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가보고 싶은 복합문화공간은 어디?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지난 몇 년 사이 심심찮게 늘어난 복합문화공간들. 1세대 복합문화공간이 카페의 확장형에 그쳤다면, 올해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들은 좀 더 자기 색깔이 뚜렷하다. 생산시설이 딸린 성수연방부터 영화 감상에 특화된 과수원까지. 이 공간을 만든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복합문화공간,서울,성수연방,과수원,식물관PH

식물관PH 플랜트 하우스 “처음엔 막연히 갤러리를 꿈꿨어요. 여행을 하면 그곳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꼭 찾아가보는 사람 중 하나로서 ‘보는 행위’가 여러 갈래로 확장되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라고 믿거든요. 그러나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에서 갤러리로만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죠. 고민이 깊어졌고, 너무나 빠르게 바뀌는 것들을 우리의 속도로 따라잡는 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흐름에서 자유로워지는 지점이 ‘식물’이었고요. 분명히 우리처럼 초록을 보면서 멍하니 쉬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 판단했죠. 그래서 ‘식물의 집’이라는 이름을 지었고, 지어놓고 보니 온실이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덥고 눅눅한 유리온실 말고 자연광이 환하고 비 오는 날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까지 볼 수 있으면 감수성이 날뛰겠더라고요. 온통 하얗고 차가운 질감의 오브제로 내부를 채웠고 식물과 최대한 조화를 이루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인증샷 맛집으로만 남고 싶지 않아요. 흔히들 사진이 예쁘게 찍히는 곳이라고 하는데 때론 그 표현이 속상하기도 하지만 반성도 하게 됩니다. 저는 그저 이곳이 사람과 식물이 함께 쉴 수 있는 공간, 그저 식물처럼 고요히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 기획자 현신혜(식물관PH 대표)  INSTAGRAM @sikmulgwan.seoul LOCATION 서울 강남구 광평로34길 24     샌드위치 APT 미술을 파는 공간 “다음 전시에는 공사장에서 쓰는 파이프를 갖다 놓고 그 위에 모니터를 설치해서 영상을 틀 거예요. 굿즈도 맞춤 제작하고요. 지금 열리는 전시 땐 티셔츠와 라이터 케이스를, 지난번 전시 땐 와인 백을 만들었죠. 무엇보다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그림을 사고 사진을 사는 문화와 마켓을 형성하고 싶어요. 그림을 사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는 제가 잘 알거든요. 아트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와요. 20대 초반의 친구들이 작품 리스트를 보여달라고 하고 구매의사를 비출 때 가능성 있는 마켓이라는 확신이 들죠. 전시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엔터테인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거예요. 이 공간을 돌아다니며 저녁에는 술과 커피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어요. 오픈 날 디제잉 부스를 설치하고 디제이 다섯 팀을 불러서 파티를 열었는데 아무리 시끄럽게 놀아도 민원이 없다는 게 좋더라고요. 연무장길이 공장지대잖아요. 여기에 속해서 가치 있는 어떤 것을 보여준다는 대비도 매력적으로 느껴지고요. 첼시에 ‘키친’이라는 갤러리가 있어요. 누가 봐도 작은 식당 입구처럼 보이는데 그 안에 들어가면 갤러리가 나오거든요. 도쿄의 so1도 딱 이곳 정도 사이즈죠. 결국 공간의 규모보다도 그 안에서 어떤 콘텐츠를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 기획자 장덕화(포토그래퍼) INSTAGRAM @sandwich_apt   LOCATION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114 3층     과수원 상시 개방 갤러리 케임브리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그랜트체스터라고 사과 과수원이 나와요. 제가 생각하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장소예요. 버지니아 울프 같은 당대의 예술가들이 쉬다 간 곳이고요. 이곳도 사람들이 차 한잔 마시고 가는 휴식처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과수원이라 지었죠. 영화평론가 이동규 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안알남>의 오프라인 녹음이나 GV도 이곳에서 해요. 지난달엔 <이타미 준의 바다>와 <위로공단> 두 편을 상영했어요. 영화가 끝나면 펍에서 바로 뒤풀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큐레이션이라고 하기엔 좀 민망하지만 갤러리에선 장욱진과 구부요밴드의 작품을 함께 전시했어요. 신구의 조화죠. 이것과 저것을 붙이면 재미있겠다 싶은 기획이 떠오르면 이 공간에서 추진하려고요. 사실 영화는 누구나 쉽게 보고 심지어 시네토크도 열리잖아요. 반면 미술은 아직도 전공자, 관계자들만의 리그라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나는 미술은 테이트 모던처럼 그냥 무조건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밤 10시까지는 무조건 갤러리를 열어둬요. 심지어 우리는 어린이 아트 워크숍도 하는걸요. 외국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고 싶어요. 결국엔 다 같이 뒤섞여 살아야 하는 사회잖아요. 우리라도 그러려고 노력해야죠” ‐ 기획자 감희경(시나리오 작가) INSTAGRAM @gwasuwon   LOCATION 서울 종로구 삼청동 56번지     성수연방 공장형 문화시설 “예쁘게 인테리어를 해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도시 재생은 아니잖아요. 진짜 도시 재생의 의미를 살려서 생산 기능이 접목된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성수연방의 가장 큰 특징은 생산시설이 같이 있다는 거예요. 1층 존쿡델리미트에서 파는 소시지나 살라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2층 캬라멜 인덱스에서 파는 디저트도 옆에서 직접 만듭니다. 2층 아크앤북 서점 곳곳에는 유리창이 뚫려 있는데 그 뒤는 1층 창화당의 만두공장이에요. 이렇게 생산, 유통, 소비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공간을 만들면 원래 공장지대인 성수동의 분위기도 살릴 수 있으니까요. 사실 최근엔 성수동이 죽어 있었잖아요. 대림창고가 생길 때 우후죽순 늘어난 카페들도 이제는 잠잠하고요. 저희가 구심점이 됐을 수도 있고 그저 시기가 잘 맞았을 수도 있지만 이 공간을 기점으로 다시 성수동에 붐이 일었으면 좋겠어요. 확실히 최근엔 이 근처에도 프랜차이즈부터 아기자기한 공방이 생기면서 상권이 살아나는 게 보여요. 조금씩 SNS에서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성수연방 덕분에 성수동에 오랜만에 왔다는 글도 많아졌어요.” ‐ 기획자 김지인(OTD 코퍼레이션 마케팅센터 과장) INSTAGRAM #성수연방   LOCATION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14길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