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미 준의 건축학 개론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이타미 준의 건축학 개론

경계에 선 건축가, 이타미 준의 건축 미학을 오롯이 느끼는 시간.

BAZAAR BY BAZAAR 2019.09.12
한국 이름 유동룡.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건축가는 생활의 크고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끝내 귀화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인근의 국제공항 이름을 따서 ‘이타미’라는 작가명을 지었다. 거기엔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국제인으로서 살겠다는 디아스포라적 다짐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이름 따라 가는 걸까. 일본의 주류 건축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그는 프랑스 국립 기메 박물관에서 “국적을 초월하여 국제적인 건축 세계를 지닌 건축가”라는 극찬을 들으며 세계적 건축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가 출입국 관리 문제로 “여권이나 비자가 아니라 이 건축 책이 바로 건축가 이타미”라고 항변했다는 사토 테츠야(실내 건축가)의 인터뷰는 ‘경계에 선 건축가’라 불리는 그의 정체성을 잘 설명하는 일화다.
 
그런데 이 ‘경계’란 비단 국적에 국한된 표현이 아님을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를 보고 깨닫는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어린아이, 바다를 사랑한 소년, 사실은 화가가 되고 싶었던 청년, ‘요즘은 매끈하고 반짝이는 건축이 많으니까 반대로 가겠다’는 건축가. 그는 건축과 미술의 경계에 서 있던 예술가였고,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서 있던 단독자였다.
 
<이타미 준의 바다>는 건축전문영화영상 제작사 ‘기린그림’의 대표인 정다운 감독이 8년 동안 찍어서 완성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단순히 그럴듯한 외관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타미 준의 건축 철학을 느낄 수 있도록 시청각과 시간의 흐름을 최대한 활용한 흔적이 보인다. 도쿄의 먹의 집과 먹의 공간, 순천의 효천고등학교 도서관, 온양의 민속박물관, 제주의 포도호텔과 수풍석미술관까지. 그의 빼어난 건축미를 눈과 귀로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치유의 1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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