그 작품을 뉴욕 쇼룸에 보냈더니 즉각적인 반응이 왔었다. 덕분에 바로 다음 시즌, 뉴욕에서 쇼를 할 수 있었던 거고. 김: 우리의 테크닉이 그 즈음 가장 물이 올랐던 것 같다.   이현이가 입은 드레스, 칼라 장식은 모두 Andy & Debb. 윤원정과 이현이가 착용한 귀고리, 반지는 모두 Bvlgari. 오늘 함께 촬영한 모델 이현이에게 남다른 애정이 있다고 들었다.  윤: 그래서 이번 촬영을 함께했으면 하고 바랐다. 현이의 눈매, 얼굴선, 몸선이 앤디앤뎁의 우아함을 가장 잘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공작 라뮤 컬렉션의 캠페인 촬영도 현이와 함께했었다. 오늘 오랜만에 옛날 얘길 나눴는데, 현이가 뉴욕에 진출했을 때 우리도 마침 뉴욕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던 때라 쇼 뒤풀이에 현이가 놀러왔었다. 신나게 마시곤 리무진 타고 클럽에도 놀러가고.(웃음)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뉴욕 모델 숙소 얘기도 들어주고 그랬다. 그런 소소한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앤디앤뎁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해준 모델이다.   앤디앤뎁 안에서 변화했다고 생각하는 점과 잘 지켜왔다고 생각하는 점은?  김: 앤디앤뎁을 아는 사람들이 종종 이야기하는 대명사 같은 말이 있다. 바로 ‘앤디앤뎁스럽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느끼는 감성 포인트는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 이거 굉장히 앤디앤뎁스러워.”라거나 “이건 앤디앤뎁 느낌이다.”라고 하는 얘길 들을 때, 우리가 지키려고 했던 부분들을 대중이 인정해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변화는, 항상 변화의 중심에 있으려고 노력했다. 의외로 외부 환경의 변화에 예민한 편이라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지 않고 있으면 왠지 도태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늘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꾀하려고 했다. 물론 실패도 많이 했고, 코스메틱 쪽도 도전했다가 우리가 갈 길이 아닌 것 같아서 금방 그만두었다.(웃음) 윤: 근데 모호하게 유지하려고 했으면 아마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거다. 상황에 따른 유연함을 갖게 된 거다.   브랜드와는 별개로, 각자의 성향은 굉장히 다른 것 같다.  김 & 윤: 그렇다! 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이 사람은 극명하게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데, 나는 싫어하고 못하는 쪽이다. 김: 또 이 사람은 텍스트 중독이고, 나는 이미지 중독이다. 내가 이미지를 보고 어떤 영감이나 감성을 얻는다면, 이 사람은 텍스트를 읽으면서 그걸 이미지화하고, 그를 통해 컬렉션의 테마나 논리 등을 풀어내는 식이다. 또 나는 즉흥적이고 다혈질인데, 윤원정은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침착하게 논리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다. 윤: 하지만 반대로 매일 루틴하게 해야 하는 업무나 경영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그가 훨씬 잘하고, 나는 단기간에 잘해내야 하는 프로젝트에 강하다. 서로 이성과 감성이 반대를 향해 있는데, 마치 손깍지를 끼우듯 척척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완벽하게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아닌가? 이상적인 파트너라는 생각이 든다.  김: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린 서로의 일에 대해 완벽하게 신뢰를 하는 정도까지 왔다. 이건 나 대신 이 사람이 해주어도 될 것 같다는 믿음? 이쪽 일을 하다 보면 신뢰를 구축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린 이미 그걸 가지고 있는 셈이다. 뭐, 사실 부부니까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웃음)   앞으로의 비전은?  윤: 앤디앤뎁은 디자이너의 색깔이 담긴, 귀하게 만들어 귀하게 입는, 그 호흡이 지속될 것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가방을 중심으로 한 액세서리 라인을 론칭했고, 정말 미래에는 의(衣)를 넘어 식주(食住)를 넘나들 수 있는 토털 하우스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정말 이젠 둘이서 미래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한다. 과거의 유치한 싸움에서 졸업하고,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진짜 파트너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